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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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실현될까

김수종

2006년 10월 02일 (월) 00:00:00

퇴임한 미국대통령이 다시 취업을 한다면, 어떤 자리가 가장 적합할까요?
유엔사무총장이 유일한 자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대통령의 권력에야 훨씬 못 미치지만, 유엔사무총장은 명예 및 품격과 역할이 겸비된 세계 지도자의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사무총장 물망으로 입소문에 오른 전직 미국대통령이 있습니다. 카터가 그랬고, 클린턴도 그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런 일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유엔헌장에는 사무총장 자격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는 대신, 60년 동안 이어진 관행이 있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소위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총장후보를 내놓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이런 관행을 무시하고 클린턴을 후보로 내세운다면,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가 안보리 추천 과정에서 고개를 가로저을 것입니다.

2차대전 직후 전승국 주도로 유엔이 창설되면서부터 유엔사무총장은 방대한 국제기구의 관리자이자 평화의 중재자로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2차 대전의 영웅이었던 아이젠하워 장군이 서방언론의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소냉전의 시작으로 사무총장은 강대국의 실력자가 아니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립적이고 작은 나라 외교관을 선정하는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노르웨이 외교관 트리그브 리가 첫 유엔사무총장이 되었습니다. 그 후 유엔사무총장이 된 대그 하마슐드(스웨덴) 우탄트(버마) 쿠르트 발트하임(오스트리아) 케야르(페루) 부트로스 갈리(이집트) 코피 아난(가나)은 모두 이런 조정과 타협을 거쳐 선출된 사람들입니다.

놀랍게도 그 유엔사무총장 자리가 우리나라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지금 전 세계 외교계는 안보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과정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엔사무총장은 안보리의 추천을 받은 단일 후보가 192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유엔총회의 인준을 얻어 선출됩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안보리의 추천이 곧 당선 보증수표와 진배없다는 얘기입니다. 안보리는 교황선출방식에 비견되는 투표를 합니다. 즉 여러 번의 투표를 통해 이사국들은 후보자 개개인에 대해 ‘찬성’ ‘반대’ ‘의견없음’을 표시합니다.

3차례의 투표 모두에서 반장관은 일등을 했습니다. 9월 28일 투표에서 반장관에게 찬성13표, 반대 1표, 의견없음 1표가 나왔습니다. 2등을 한 인도출신 타루 유엔사무차장이 얻은 찬성 8표와는 큰 격차입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 언론은 반장관의 추천가능성을 대세론으로 보도하는 것 같습니다.

유엔사무총장이 되려면 5개 상임이사국의 지지가 필수적입니다. 회사에 비유한다면 상임이사국은 대주주이고 총장은 고용사장 꼴입니다. 특히 미국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총장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에게 밉보였던 부트로스 갈리는 연임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유엔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중국, 러시아는 반장관에게 긍정적인 모양입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조금 애매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시간으로 2일 밤 열리는 4차 투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이 사용할 투표용지가 구별되어, 상임이사국의 반대여부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생긴다면 유엔사무총장 선출과정은 예측 못할 변화를 맞게 될 것입니다. 영국의 더 타임스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의 비우호적 보도는 총장선출의 민감한 정치적 맥락을 말해주는 실마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유엔총회의 옵서버석을 지켰던 한국이 이제 유력한 유엔사무총장후보를 내게 된 것은 대단한 변화입니다. 반장관의 국제인맥과 외교역량도 크게 기여했겠지만, 대통령의 역할도 크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봅니다. 특히 부시정부와는 어떤 외교적 교감을 나눈 것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반장관이 성공한다면, 그것 하나는 노무현대통령의 외교적 업적으로 남을 일이라 하겠습니다.

유엔무대는 큰 나라 작은 나라 할 것 없이 국익을 저울질하며 움직이는 곳입니다. 공을 들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되는 세상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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