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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이 높다 하되
김창식 2015년 04월 17일 (금) 03:22:18
옛 시조집을 들추던 중 선현의 ‘근엄한’ 가르침을 현재의 시대상에 비추어 새롭게 해석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삐딱한’ 관점으로 패러디해보자는 것이지요. 우선 조선 전기의 문인이자 서예가인 양사언(陽士彦, 1517~1584)의 시조입니다. 우리 시조를 거론할 때면 제1과 제1장에 나오는 글이죠.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이 시조는 하는 일이 잘 안 된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일단 시도하고 열심히 노력하라는 권면가(勸勉歌)로 자주 인용됩니다.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1915~2001) 회장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생전에 정 회장은 지시한 사업 프로젝트에 대하여 임직원들이 부적합성을 보고하면 이렇게 말하며 질책하곤 했다는군요. “임자, 해보기는 했어?”

시조의 함의에 요즘의 사회 현실을 대입해 보죠. 단군 조선 이래 최고 스펙을 가졌다는 청년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찾기 힘들고 대학 등록금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 형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취업 희망생 중에는 인턴 경력 한 줄을 쓰기 위해 ‘열정 페이’라는 허울 아래 저임금을 감수하거나, 학점을 이수하고도 졸업을 미루는 'NG(No Graduation)족‘도 증가 추세라고 하는군요.

젊은이의 범위를 30대로 확대하여도 일부를 제하면 공유하는 바닥 정서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고도성장 이면의 후유증이랄까, 사회 개혁의 중심 세력이나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지 못한 채 별 다른 희망도 목표도 없이 ‘88세대’로 ‘삼포세대’로 내몰리는 느낌말이에요. 라디오 방송에서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라는 철 지난 유행가를 듣는데 웃음이 나오려다 말았습니다. 대신 눈물이 돌아 안경이 흐려지더군요.

가사 내용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던 세계는 넓고’, 투지만만한 70년대 개발도상국 청년에게나 해당되는 말입니다. 이제 그런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기성세대뿐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도 다 안답니다. 요즘 개천에는 새끼 드래곤은커녕 도롱뇽 알[卵]도 없어요. 젊은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외침은 연전 코미디 프로인 ‘개콘(개그콘서트)’에 나왔던 “안 될 놈은 안 돼!”일 거예요. 이어지는 후렴구는 “쇼 미 더 머니!"

다시 양사언의 시조로 돌아옵니다. 이 시조를 요즘의 10대, 20대 젊은이들에게 소개한다면 어떤 뜨악한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요.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더 쓰다’고 자조하는 청소년들의 대답은 시큰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헐!” “뭔 말인데?” “그래서 어쨌다고?”

어찌 됐건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어쩌구저쩌구’를 현대 감각으로 풀어 쓰면 한마디로 ‘스펙을 쌓아라’입니다. 스펙을 쌓아도 별 볼일 없는 도돌이표 아이러니를 어쩔 거냐고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다른 방법이 있는지요? 넋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스펙이라도 안 쌓으면 또 어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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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9.XXX.XXX.41)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


저기, 불행하다며
한숨 쉬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
위로가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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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0 22:12:51
0 0
인내천 (125.XXX.XXX.139)
많이 위로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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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2 10:37:09
0 0
김창식 (110.XXX.XXX.56)
저도 위로가 되는군요, 김윤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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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2 17:33:15
0 0
하재준 (58.XXX.XXX.104)
양사언의 시조를 가장 좋아합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시.'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높은 인품으로 교육해가는 시이기 때문입니다.
"오르고 또오르면 못오르리 없건만은"의 중장은 '끝까지 인내하면 인간의 최고의 인격자가 된다'는 교훈임에도 가다가 중지 하기에 인간의 비극이 일어납니다. 이완구 총리처럼처럼 말입니다.출세가 어느정도 이루어지면 자기자신을 내벼려두기(방치하기)에 돈에게 권력에게 유혹당해 인격이 만신창이가 되지요. 참으로 가련한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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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22:06:04
0 0
김창식 (110.XXX.XXX.56)
하재준 위원님의 관점 와닿습니다.
사람의 품성은 일생을 두고 갈고닦아야 함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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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0 11: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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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익 (210.XXX.XXX.193)
근래 입있는 사람들??? 은 실업자 대책을 이야기 하고는 합니다.
한 템포가 뒤지는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되어서요.
일자리 창출 대책을 생각하는 것이 옳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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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17: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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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56)
이동익 님의 전향적인 관점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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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17: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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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비슷한 속담도 있지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되건 안 되건 해야 할 일이고 가야할 길입니다. 그게 인생이니까요. 대가업 들어가기 어렵다, 판검사 되기 어렵다지만 되는 사람은 다 되지 않는가요. 된다고 믿었건 안 믿었건 일단 시작한 사람들 중에서 된 사람이지요. 오늘 어느 스포츠용품 광고 문안 <세상은 문밖에 있다> 참 멋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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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09: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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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56)
'세상은 문밖에 있다!' 멋진 말입니다, 꼰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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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17: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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