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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大勢)를 견제(牽制)하며
박상도 2015년 03월 03일 (화) 05:59:05
치킨과 피자, 김떡순이라고 불리는 김밥, 떡볶이, 순대 그리고 짜장면과 탕수육은 대표적인 국민 간식입니다. 하지만 치킨이라고 다 같은 치킨이 아니고 떡볶이라고 해도 다 같은 떡볶이가 아닙니다. 맛있는 곳과 유명한 곳이 있는가 하면 맛은 조금 부족하지만 싸고 저렴한 곳도 있습니다. 어쨌든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오늘 피자를 시켜 먹었으면 내일은 떡볶이를 사 먹거나 짜장면이나 짬뽕을 시켜 먹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입니다. 아마도 오늘은 피자 헛, 내일은 피자 에땅, 모레는 파파존스 피자를 시켜 먹는 식으로 외식을 하는 집은 별로 없을 겁니다.

또한 맛있다고 소문난 집은 불원천리 찾아가서 한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먹고 보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소비 패턴입니다. 이렇게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을 찾아가면 열이면 열 주인장의 비범한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남모르게 만드는 비장의 소스부터 매일 신선한 재료를 직접 구입하는 수고스러움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우리의 음식문화를 바꿔놓기까지 합니다. 진흙오리구이, 누룽지 닭백숙이 좋은 예입니다. 그러고 보니 양념 통닭도 오래되긴 했어도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6년에 방송을 시작한 MBC의 무한도전과 2007년부터 방송을 한 KBS의 1박2일 그리고 2010년부터 방송을 한 SBS의 러닝맨은 현재 대한민국의 주말 오후를 책임지는 대표적인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말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각 방송사의 자존심을 건 승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방송사마다 지대한 공을 들여 제작을 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매주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습니다. 특히 러닝맨은 중국에 수출되어 외화를 벌여들이고 있으니 고맙기 그지없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주말 예능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포맷과 겹치기 출연을 하는 연예인을 보면서 식상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기 연예인의 겹치기 출연은 대중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다른 방송사의 경쟁 프로그램 또는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에 중복해서 출연하는 모습은 과거에는 용납되지도 않았으며 대중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대세’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었습니다. 현재 ‘대세’인 인기 연예인은 어느 방송사나 어느 프로그램이나 가리지 않고 출연을 해도 ‘대세’이기 때문에 용서가 되는 것입니다. 10년째 예능의 대세인 유재석 씨의 별명이 어느새 ‘유느님’이 된 것은 축하할 일임과 동시에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과장된 별명에서 권력의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모 MBC프로그램에 KBS에서 이름을 얻은 개그맨 둘이 나와서 “MBC 프로그램에 출연하니 매우 어색하고 자칫 배신자 같은 느낌이 듭니다.”라고 얘기를 하니까 MC를 보던 김구라 씨가 “돈 주는데 왜? 출연 못할 데가 어딨어요? 저 두 분이 KBS에서 엄청 세뇌를 당하셨네.”라고 응수를 하자 그 옆에 있던 신동엽 씨가 “어쨌든 두 분 MBC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돈만 주면 MBC든 KBS든 SBS든 케이블 TV든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진행자가 다른 출연자를 보고 "우리 방송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MBC만 출연을 했던 구봉서 선생님이나 변웅전 아나운서처럼 방송사의 전속 연기자나 직원이어야 가능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희한한 광경은 방송사마다 개최하는 연말 시상식마다 등장했었습니다. 어제는 MBC 시상식의 사회를 보던 연예인이 오늘은 SBS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SBS 만세를 외치는 것 같은 이상한 장면이 해마다 있어왔습니다. 하도 그러니까 으레 그러려니 하는 지경이 됐는데 이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학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래도 되는구나’하고 말입니다. 과거에 비해 경우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원인을 상도의(商道義)가 지켜지지 않는 방송풍토에서 찾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거대해진 연예 기획사가 마음만 먹으면 방송사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라도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쉽게 초라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세상입니다. 수년 전, 이렇다 할 프로그램 없이 몇 년째 놀고 있는 동기 PD에게 “폼 나는 프로그램 한번 연출해야지?”하고 물었더니 자조 섞인 목소리로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MC만 해 주면 프로그램 연출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왜곡되어 가는 제작 환경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안이 아무리 좋아도 인기 연예인이 진행하지 않으면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좋은 기획보다 인기 출연자에 의지하는 제작 태도가 만연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인기 출연자들은 한데 모여서 자신들의 세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세력이 커진 연예기획사는 방송사의 캐스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늘 해오던 방식의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케이블로 떠난 공중파 방송사의 PD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능 스타 한 명 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움에 목마른 대중의 욕구와 창의적인 PD의 연출이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만들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영원한 스타는 없습니다. 어느 한 방송사만을 출연하라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만 이곳저곳 다 다니면서 모든 곳의 주인처럼 행세하는 것이 언제까지 대중의 묵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맛집의 메뉴판에는 오로지 한 가지 음식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는 낯선 동네에서 음식을 사 먹을 때 메뉴판에 음식 종류가 많은 집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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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가끔 예능프로를 다운로드해서 보는데 말 함부로 하는 프로나 같은 인물들이 여기저기 뜨는 것은 식상합니다.
지적하신대로 참신한 프로들이 있어 즐겁습니다. 요즘 (삼시세끼)란 프로는 썩 잘 생기지도 인기배우도 아닌 사람들이 출연하여 먹거리라는 소재 하나로 방송하지만 우릴 즐겁게 합니다.
(진짜 사나이)같은 프로는 대한민국의 예능프로 중 가장 힘든 프로일텐데 최선을 다하는 출연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참신한 프로들이 웃기기만 하려고 말장난하는 프로보다 훨씬 일상에 활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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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4 16: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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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저도 음식점 메뉴 많은 집은 거부 반응부터 생깁니다. 생각없이 보는 TV 예능프로 배경에 이런 논리나 세력이 횡행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선지 실수인지 본질인지 모르겠지만 도덕적으로 아닌 모습을 보여 도중하차한 연예인이 얼마간의 근신기간 이후 쉽게 재출연하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담 이도 일종의 마피아? 아니겠지요.^^* 근데 1박2일도 중국 TV에 수출되었더라고요. 그리고오~ "우리 방송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멘트도 고도로 계산된 작가의 의도적인 질문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ㅎ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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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3 08: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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