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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늙기 전에 손주들한테 잘 해야 하는 이유
신아연 2015년 06월 02일 (화) 01:09:31
“부모들이 우리 애들 봐 주는 거야 당연한 거 아냐? 어차피 걔네들이 할머니, 할아버질 모실 테니까. 우리야 뭐 돈이 있어야지, 해 드리고 싶어도 여력이 없잖아. 그러니까 손주들한테 잘해야 되는 거지, 그분들은 지금 우리 애들 통해서 노후 보험 든 거라구.”

한 달 전쯤 서초동 어느 카페에서 젊은 여자 둘이 하던 이야기입니다. 대화 내용이 자못 충격적이라 반사적으로 두 여자를 쳐다보게 됐습니다.

너무나 ‘멀쩡하게’ 생긴 두 여자, 생긴 것만 봐서는 우리나라 여성들, 나아가 젊은이들의 표준 초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한데 과연 두 사람의 발언 또한 대한민국의 같은 또래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지 적이 당혹스러웠습니다.

맞벌이하는 자식들을 대신해 손자 손녀 봐 주시는 부모님들께 여쭙습니다. 그 녀석들한테 덕 볼 생각으로, 이담에 손 벌릴 계산으로 그 고생하고 계신지요. 일한 공은 있어도 애 봐 준 공은 없다는 말처럼 ‘공 없는 일’에 ‘공치사’나마 들을 기대조차 없건만 언감생심 노후를 의탁하다니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소리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 자식들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연실색’할 노릇입니다.

그동안 부모에게서 받기만 하고 자란 세대 아니랄까 봐 염치없고 뻔뻔하다 못해 이제는 계산까지 헷갈리나 봅니다. 아무리 백세시대라지만, 이제 갓난 ‘지 새끼’가 이담에 조부모를 봉양할 거라니요. 제가 놀란 것은 부모 등골을 ‘빼먹다’ 못해 본인들의 자식 세대까지 자기 본위로 재단하는 거리낌 없는 '요즘 젊은 것들'의 당돌하고 무도한 사고 방식입니다.

더구나 지네들 말마따나 지네들도 돈이 없는데, 지네들 자식은 돈이 있으란 법이 어디 있습니까. 또 걔네들이 조부모를 모셔야 한다면 지네들도 걔네들 자식을 봐 주고 이담에 모심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누구 맘대로 그게 가당하답니까. 돈이 없기는 또 뭐가 없답니까. 얼마나 있어야 있는 거고, 얼마나 없어야 없는 건가 말입니다. 다 마음이고 정성이지요.

기왕지사 시대가 바뀌었으니 한 대를 걸러서 노인을 봉양하는 인습이 재정착된다면야 그 또한 나쁠 게 없겠지요. 어차피 장수 시대니까요. 하지만 그 젊은 여자들의 본뜻은 그게 아니잖습니까.

부모한테 어린 자식 맡기는 걸 고마워하고 죄송스러워하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기다 못해 자기 자식들 통해서 노후 덕 보게 될 거라며 ‘면피’를 하려는 심보가 고약해도 여간 고약하질 않습니다. 공부시켜, 결혼시켜, 집 장만해 줘, 그것도 모자라 손자 손녀까지 도맡아 준 보답이 기껏 이거였나, 허탈하고 배신감 듭니다.

그러기에 돈이건, 체력이건, 시간이건, 마음이건 자식들한테 ‘올인’하지 말라고 매스컴 등에서 주야장천 떠들어도 끄떡도 않는 부모님들, 이번에야말로 생각을 좀 다시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기사 “자식한테 다 쏟아 부으면 안 된다는 걸 누가 모르냐, 알아도 하는 수 없으니 이러고 있지.” 라고 하실 테지만요.

저도 20대 중반의 자식이 둘 있지만 호주에서 자란 탓에 한국의 젊은이들과는 생각부터 다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부모를 모신다’는 개념조차 없기에 ‘내 자식한테 봉양토록 하자’는 따위의 ‘어처구니 없고, 얄미럽고, 얌체 같은’ 발상을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호주는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이니 혼자 밥 끓여 먹는 것마저 힘에 부치면 자식이 있건 없건 노후를 양로원에 의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자식들로서는 그나마 시설 좋은 곳에다 모시는 것이 노부모를 봉양하는 최선의 효도인 셈입니다. 일반 양로원 입주야 국가가 감당할 몫이지만 개인 돈이 추가되면 고급 설비와 질 높은 간호가 제공되는 곳을 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에 살 때 한 양로원 입구에 붙여놓은 글귀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젊어서 자식들한테 잘하라, 그래야 늙어서 시답잖은 양로원에 안 갈 테니!'

자식들에게 그나마 몇 푼 보태게 하려면 젊었을 때부터 자식들 비위를 잘 맞춰야 한다는 ‘씁쓸한 진실’입니다.

싫든 좋든 우리나라도 노후생활을 국가가 관리하는 쪽으로 가게 될 테니, 그때가 되면 제가 본 두 젊은 여자들의 말이 시스템 속에 담겨 이렇게 표현될 테지요.

‘늙어서 손주들한테 잘하라, 그래야 더 늙어서 시답잖은 양로원에 안 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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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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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혁 (116.XXX.XXX.98)
정말 한심하고 떨떠름한 이 시대 노인들의 현실,
기분대로 말하면 "이거 참 더러워서 살겠나~.입니다.

그리고, 모두 부모세대들이
자식 잘못 기른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교육학 박사들이신가 아니면 자식 교육의 천재들이신가요.


이 세상에 자식 잘못 되기 바라는 부모 없듯이 잘 되기 바라지 않는 부모 또한 없지요~.
교육에도 과학이 필요하다고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것입니까?
우리 세대들은 그런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그런 사랑으로 자식을 키워왔지요..

그저 정답은 노친네들이 야무지게 제 살궁리 하면서
재산관리,감정관리를 잘 하는게 그나마 존중(대우) 받으면서
사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금언' 있잖습니까?!
재산, <일찍 물려주면 굶어죽고 안 물려주면 볶여 죽는다>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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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0 11: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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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220.XXX.XXX.246)
이 모든 이상한 현상이 잘 못 된 교육탓이 아닌가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라고 기억합니다
"효도는 100행의 근본이다!" 슬로건에 맞는 그림을 그리도록 해서 저는 아파 누워계시는 엄마옆에 쭈그리고 앉아 엄마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주는 모습을 그렸더랬습니다.인물화는 지지리도 못 그렸던 제가 제 그림을 보더라도 엉성했습니다. 당시 선생님은 문홍규 선생님이셨고, 핸섬하셨고 노래도 잘하셨죠. 그래서 노래 잘하는 저를 알아보시고 반주해주시며 저더러 노랠 부르게하셨죠~^^
그땐 효도는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었고 수시로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통해 귀가 닳도록 들어 체화되었는데 지금의 학교 현장엔 오직 지식전달만,점수 향상에만 올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언제 효도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겠습니까!
물론 지나친 윗사람에 대한 공경은 권력에 대한 순종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어렸을 때부터 효도는 당연한 인간의 도리임을 가르쳐야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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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7 0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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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여우 (119.XXX.XXX.124)
호주는 그래도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손벌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부모와 자식간에 돈 문제 때문에 치사한 일은 벌어지지 않구요, 나름 품위도 지킬수 있구... 한국도 복지문제가 더욱 관대해야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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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3 16: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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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220.XXX.XXX.195)
글쎄요, 그것도 자식을 어떻게 키웠느냐에 따른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시대에 놓이게 될 저 자신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도 이제는 다른 동물과 별반 다를 것이 없게 되나보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키워 놓으면 떠나보내야지요. 모질게 그리고 모진 마음을 먹고라도 말입니다.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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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3 16: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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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9.XXX.XXX.124)
그래서 저는 차라리 제가 떠나왔네요.^^ 농담이 아니라 부모가 헤어져 베이스 캠프가 없어지니 지들 살 길 찾아 성큼성큼 독립을 하는군요. 자식 독립의 관점에서 보면 이 방식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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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3 16: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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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210.XXX.XXX.50)
씁쓸한 이야기 흘려보내려니 다시 뒤돌아보게 되고 그렇습니다.
노후 준비 대충이 아나라 철저히 하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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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2 14: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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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술시 (117.XXX.XXX.3)
산업화 시대의 베이비 붐 세대들이 그 과정을 겪으면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백세 시대가 온다하니 반성들 하시고 이제라도 마음 고쳐먹고 올바른 가치관의 사회가 되도록 내 스스로가 노력하면서 속해있는 단체들의 사고도 바꾸도록 노력하면서 소풍의 기간 잘 마무리들 하시는 것이, 또 그때 후회를 덜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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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2 12: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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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히한한 계산법도 있군요. 웃음이 나옵니다. 어쩌다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들의 생각이 그런식으로 돌아가는지 혹 말세가 오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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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2 12: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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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야 (222.XXX.XXX.19)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격대교육이라고 집안에서 할아버지가 손자를 가르치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인성교육이었겠지요. 노후를 부탁하기 위해서 손주한테 잘하는게 아니라 바른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이었을텐데요. 이제는 많이 삐뚤어져 뭘 바라고 하는 셈이 돼버렸네요. 철없는 젊은 여자들 말이지만 씁쓸합니다.

조금 다른 얘기인데 지난 주 일요일자 중앙선데이에 고미숙 선생님이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얘기하면서 10대에 애를 낳고 그 애들을 부모가 키우면 문제해결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사회적인 대안이죠. 나름 일리있는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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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2 10: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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