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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시(七步詩)
김창식 2015년 08월 10일 (월) 01:21:34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같지 않은 영화'가 상영되고 있어요. 주인공(신동주/신동빈)과 총제작(신격호)은 알겠는데 감독이 누구인지는 모르겠군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롯데그룹 내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기업 막장 드라마나 음모와 괴계(怪計)가 난무하는 느와르를 보는 느낌이 들어요.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봉건시대의 패악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가 특히 복잡합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를 맡고 있는 특이한 구조에다, 직원이 3명뿐인 초미니 회사(광윤사)가 지주회사의 대주주이고, L투자회사로 지칭되는 정체불명의 회사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다수 포진되어 있다고 합니다. 기업집단 내 순환출자 고리도 416개나 돼 미로처럼 얽혀 있다고 하는군요. 이에 더해 그룹 수뇌부인 핵심 친족과 전문경영인이 이해득실에 따라 엇갈리고, 방송을 통해 막말 비방과 저질 폭로전을 펼쳐 관전자의 눈을 어지럽게 합니다.

재벌그룹 내 진흙탕 싸움은 많은 역사‧인문학적 코드를 품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부정적인 것이긴 하지만요. ‘카인과 아벨(형제 살해)’ ‘카노사의 굴욕(석고대죄)’ ‘왕자의 난(골육상쟁)’ ‘상왕 유폐(노인 학대)’ ‘루비콘강 도하(사생결단)’ '태풍의 눈(롯데호텔 신관 34층)'…. 형제 간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삼국지>에 나오는 ‘칠보시(七步詩)’도 생각납니다.

한(漢)의 승상 조조(曹操)는 시문에 능한 셋째 아들 조식(曹植)을 총애합니다. 조조가 죽은 후 제위를 이어받은 큰아들 조비(曹丕)는 같은 어미(변태후)에서 난 동생 조식을 경계하여 일곱 걸음을 내딛는 동안 시를 한 수 짓도록 명합니다. 감성적이며 순발력이 있는 조식은 죽음을 앞두고 일곱 걸음에 시를 지어 깨우침을 줍니다. 이에 조비는 가책을 느껴 조식을 봉읍지로 돌려보내지요. 나중 조비는 신하들의 옹위를 받아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조식은 울화병으로 죽습니다.

당대의 빼어난 시인인 삼조(三曹, 조조‧조비‧조식) 중에서도 가장 문재기 뛰어난 천재 조식의 ‘칠보시(七步詩)’는 읽을수록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절묘한 의인법의 풍유이자 삶의 이치와 도리를 에둘러 말하는 아포리즘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음은 ‘칠보시’의 원문입니다.

콩대를 태워 콩을 삶는데(煮豆燃豆萁)
가마솥 속에서 콩이 우네(豆在釜中泣)
본시 한 몸에서 나왔건만(本是同根生)
어찌 그리 급히 달구는가(相煎何太急)

과거 현대그룹을 비롯 다른 재벌사에서도 닮은꼴 불량사례가 있었지만, 롯데그룹 내분은 한층 유치하고 저열하여 재벌에 대한 의구심과 부정적 시각을 더욱 증폭하게 될 것입니다. 금번 사태가 어떻게 판가름날지 모르겠습니다. 이사진을 장악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리한 형국이지만,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 누가 조비고 조식인지 아직은 알 수 없어요. 이번 사태는 지루한 소모전 끝에 승자도 패자도 없는, 아니 모두가 패자인 참담한 모양새로 종결될 것입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일 테고요.

재벌그룹의 추악한 민낯과 전근대적 가족 경영의 폐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휠체어에 앉은 퀭한 눈의 신격호 총괄회장의 허탈한 모습과 어눌한 말투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군요. 백화점과 식품, 소비재 산업이 주 산업분야라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편인 재계 상위 서열의 롯데그룹이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안타깝습니다. “껌이라면 롯데껌~” 해맑은 음색의 CM송이 허공에 헛되이 흩어지는군요.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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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25.XXX.XXX.139)
재벌들이야 다 거기서 거기지만 롯데는 더 심하군요
지역 군소도시까지 종합쇼핑몰 롯데아울렛을 열어 중,소 가게들의 몰락을 시도하고있어 상인들과 지역민들이 하나되어 막아내는데 안간 힘을 쓰고 있습니다!
순수한 국내자본도 아닌 정체불명의 외국자본이 골목상권까지 죄 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지방 자치단체장이나 지역의원들이 별 생각 없이 인허가를 해줘버리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대형 쇼핑몰의 지방도시 진출이라도 막아 자본주의의 모순인 빈부의 격차를 줄여가야함에도 오히려 집중을 돕고 있으니 이들의 사상부터 검증을 해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의 헤킹사건을 묻어버리려 부러 부풀려 모든 언론에 도배질하는 꼴도 보기 사납습니다!
재벌도,언론도,정권도 국민을 졸로 보고 있으니 얼마나 따끔한 매를 맞아야 정신차릴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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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09:57:40
0 0
김창식 (110.XXX.XXX.252)
댓글 감사합니다, 인내천 선생님.
치우침이 없는 글을 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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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13:40:13
0 0
김진수 (115.XXX.XXX.131)
재벌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나 적대시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몇날 며칠을 뉴스에 접하면서 대중매체들 보도하는 형태를 한심하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들 재산 지배구조에 대한 모양새를 우리들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본적이 있습니다.
어머어마한 돈을 가진 부자보다 주변에 있는 평범한 부자들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우리 근처에 부자가 있을경우 자기가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부자 재산에 대해서 일일이 간섭하고 시기하고 부정적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험담하면서 살아가는지요? 그렇다면 스스로 쓸데없는 일때문에 스트레스를 만들어가면서 사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여겨집니다..
국민이 알권리를 주장하면서 미주알 고주알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그들이 그걸 알고나면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참 궁금해집니다.
필자는 이런 칼럼을 쓰면서 주장하고 얻어내려하는 것이 무언지 전혀 내용속에 표현을 안하고 너도나도 떠드니까 나도 한번 분위기에 편승해서 나는 여러분들과 같은 피해자(?)라눈걸 알리려는 건가요? 그렇다면 그걸 알려서 행복해지셨습니까? 껌으로 대변하는 롯데제품들을 불만 표출한 이후 불매운동이라도 하실겁니까? 주장하는 목적이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뜻을 알수가 없어서 답답합니다. 롯대주식을 소유해서 롯데사태가 난후 피해라도 보셨나요? 아니라면 그들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기업윤리에 대한 교과서에 실릴만한 내용이 이거다라는 생각이라도 해보시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주머니에 얼마나 가지고있던 그건 그들 재산이니까 나와 상관 없다하신다면 롯데그룹 재산이 어떻게 돌아가던지 "냅두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신경 쓸일 있으면 다른일에 열공하는 것이 어떨까요? 롯데 사태에 대해서 부정적인 관심은 가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도 시비걸 자격도 권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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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00:15:05
0 1
김창식 (110.XXX.XXX.252)
댓글 감사합니다, 김진수 선생님.
건전하고 상식적인 부자는 존경받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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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13:42:34
0 0
전해주 (110.XXX.XXX.199)
안타깝고 답답한 일을 수준 높은 글로 표현 하셨네요.
즐감하였습니다.
삶의 이치와 도리를 깨닫는 일은 돈으로 할 수는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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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0 10: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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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52)
공감 감사합니다, 전해주 선생님.
지성과 감성이 함께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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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13: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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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똑 같은 주제를 다른 각도에서 재미있게 푸셨군요. 빼어난 글의 맛과 멋을 형기롭게 만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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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0 09: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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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52)
꼰남 선생님의 공감과 격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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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13: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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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익 (210.XXX.XXX.193)
아이들이 그들의 안좋은 모습을 배울까봐 염려됩니다.
그렇다고 그들? 처럼 재산이나 많이 갖고 있으면 모르련만^^

소유지분의 문재로하여 부자애 형재애 가족애가 그토록 무참히 무너질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면 어떡하나 하는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궁극적으로 무었을 향하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 다시 되묻게 하는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오히려 크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소수 지분으로 수많은 지분 소유자들의 권한을 초월하여 주권을 행사하는 현행 경영 시스템을 재고할 수 있게함과 동시에 한 가족의 고급스러운 파괴로 치닫게하는 이샇한 경영권 승계 시스템을 어떻게 정리를 할 수 없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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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0 08: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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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52)
이동익 선생님과 함께 삶의 도리를 비롯 많은 것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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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13: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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