연해주 문물전(文物展)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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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문물전(文物展)을 다녀와서

정달호

2015년 02월 26일 (목) 00:02:44

잠실 몽촌토성 자리 한쪽에 위치한 한성백제박물관(漢城百濟博物館) 건물 전면에는 한동안 ‘프리모리예’라는 큰 글자가 대형 현수막을 채우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 말로 ‘프리모리예’는 곧 연해주(沿海州)를 이릅니다. 작년 12월 16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이 박물관에서 열린 러시아 연해주 문물전(文物展) 현수막은 그래서 생소한 느낌을 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 전시는 작년 9월부터의 부산박물관 개최에 연이어 서울에서 개최된 것으로 오래전부터 두 박물관의 협조 하에 기획된 것이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연해주의 유물과 기록물 등을 전시하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성백제박물관의 전시안내문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두만강 건너편 러시아의 낯선 땅이지만, 연해주는 오랜 기간 한국사와 관련이 깊었습니다. 연해주의 신석기시대 토기는 강원도 출토 유물과 비슷하고, 연해주의 크로우노브카 문화는 <삼국지>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의 북옥저(北沃沮)와 연관됩니다. 연해주의 말갈족은 고구려 역사의 한 부분이었으며, 발해시대에는 일본, 신라로 가는 동해안 해상교통의 중심축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조선인과 여진인(女眞人)이 섞여 살았고 19세기부터는 이주 한인들의 생활터전이자 항일독립운동의 근거지였습니다.” 우리와 이렇게도 관련이 많은 연해주 지역의 유물이 이제야 우리나라에서 선을 뵌다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感)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우리 고고학자들이 러시아과학원 극동지부 역사학고고학민족지학연구소 및 러시아 국립극동연방대학과 함께 연해주지역의 학술발굴조사를 한 성과를 모아서 열게 된 것이라 합니다. 출품된 유물은 상기 러시아과학원의 연구소와 연방대학 박물관으로부터 대부분 대여받아 왔으며 기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내 박물관들도 출토품 비교를 위해 소장품을 내었고, 기록 자료 등은 러시아 두 기관 외에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아르세니예프박물관과 국내 연구소 및 도서관들이 협조하였다고 합니다. 러시아로부터 온 570 점을 포함, 총 610여 점이 전시된 적지 않은 기획전으로 생각됩니다. 국내외 어느 박물관을 가더라도 구석기, 신석기 이래 인류 문명의 발전을 보여주는 유물들을 볼 수 있으나 이번 연해주 문물전은 이에 더하여 우리나라와 역사를 일부 공유하는 지역의 유물들을 전시하였기에 각별한 점이 있습니다.

중고 시절 역사시간에 스쳐가듯 들어본 옥저, 읍루의 유물도 그렇고 또 고구려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말갈, 고구려의 후신인 발해, 조선과 관계가 많았던 여진 등의 유물 유적이 한반도 동북부 지역 출토 유물 유적과 공통된 것이 많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가 주는 의미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유물 외에도 연해주 원주민의 생활 모습과 특히 19세기 후반에 연해주로 건너가 어렵게 삶을 개척한 우리 선인들의 생활 모습에 관한 자료들이 함께 전시되었기에 전시의 명칭도 유물전(遺物展)이 아니라 문물전(文物展)으로 명명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의 한쪽 끝에 붙어있는 연해주(행정구역상 ‘프리모르스키’라고도 함)는, 17세기 초엽 건주여진의 누르하치가 세운 후금(後金, 후에 淸으로 국호 변경, 동시에 여진족이란 이름도 만주족으로 이름을 바꿈)이 명(明)을 정복하고 중원을 장악한 후 반항하던 연해주의 여진 부족을 복속시킨 이래 청나라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6세기부터 러시아가 모피, 광물 등 자원을 찾아 시베리아로 점차 영토를 확장하고, 특히 19세기에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부동항을 찾아 동진하는 과정에서 약화된 청국으로부터 연해주까지 확보하여(1860년의 북경조약) 완전한 러시아의 영토로 편입하였습니다.

옥저, 읍루, 말갈은 아득한 역사로 보이는 한편 요동을 지배하던 고구려와, 요동 일부와 연해주를 지배한 발해의 영토를 생각하면 우리는 선조들이 개척하고 유지해온 고토(古土)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때까지 간도 혹은 북간도로 불리던 만주 동부 지역 일부와 연해주는 분단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지던 땅으로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남의 나라 땅으로 굳어졌습니다.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섬으로서 조선 말기까지 우리 땅이던 녹둔도(鹿屯島)마저 자연 퇴적현상으로 인해 러시아 쪽으로 붙게 되었지만 당시 우리 땅이라고 제대로 요구하지도 못해본 채 우리로부터 떠나게 된 사실 또한 적지 않은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연해주에는 1860년대 초부터 선인들이 빈곤과 핍박을 벗어나 이주하여 1867년 연추(延秋)를 시작으로 힘겹게 한인마을을 일구었으며 이후 사방 여러 곳으로 확대되어 나갔습니다. [연해주 한인마을의 전모는 전시된 아국여지도(俄國輿地圖, 한국학 중앙학연구원 장서각 소장)에 상세히 나타나 있음] 경술국치(庚戌國恥) 후 독립운동에 참가하거나 일제의 압박을 피해 새로운 삶을 찾아 넘어간 한인들도 많아 일제강점기 중 20만으로 불어났습니다. 이렇게 새 터전에서 삶을 개척한 한인 이주민들이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동화정책에 따라 박해를 받으면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하게 된 비극적인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이들 고려인(카레이스키)들은 조금씩 다시 연해주로 이주해 와 지금은 7만여 명이 산다고 합니다.

연해주를 비롯한 구소련의 중앙아시아 지역에 사는 고려인과 중국 동북 3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에 사는 조선족이 비록 우리 영토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우리는 재외 한민족과 보다 활발한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통해 이들의 삶뿐 아니라 이 지역의 발전에도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연해주는 풍부한 자원, 시베리아 횡단 철도 및 우리와 가까운 항로 등의 이점으로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연해주 문물전은 한러 양 국민 간 협조를 통한 고고학적 발견의 성과라는 점에 일차적 의의가 있겠지만 고토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을 생각해보게 하는 데에도 그 의의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3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전시도록은 두께가 4센티나 되어 펼쳐볼 엄두가 안 날 정도인데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세히 살펴보면 학술적으로 충실한 내용과 유물 사진이 가득 실려 있음을 알게 됩니다. 여러 면에서 훌륭한 전시를 기획하여 매우 짜임새 있게 문물전을 개최한 두 박물관의 수고에 큰 찬사를 보냅니다. 다만 서울,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학생들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볼 수 있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명 박운식 (218.XXX.XXX.206)

"연해주 문물전"을 보지못한 아쉬움이 매우 컸니다. 뒤늦게 오늘에야 선생님의 칼럼을 보고 후회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 조차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세대로 그동안 식민사관 학자들의 왜곡에 치우친 역사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역사책을 보려해도 두려움이 앞섭니다. 지금은 우리의 역사책이 좌파 일색이라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의 올 바른 역사책을 추천하여 주시고, 연해주의 안타까운 우리 민족의 수난사도 알려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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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4 10: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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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 (122.XXX.XXX.251)

중국 동북 3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에 사는 조선족이 비록 우리 영토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라고 쓰셨는데 현실을 아신다면 전혀 고무적이지 않습니다.그들은 중국을 애국하는 철저한 중국인으로서 중국이 펼치는 동북공정에서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는데 앞장 설 수도 있는 존재라 보셔야 합니다.
여느 나라의 교포로 사는 한국인이 아니라 백프로 중국인이란 말이지요.
운동경기에서 중국과 한국이 시합을 하면 백프로 중국을 응원한다는 사실을 한국사람은 잘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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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4 0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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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호 (175.XXX.XXX.174)

좋은 코멘트들 감사합니다. 박물관측에 알아보았더니 홈페이지에 전시한 것들을 다시 올린다 합니다. 동영상도 있어 볼 만하다고 하는데 아직은 오르지 않았가고 하지만 나중에 들어가 보시면 될 것으로 압니다.

홈페이지는 한성백제박물관을 치면 나오고요. 우선 도록, 좀 비싸긴 해도(2만 5천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자료이므로, 이걸 구입해서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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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7 08: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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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123.XXX.XXX.160)

이런 기획전이 열렸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습니다. 요즘 하고 있는 공부가 이것과 무관하지 않았는데, 정말 아쉽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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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6 16: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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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술시 (117.XXX.XXX.3)

역사는 반복된다지요.
지금은 중국이 통합의 한 과정이지만 긴 역사에서 항상 분열과 같이 했습니다.
어렸을때 북간도로 배운 것 같아요. 우리 땅이지요, 윗 글대로 먼 역사의 과정 뿐만 아니라 가까운 근대에도 그랬지요.
중국의 동북공정이라고 요즘 우리는 듣고 있고 분괴도 하지만, 이런 전시회는 우리 역사학자들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판단됩니다.
19세기 한반도의 근대사를 정리하면서 도대체 주변 열강의 어떤 비 자주적 결정에 의해 우리 한 민족이 살아왔던 땅들이 지금 우리 영토가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지...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지요. 역사적 사실로 정리하여 우리 국민들의 머릿 속에 심어 놔야지요.
중국이 언젠가 분열의 역사로 반복이 될 것이므로 그 때를 대비해서지요. 우리가 남이가? 하는 말은 그 때 서로 만나기 위해서고.
그러러면 하루 빨리 남북 통일이 되어야지요.
중국과 대만은 선이후난(쉬운것 부터) 선경후정(경제부터) 선민후관(민간인부터) 선공후득(먼저 주면서)으로 이미 수 백만의 양국의 민족이 4개 원칙에 의해 교류 되고 있지요.
참 유익하고 훌륭한 컬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안되면 다큐멘터리(우리말로 뭐라 하나요?)라도 학교에서 상영하면 좋겠습니다. 작은 노력이 큰 기둥이 되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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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6 15: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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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글곡진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사실을 재확인 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아는데도 크게 유익할 것 같습니다. 두 박물관에 건의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전국에서 학생들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볼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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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6 1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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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호 (175.XXX.XXX.174)

중앙박물관이 이런 전시를 기획해서 개최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와 볼 수 있었겠죠. 지금 아마도 전시가 끝나서 러시아로 유물들이 돌아갈 것 같아요. 어쩌면 다큐로 제작해서 방영한다든가 하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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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6 11: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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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야 (222.XXX.XXX.164)

이미 끝났네요.
진작 알았더라면 가봤을텐데 아쉽습니다.
연해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새롭게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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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6 06: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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