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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와 치유 사이의 개
안진의 2015년 03월 27일 (금) 00:18:10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데, 목줄이 없는 큰 덩치의 검은 개 한 마리가 스윽 지나갑니다. 개는 태연하지만 저는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저기요! 개 주인이에요?” “아니요, 누가 버린 거 같아요.” 뒤따라오는 젊은이들은 개가 신기해서 쫓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목줄도 없는 초등 3학년 만한 몸집의 개가 성큼성큼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니, 개만 보면 얼음이 되는 딸아이랑 마주칠까, 걱정이 커졌습니다.

112에 신고를 했고, 곧이어 접수가 되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왠지 문자까지 받으니, 자리를 뜨면 안 될 것 같아 잠시 기다렸고, 곧 경찰차가 도착했습니다. 개의 모습과 가던 방향을 알려주며, 꼭 찾아 달라는 부탁을 하곤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난생처음 112 신고를 해봤는데, 신고접수를 알려주는 안내문자와 경찰차의 빠른 출동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수습결과까지 알려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며칠 전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많아 북적대었습니다. 혼잡한 객실 통로를 두리번거리다, 좀 더 한가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더니, 거기엔 의자에 앉은 주인과 함께 맹인안내견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개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 있었는데, 금빛 털, 큰 귀와 눈망울이 사랑스런 개였습니다. 사람들은 개에 관심이 가는지 자꾸 시선을 주었지만, 그래도 행여 개를 놀라게 하거나 귀찮게 할까봐, 무관심한 척했습니다.

맹도견은 좌석에 앉은 주인의 발밑에 엎드려 자는 건지, 눈을 감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인 좌우의 좌석으로 앉고 일어설 때, 녀석의 꼬리며 다리를 툭툭 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녀석은 남이 칠 때는 눈을 뜨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주인의 다리가 조금이라도 움직여 몸에 닿으면, 고개를 세우고 긴장했습니다. 그리곤 한참 눈을 뜨고 있다가, 주인의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면, 다시 바닥에 턱을 붙이고 눈을 감는 것이었습니다.

30분 정도 그 맹도견과 동행을 하면서 개의 기특함과 미더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사실 저도 개를 기르고 싶었는데, 이젠 주인 없는 개가 집 근처를 배회하면 신고부터 떠오르게 될 만큼 거리감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까지 아파트 뒷산에 무리지어 돌아다니던 유기견들 때문입니다. 처음엔 한두 마리였고, 곧 주인이 찾아갈 거라 생각했지만, 그 숫자는 점점 늘어만 가고, 산책하는 주민들에겐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입니다.

곧 개봉하는 영화 화이트 갓(White God)은 그처럼 개를 유기한 사람들이라면 마음이 뜨끔해질 영화입니다. 한때 사랑받았지만 어느 순간 길가에 버려져 인간에게 학대당하는 유기견들, 그 버림받은 존재의 아픔과 분노는 결국 인간을 향한 화살이 됩니다. 개를 소재로 사회적 차별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을 가하는 이 영화에는 실제 유기견들이 출연했으며, 촬영 후 모두 입양되었다는 훈훈한 뒷이야기를 남기고 있습니다.

개는 반려동물이며, 더욱이 맹도견처럼 인간의 감각을 대신해 주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눈 없이 태어난 리트리버종의 개가 치유견으로 활동하는 기사를 보기도 했는데, 실제로 치유견들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부상자들이 있는 병원에서도, 코네티컷주 한 초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아이들을 위해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치유견은 환우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위로하는 고마운 존재였던 것입니다.

개의 화석은 일만 사천 년이 넘는다고 하니, 실제로 개를 키우게 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의 일일 것이며, 그렇게 오랜 세월 인간과 개는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그런 개의 수명은 불과 15년 내외입니다. 그 평생 주인을 위해 살아가는 개를 키우는 마음에는 다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강아지 시절의 귀여움뿐만 아니라 늙고 병들었을 때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 개에 대한 예의 같은 것 말입니다. 지하철에서 보았던 맹도견은 주인 곁에서 편안한 노후를 맞이하길, 신고했던 큰 키의 개도 꼭 주인을 찾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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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210.XXX.XXX.66)
사람은 배신을 하지만...
개들은 배신을 모릅니다.
개에게도 배울 점이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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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0 13: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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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지나친 표현인진 모르겠지만 토사구팽에 백년해로 동거서약까지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하는 글이로군요. 필자와 같은 경우를 자주해 생각해보는 사람으로서 말미의 바람들이 다 이루어지기를 함께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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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0 09: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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