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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지갑
김창식 2015년 03월 02일 (월) 01:03:49
지난 글에서 정신 나가 가출한 지갑 내용을 다루었죠. 그러니까 이 글은 ‘집 나간 지갑' 후편인 셈입니다. 주민센터의 6시 업무 마감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달려 나가는데 전화벨이 울리는군요. 이 바쁜 참에 웬 전화람? 묘령의 여자 목소리가 건너와요. 김창식 씨 되세요? 지갑을 주웠어요. 순간 허탈하여 고맙다는 말도 못했죠. 거기가 어디시죠? 무원마을인데요. 무원마을, 무원마을이라…. 거기가 어딘데요? 이 동네 안 사세요? 뭐지 이 기시감은? 아 참, 이사 오기 전 그 아파트에 살았잖아.

가진 자의 여유랄까, 그 판국에도 상황 다 끝났는데 전화하려면 진작 좀 하시지 하는 배부른 생각이 들어요. 어쨌거나 서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선물(방울토마토를 닮은 금귤 한 박스)을 사 들고 아파트 문을 두드렸지요. 그런데 문을 열고 나오는 중년 아주머니 얼굴이 낯익지 뭡니까. 헬스장(피트니스 센터가 아님)에서 러닝머신 거꾸로 타다 눈인사쯤 나눈 듯도 하고, 같은 동네 주민이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상대방 아주머니도 나를 알아보는 눈치였지만 그런들 또 어떡하겠어요? 네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데. 아무튼 그렇게 해서 지갑 분실 사건은 한바탕의 작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갑을 찾은 다음날(1월 10일), 의정부의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불이 났어요. TV로 현장 화면을 지켜보면서, 지갑 같은 작은 소지품 분실로도 우왕좌왕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주택과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고 연기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을 맞은 입주민의 당황스러움과 경황없음이야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와 닿았습니다. 불이 마지막으로 옮겨 붙어 피해를 입은 의정부 마을 이름이 공교롭게도 ‘해뜨는마을’이어서 참담함이 더 했어요. ‘불타는마을’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최초의 불에 대한 기억은 1950년대 국민학교(초등학교) 입학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향인 S시는 남녘에 있는 소도시인데, 그 무렵 극장이 하나밖에 없었어요. 얼마 후 '중앙극장'이라는 극장이 새로 생겼는데, 그 극장이 우리 집 소유 극장이었습니다. 개관과 관련해 우여곡절이 있었답니다. 개관 예정이 된 전날 불이 나 건물이 주저앉은 것이죠. 그날 아침 극장 터에 가보았는데 불에 탄 건물 뼈대가 흉물스러웠습니다. 검은 그을음이 공중에 떠다니고 이곳저곳에 축축한 잿더미가 쌓였더랬어요.

눈이 충혈된 아버지의 모습이 평소와 달라 무섭고도 낯설었답니다. “이거이 무슨 일이랑가?” 일가친척들과 구경꾼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댔어요. 제복 입은 경찰관도 보였어요.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라이벌 극장 측에서 불을 질렀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요. 몇 달에 걸친 보수 작업 끝에 새로 개관을 하였으나 겉모양이나 내부 시설이 처음보다 못했어요. 기세가 꺾인 우리 극장은 얼마 후 간판을 내렸습니다. 이야기가 좀 감상적으로 흘렀군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의정부 화재 원인과 불이 급속하게 번진 이유를 접하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짚어낼 수 있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인 데다 건물 겉 마감재가 화재에 취약한 스티로폼 재질로 되어 있고, 비용이 저렴한 건축 공법을 사용하여 피해가 커졌다고 하네요. 기존 건물이야 비용 대비 효과를 감안한 차선의 선택으로 어찌할 수 없다 할지라도 앞으로 신축할 건물 간의 간격을 당장 현행 1m에서 3~4m로 조금 더 벌이는 소방법규 보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도시형 원룸주택이나 저층 서민 아파트의 경우 스프링클러까지는 아니더라도 복도 층과 실내에 화재경보기와 함께 연기 감지기를 설치할 필요도 있습니다. 열 감지기는 불꽃보다 빨리 번지는 유독가스에는 속수무책이니까요. 일단 불이 나면 화재보다 연기로 인한 호흡곤란이 더 큰 인명 피해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시장 활성화에 장애를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선진경제의 진입을 막는 지나친 규제는 마땅히 완화해야 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합리적인 규제는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자난 달엔 신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일어났고, 뒤이어 서울 도심에선 멀쩡하던 보도블록이 내려앉은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죠. 어처구니없는 사건과 사고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난맥상을 생각나게 합니다. 주문처럼 외우던 당국의 관리시스템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다짐과 실천은 어디로 실종되었는지 궁금하군요. 다음엔 또 어떤 사고가 도적처럼 매복하고 있는지 불안하기도 하고요.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되풀이되어야 하는지 걱정스럽습니다. 혹 우리 대한민국이 고 비용 고 위험사회로 역주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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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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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재 준 (58.XXX.XXX.104)
주문처럼 외우기만한 당국의 재발방지책을 비판한 글을 잘 읽었습니다.
더욱 날카로운 일침이 가해져야 할지? 아니면 이정도로 새로워질 것인지? 놓고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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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9 19: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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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56)
공감 댓글 감사합니다, 하재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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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3 17: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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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에공~ 함께 부리니케 달려나가다 지갑 찾은 거보단 불구경을 더 하게 되었군요. ㅎㅋㅎ ㅎ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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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2 09: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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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56)
재미 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꼰남님.
다음 글 제목을 생각해봅니다. 불타는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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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2 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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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오이! 그렇게 깊은 속사정이...? 그렇담 실망 안 하겠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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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3 08: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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