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식과 외교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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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식과 외교 고립

황경춘

2015년 05월 04일 (월) 02:32:03

동아시아에서의 미국과 일본의 안보체제 강화 필요성이 맞물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이번 미국 방문은 ‘강한 일본’에의 복귀를 원하는 아베에 큰 선물을 안겨 준 반면, 한국에는 적지 않은 실망과 외교적 숙제를 남겼습니다.

미일방위조약의 새로운 지침에 합의한 두 나라는, 전쟁을 포기하는 일본 ‘평화’헌법의 자의(恣意) 해석으로 자위대가 전 세계에서 미군의 후방 지원을 할 수 있게 합의하고, 양국 군사 협력을 더욱 긴밀하게 하는 법안을 일본이 금년 여름까지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총리 최초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예상한 대로 아베 총리는 ‘침략’이나 ‘식민 통치’등의 용어는 쓰지 않은 채 애매한 표현으로 한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전쟁 희생을 언급하면서도, 미국 전사자에 대하여는 "일본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여, 깊게 머리 숙여 영원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극진한 말로 사죄하여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전시 위안부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어, 항의 차 워싱턴까지 간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하여, 미 의회 위안부 결의안의 발의자 중 한 사람인 일본계 2세 마이클 혼다 의원 등 많은 인사의 비난을 샀습니다.

한ㆍ일 양국의 친선과 긴밀한 협조가 동북아시아 안보에 절대 필요하다고 느낀 미국의 끈질긴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베의 역사 인식에 관한 근본 철학에는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전후 가장 긴밀한 미일관계만 돋보이게 하여 한국의 외교 고립이 걱정되기까지 하였습니다.

아베 방미 전에 어느 언론 미디어와 만난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한ㆍ일이 다툴 때 미국이 최종적으로 누구 편을 드느냐? 지금까지는 일본 편을 들었다.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1910년의 한일합병을 묵인한 1905년의 ‘카쓰라-타프트’협정과 독도 문제 처리에서 일본 편을 든 1952년 샌프란시스코 대일 평화협정 교섭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고 올바른 역사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세대가 정치 현장의 주역을 맡고, 전시의 쓰라린 경험을 겪은 노년 세대는 거의 2선으로 후퇴한 것이 지금의 일본입니다. ‘옛날의 영광’을 되찾자는 선동이 통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연말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총리는 앞으로 4년 간 정치적 절대안정 기반을 국회에 구축하였습니다. 이 기세로, 헌법을 자의로 해석하여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하고 군비를 확충하고, 특별비밀보호법 등 개인의 자유와 언론자유를 구속하는 규제를 하였습니다.

일부 언론과 지식인의 반대가 있지만, 절대다수의 국회 의석을 가진 아베 총리의 여당인 자민당은,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야당 진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의사진행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있은 두 번의 통일 지방선거에서도 압도적인 세를 과시한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정치 세력 중에는, 황도주의(皇道主義)를 비롯한 폭넓은 국수ㆍ보수주의자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전 공군자위대 참모장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같이 태평양전쟁을 긍정 평가하는 인사도 있습니다. 이제는 정계를 떠났지만, 도쿄도지사(東京都知事)와 국회의원을 지낸 작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같은 국수주의자가 그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식민통치와 전후 원조가 한국을 근대 국가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입니다. 다모가미 외에, 오사카(大阪)시장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극우 언론 매체 니혼분카(日本文化) 채널 사쿠라(櫻) 등과도 부즉불리(不卽不離)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베 총리입니다.

20여 년 전, 한일 고등학생 교환 방문으로 온 교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일본 학생으로 명성황후(明成皇后) 시해사건을 아는 사람이 없고, 한국 학생에게 안중근은 애국자이나 일본 학생에게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한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는 등의 역사 인식 차이가 서로의 토론 진행을 어렵게 했다는 것입니다.

일본 중ㆍ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이 금년 들어 더욱 편파적으로 자행되었다고 합니다. 아베 총리가 국제정치 분위기 여하에 따라 발언 내용을 적당히 수정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역사 사실을 둘러 싼 양 국민의 견해차이라 생각합니다.

신부용 (218.XXX.XXX.180)

일본이 우리에게 그런 나라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명명백백한 일인데 이제와서 착한 나라가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와 하는 우리가 안타깝습니다. 어떻게라도 이길 생각을 해야겠지요. 지금은 지고 있습니다. 이길 생각조차 못하고 딴 일로 날뛰고들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런 불균형이 지속되어 싸이면 그사람들이 또 온다는 무서운 사실이 아닌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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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0 06: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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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명쾌한 해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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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7 12: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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