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영환 사에라
     
기우제를 계속 지내야 하나
김영환 2015년 06월 24일 (수) 04:28:59
소양강댐 기우제가 지난 3월 준공 41년만에 처음 열렸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풍요롭던 소양강 댐의 상류는 하얀 맨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수량입니다. 중부의 극심한 가뭄은 38년의 가뭄 대주기에 들었기 때문이라는 기상환경 학자의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3월 말 강화군 밭 두 고랑에 감자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자라지를 않았습니다. 씨감자 탓만 하고 있었는데 한 열흘 전에 비닐을 덮어씌운 곳에 손가락을 넣어보니 부엌 아궁이의 재처럼 뽀송뽀송했습니다. 절반가량이 죽었습니다. 진작 물을 주어야 했는데 감자는 심을 때만 주고 내 할 일 다 했다라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참 무심했습니다. 왜 올해는 보랏빛 꽃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푸념만 늘어놓았죠. 메추리알 같은 감자나 얼마 거둘 모양입니다.

강화군이 극심한 가뭄입니다. 남한의 북서부 거의 끝자락에 있으니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는 까다로운 지역입니다. 우리나라 연간 평균 강수량이 1300밀리미터 정도인데 6월이 다 지나가도록 강화도엔 겨우 130밀리미터 남짓 내렸으니 해갈이 될 리가 없죠. 강수량이 작년에 훨씬 못 미칩니다. 섬의 남서부 일부는 그나마 마니산이 품은 저수량으로 좀 견디는 셈입니다. 북부와 남동부가 아주 심합니다. 고려가 몽골군과 싸우면서 개경에서 강화로 39년간 수도를 옮겨 간척한 바다의 논밭에는 가뭄에 어떻게 물을 댔을까요. 이러니 물을 퍼 올리는 용두레와 저수지가 많아 생겼겠지요

요즘 모를 겨우 낸 농민들도 안심할 수 없어 거의 물의 흔적만 남은 개울 바닥에 양수기 파이프를 꽂고 물대기에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장마가 7월에나 중부로 올라온다고 하니 수심에 찬 농부들은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여 민심이 좀 사나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일요일 강화도 남동부 화도면의 가뭄 현장을 찾아 소방 호스로 벼논에 물을 뿌려 주었습니다.

예부터 지도자들은 농업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습니다. 10세기부터 고려의 왕은 친경, 왕비는 친잠을 했습니다. 조선 세종은 경복궁 후원인 향원지 인근에 논과 밭을 조성하여 작목을 연구하며 친경을 했고 농사직설이란 영농기술 서적을 편찬시켜 전국에 배포했습니다.

거의 천수답이었을 당시 비가 안 오면 임금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숙종은 “밭두둑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백곡이 이미 다하여 추수를 바랄 길 없다. 오장을 불에 굽는 것 같되 구제할 길을 알지 못하겠다”고 기우제 거행을 전교했습니다. 숙종은 또 “고요히 그 허물을 생각하니 과인의 부덕에 있다. 등용이 고르지 못하여 그러냐. 궁금(宮禁)이 사치해서 그러냐, 언로가 막혀서 그러냐. 어루만져 구휼하지 않아서 그러냐. 뇌물을 자행하며 남을 섬기기를 좋아해서 그러냐. 아침저녁 근심하고 두려워해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도다. 아! 조야 사이에 삼가고 화합하는 의리는 듣지 못하겠고 오직 정해진 예론을 가지고 현란하게 소요를 일으키니 내가 심히 미워한다”며 자책하고 신하들을 비판하면서도 널리 직언을 구했습니다. 뭐든지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지금의 정치인들이 결코 자공(自供)하지 않을 말을 임금이 주저 없이 표현했죠. 가뭄으로 가장 중요한 농업이 타격을 받고 굶어죽는 백성이 속출하는 나라에서 이를 막고 속죄하려는 임금이 무슨 말인들 못했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요즘 가뭄이 들자 4대강 논란이 또 도졌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저수량이 7억 톤이나 늘었는데 다른 곳은 가뭄으로 아우성이라고 비난합니다. 야당 대표가 강원도 대관령의 가뭄 현장에 가서 가뭄과 4대강에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그 물은 거의 바다로 흘러갔겠지요. 4대강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본류에 토사를 제거하여 물을 채웠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4대강 사업이 ‘진정한 녹색뉴딜 사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인들의 고질병은 물리적인 현상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풍부한 물이 있으면 논밭에 댈 수 있도록 지류와 지천에 후속 조치를 취해서 정비 예산을 배정했으면 될 일입니다. 국회는 4대강이라면 무조건 운하라면서 이를 악물고 반대해 정부가 제출한 2012년 예산안에서 5,500킬로미터의 1차 농업용수 공급시설을 만들 2,000억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은 내 운하용 물이니 논밭에 쓰지 말라고 했던가요.

150일 동안 놀고먹었던 19대 국회는 늘 딴짓을 하다가 무슨 일만 터지면 남부터 비난합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대로 “내 탓이오”라고 해보시죠. 이런 정치에 신물이 납니다. 고도성장은 옛날이야기고 성장률이 일본의 절반 남짓인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나라가 주저앉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과 메르스와 가뭄에 자신들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국가 예산을 떡 주무르듯 하면서 입법 만능을 읊고 이를 실천 중인 사람들. 아무런 사전 예방책을 세우지 못한 입법부 국회의원들입니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릅니다.

방법은 하나뿐. 내년 총선에서 애국 시민들이 비애국의 DNA를 대대적으로 걸러내야 합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5퍼센트 밖에 받지 못하는 19대 국회는 사실상 탄핵 받은 국회입니다. 대통령도 식물로 만드는 그 잘난 의회 독재 권력으로 세월호와 메르스와 가뭄은 왜 막지 못했습니까?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6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열린세상 (223.XXX.XXX.43)
2009년 3월 발표된 UNEP의 Global Green New Deal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은 4대강 사업 추진 2년차로 당시 정부에서 환경 개선 및 20만명이 넘는 고용 증대 효과가 있다는 장및빛 계획을 국내외에 한창 홍보하던 때 였고 이러한 계획이 보고서에 인용된 것일 뿐입니다.
필자의 개인적 신념 표현과 주장은 자유지만,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 권위에 의한 논증은 곤란합니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된 지금도 UNEP에서 진정한 녹색뉴딜사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는지요?
답변달기
2015-07-10 17:21:05
0 0
이정원 (222.XXX.XXX.69)
백번 공감합니다. 정치권이고 매스컴이고 한결같이 어울려 대통령 욕하기에 바쁩니다. 강화도에서 대통령이 물을 댔다고 쇼라고 하는 국회의원을 봤습니다. 박지원 의원입니다. 만약에 대통령이 그런 행동을 안했으면 일국의 대통령이 가믐현장에 나와보지 않는다고 또 씹었을 겁니다. 정치권은 특히 야당은 대통령보고 기우제를 안지낸다고 욕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재 심보를 가졌는지 왜 잘하던 못하던 늘 반대만합니까? 그 사람들 다 대학교 나온 엘리뜨들입니다. 대학에서 학문을 그렇게 배웠나요? 연평해전 때 국군통수권자가 일본에 가서 월드컵축구 결승전을 보고 있는 한심한 나라이니 누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려고 하겠습니까? 국회의원들 1달만 한겨울에 최일선 GP에 가서 보초를 서라고 해야 합니다. 입만 살아서 나라를 진정의로 위하는 국회의원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고도 누릴건 다 빼놓지 않고 찾아 먹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머리에 왜 하느님은 벼락을 내리지 않는지 원망스럽습니다. 오늘 누가 카톡을 보내서 보니 평택 성모병원 원장의 피맺힌 절규가 실렸더군요. 뭔가 생각이 안나지만 원장이 주장한 것을...아, 제3자에게 감염이 안된다고 관계자가 말해서 격리를 안시켰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만 죽을놈 됐다고 절규하더라구요. 이제 문을 닫아야할 형편이라고....공무원들도 이처럼 한심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누수현상이 오는건가요? 메르스가 완전 섬멸되고 나면 이런 공무원들, 아니 그 책임자까지 모두 불러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혹독하리라 할만큼요.어떻게 자기들 의무는 아니하면서 병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겁니까? 싱카포르 이콴유 수상이 와서 1년만 이나라를 통치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입법, 사법, 행정 어느곳 하나 썩지 않은데가 없습니다. 이러고도 이만큼 굴러가는 것은 국민들이 현명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도 카페에서 주장하였지만 내년 선거에서 이런사람들 모두 낙선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힘이 무서운줄을 몸으로 체험해야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5-06-24 10:18:16
0 3
맑은 비 (1.XXX.XXX.254)
죽은 논에 소방호수로 퍼포먼스 한 일 말씀하시는건가요?
죽지않은 논에 저렇게 수압이 센 물을 뿌리면 풀들 다 죽습니다...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일국의 대통령이 저런 쇼 하는게 맞다고 보시나요?
세상에 가뭄 났다고 죽은 논에 가서 소방호수로 물 뿌리는 퍼포먼스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요? 차라리 '기우제'를 드리지요.
일국의 수장은 가뭄현장에 와서 쇼를 할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법을 제시해야지, 유체이탈하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웃긴 나라죠.
현 정부에서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 손에 꼽히는데, 매일 '빨갱이' 논란질이나 해대고, 그거에 넘어가는 한심한 인간들이나....쯧쯧
답변달기
2015-06-24 11:01:08
3 1
김승재 (115.XXX.XXX.106)
옳으신 말씀 잘 보았읍니다.
답변달기
2015-06-24 09:30:46
0 3
맑은 비 (1.XXX.XXX.254)
아직도 4대강 사업을 찬양하는 분이 계시다니 참 답답하네요.

가뭄과 홍수 방지를 위한다는 4대강 사업 결과물이 수십조 쏟아붓고,
4대강 주변은 녹조라떼로 환경파괴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정치인 비판을 하는 님이 더 어불성설입니다.

국민의 혈세 '수십조' 쏟아부어서 대한민국 살림살이와 환경이 좀 나아졌습니까? 눈과 귀를 닫고 사시나요?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보다 훨씬 건전한게 서로에 대한 비판입니다.

김영환 님도 결국 타인에 대한 비판글을 쓰신거잖아요....
답변달기
2015-06-24 09:21:47
4 1
J..R. Park (121.XXX.XXX.194)
예로부터 한발이 들면 국왕이 죄인을 자처하였지요. 이제는 국민이 주인이니 국민이 죄인임을 인식하여야 할터인데 의식없는 국민만 세상에 넘칩니다. 그렇더라도 벌을 받기에는 불쌍하고 어리석은 국민, 국민의 대표로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당장 무거운 벌이 내리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답변달기
2015-06-24 08:25:02
1 3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