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가 내다본 메르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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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가 내다본 메르스 사태

허영섭

2015년 06월 11일 (목) 01:14:04

“이 연대기가 주제로 다루는 기이한 사건들은 194X년 오랑에서 발생했다. 일반적인 의견에 따르면, 흔히 볼 수 있는 경우에서 벗어나는 사건치고는 그것이 일어난 장소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 오랑은 하나의 평범한 도시로서 알제리 해안에 면한 프랑스의 한 도청 소재지에 불과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페스트’의 첫 대목에서 묘사했듯이 죽음의 돌림병은 평범한 도시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게 됩니다. 주택가 계단에 쓰러진 쥐 한 마리가 신호탄이었지요. 곧이어 건물 내부의 복도에서도 피를 토한 채 웅크리고 있는 쥐가 발견됩니다. 사람들에게도 병원균이 옮겨붙어 격리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일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도시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온 나라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정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불과 20여 일 전까지만 해도 이런 끔찍한 상황이 닥치리라고 어느 누가 감히 생각이나 했을까요. 이미 확진 환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9명이 사망했으며 격리 대상자만 해도 무려 3,400여 명에 이릅니다. 초·중·고교도 집단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주말로 고비를 넘길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지만 그렇게 쉽게 잡힐 기세가 아닙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서 위세를 떨친다는 이 병원균이 도대체 왜 한국에서 마치 제 안식처를 만난 것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을까요. 계절적으로 여름철이라 날씨가 중동처럼 덥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풍토 여건은 취향에 익숙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초동 대응에 섣부르게 나섰다가 사태를 키운 것입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서로 안전의식을 되뇌었으면서도 정작 속마음은 딴 데 팔려 있었던 탓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집으로 돌아오면 손을 닦는 방법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니 말입니다. 그나마 당초 40%에 이른다는 치사율이 우리 여건에서는 훨씬 낮아진 것으로 확인된 정도가 다행입니다. 지역 감염 사례도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인 공포감이 덜해진 것도 아닙니다.

앞서 ‘페스트’의 내용처럼 카뮈는 전염병의 집요한 공세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줍니다. 나름대로 환자의 고름을 뽑아가며 돌보는 사람도 있고, 갈피를 못 잡고 흐트러진 공동체의 질서를 찾으려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이 계속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결국은 허물어지기 마련입니다. 비참한 현실에 부딪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그려 보이고 있는 것이지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의사나 신부, 신문기자, 공무원이 무기력하기는 모두 비슷합니다. 도시는 이미 폐쇄되어 탈출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페스트는 신이 내린 심판이며, 따라서 거역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으로 간주하려는 사람들도 등장합니다. 골목마다 죽은 쥐가 널브러진 도시 안에 꼼짝없이 갇혀 전염병의 처분만 기다리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이야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긴,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전염병 가운데서도 페스트만큼 무서운 질병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름조차 ‘흑사병’입니다. 14세기 당시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는 인구의 30~40%가 목숨을 잃었다는 추계까지 전해질 정도입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페스트가 번진 적이 있었습니다. 카뮈의 소설은 그때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그 자신 프랑스의 식민지로서 작중의 무대가 된 알제리에서 태어났다고 하지요.

그러나 페스트가 아니라도 인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의해 끊임없이 곤욕을 치러 왔습니다. 근년에 나타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이나 에볼라, 사스, 신종플루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콜레라,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전염병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꾸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이번의 메르스도 그러한 경우입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전염병이 계속 모습을 바꿔가며 공격을 감행하는데도 사람들의 대응은 무사안일하기 일쑤라는 점입니다. 이번에도 초동 대응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후속 조치에서도 계속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의심환자 받기를 거부한 병원이 있었는가 하면 격리 대상자가 버젓이 여기저기 나돌아 다녔습니다. 감염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학생들이 단체 건강검진을 받았던 경우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이나 병원, 감염자 모두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요.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사태가 확대될 대로 확대된 뒤에야 감염자들이 거쳐 간 병원 이름이 공개됐다는 점입니다. 당국이 일반 국민들의 감염 우려보다는 병원의 운영을 더 걱정했던 것이 아닐까요. ‘감염병 예방법’에는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그 권리를 명백히 침해당한 것입니다. 국민들이 최소한의 자구책도 행사하지 못한 게 그런 까닭입니다.

이번 메르스 파동이 가라앉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변형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쳐들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식이어서는 그때마다 피해를 키우기 마련입니다. 애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덤터기를 쓰게 된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만약 카뮈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실존주의 작가로서 요즘의 한국 사태를 과연 어떻게 묘사할지 궁금합니다. "병원균은 우리 각자 내부에 존재한다"는 '페스트'의 한 구절을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비술시 (117.XXX.XXX.104)

국민정부 참여정부때문에 국가 품격이 생긴지 알면서도 단지 권력 뺏겼다는 안좋은 추억때문, 모든 문제를 권력을 지킨다는 죽기 살기의 접근법이 모든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70년 국민 염원인 통일도 마찬가지지요.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이 정부가 문제이고...불법으로 집권했음이 알려져 동력이 떨어져 이제 식물 정부가 되었어요. 모든 문제를 해결을 못하고 돌려막기만 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정부 상태입니다.세월호 메르스를 거치면서 매우 많은 국민들의 의식이 달라지고 있고...이제 그걸 또 방구뀐놈이 성낸다고...서울시장 수사하고 보도사장 수사하고...가는 길이 유신 말기 현상 같아요. 빨리 집권세력에게 먼저 주의를 주세요. 그게 더 현명한 방제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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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5 17: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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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ㅇㅇ는 2015년 5~6월 한국을 여행 중이었다..."로 시작해서 "한국이란 나라는 ..."로 펼쳐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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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10: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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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웅 (220.XXX.XXX.114)

"병원균은 우리 각자 내부에 존재한다"라는 마지막 글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읍니다. 작금의 문제를 국민 개개인의 관리 잘못으로 말씀하시는 건지? 개인 각자가 숙주라는 것인지 ? 이번 재난은 정부,공무원들의 책임임이 분명합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한 것입니다. - 또 세월호 참사때처럼 유야무야 넘겨 버리겠지만- 국민이 모두 성인군자가 아닌 까닭에 국가는 3부조직이 있는 것이고 그조직에게 국가 경영 역할을 위임해 놓은 것 아닙니까.세월호 때처럼 기업인과 종업원등 일반인에게 온통 죄를 뒤집어 씌워 끝내버리는, 일반국민 모두가 잘못이다라는 식의 귀책사유가 불분명한 논조는 옳지 않습니다.현대 사회는 페스트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읍니다, 의료와 IT, 행정력이 고도화 되어 이를 활용한 사회생활이 일반화 되어 있는 시대입니다. 즉 정부관료, 공무원들은 이러한 여건하에서 직무가 맡겨져 있어 이를 활용하여 충분히 대처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질서유지라는 본연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며 이번 재난의 책임은 분명히 그들에게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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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1 10: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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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58.XXX.XXX.58)

"메르스, 간과해서도 안되지만 기획된 음모에 맞장구치다가"라니요?
누군가는 세월호가 음모에 의한 것이라더니.
인내천, 선량한 농부라고 들었는데 그런 분이 쓴 글로는 여겨지지 않는군요. 대단한 군사전략가거나 정부 전복 선동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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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1 1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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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211.XXX.XXX.5)

인내천 선생님,
선생님의 의견은 충분히 존중합니다. 그러나 공개된 토론의 공간에서 하시는 말씀으로는 지나친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고 정부를 선택합니다. 그렇게 구성된 정부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최대한 신뢰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에 선거로 심판하면 될 것입니다. 선생님의 의견은 받아들이겠지만 표현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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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09: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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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211.XXX.XXX.5)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요. 어떤 면에서는 모두 획일적으로 생각하고, 똑같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토론 방식이 더 문제가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심하게들 다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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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1 10: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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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220.XXX.XXX.246)

논지에 동의하면서 부러 메르스 사태를 띄운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메르스 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치사율 95%나 되는 살아있는 탄저균을 주한 미군의 오산기지 내에서 살험하다 미군 26명에게 노출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뉴스를 접하고 우리나라가 과연 주권국가인가를 장탄식하며 분노하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메르스가 튀어나와 탄저균소동이 사라졌지요?
부실한 자료제출의 엉터리 황교안 총리청문회가 묻히고 있죠?
부정선거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인양 요구도 가라앉고 있죠?
성완종 리스트도 어물쩍 넘기려하고 있죠?
이명박정권의 4대강 비리와 자원외교 비리도 수면 밑으로 침잠하죠?
대한민국, 나라라고 할 수 있나요?
메르스 보다 탄저균 보다 더 해악을 끼치는 사드 배치도 조용히 진행되고 있지요? 우리에겐 무용지물이고 러시아와 중국의 타깃이 되지만 일본과 오끼나와의 주일미군을 보호하는데는 다소 유용한 사드를 수조원을 들여 설치한다구요? 돈을 들여 화약을 사서 짊어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어리석은 대한민국이 나라인가요?
자국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학교급식도 재정의 낭비라며 칼질하는 자들이 쓰잘데기 없는, 화를 자초하는 무기 사오는데는 펑펑 씁니까?
메르스, 간과해서도 안되지만 기획된 음모에 맞장구치다가 더 귀중한 것들을 지나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신 한미일 삼각동맹을 통해 철천지 원수 일본 군대의 한반도 재진입이 자유롭게 되어가는데도 손놓고 미국만 쳐다보는 무능한 현 정권은 속히 퇴진해야 합니다!
주권재민이 실현되는 나라라면 세월호사건 하나만으로도 탄핵요건이 충족되고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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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1 04: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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