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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의 이상한 당당함
김영환 2015년 08월 28일 (금) 03:02:25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71)가 5년 1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 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지난 24일 수감되었습니다. 국회의원직도 상실한 그는 판결 직후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입니다. 비록 제 인신을 구속한다 해도 저의 양심과 진실마저 투옥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강경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사법 정의가 죽었다'는 의미로 입었다는 검은 상복에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회원 100여 명이 결백의 상징으로 준비했다는 백합꽃과 성서를 들고 한 전 총리는 구치소로 들어갔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이렇게 사법부의 최종심을 비웃는 당대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을 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 당당하게 만들었을까 황당해하면서 정말 이것이 정치탄압일까라고 의문을 갖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거짓말도 자주 하면 믿게 된다는 선동가의 말을 그는 신봉하는 것인가, 치부를 덮으려는 정치 쇼라고 그의 결백을 의심하는 사람도 많겠고요.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빼면 최고급의 여성 지명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3선 국회의원, 여성부, 환경부 장관에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대표 역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고 2010년에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여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0.6퍼센트포인트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석패한 이력이 있습니다. 여성계와 좌파의 대모(代母)라는 말을 듣는 그가 구치소에 들어가던 날 많은 여성계 인사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그를 배웅했습니다.

카랑카랑하고 단호한 어투, 안경 너머로 사람을 꿰뚫는 눈빛, 그러면서도 온화한 얼굴은 그가 총리 시절 국회의 대정부질문 답변 때 보여준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불문학을 했다는 이유로 더 친근감을 주는 그는 리더에 어울리는 풍모라서 속으로 대선후보감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명숙 당시 총리를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5월 출간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회고록 ‘바보, 산을 옮기다’에 실렸습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대선후보가 되면 자신의 이념 문제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도 합니다.

자신의 말 그대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2012년 19대 총선의 선거연대를 위해 손잡았던 통합진보당은 위헌 정당임을 이유로 작년 말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었습니다. 그가 곳곳에서 이정희 통진당 공동대표와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고 흔들 때에 국민들의 애국심도 흔들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통진당 재판 과정을 보도하는 방송 매체에서 그런 영상은 자주 노출되었습니다. 스스로 약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대에 맞게 궤도를 수정하지 못한 의식화의 실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결국 그는 ‘묻지마 식’의 야권후보 단일화로 통진당의 원내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데 크게 기여했고 민주당에게 ‘종북의 숙주’라는 치명상을 안겨 정권 창출에서 멀어지게 하는 데 일조했다고 판단할 국민이 많을 것입니다. 노무현 추도식에서는 대통령을 지낸 고인을 배려한다고 하여 제단에 깔아놓은 태극기를 어쩔 수 없이 맨발로 밟고 묘비에 헌화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건설회사 대표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의 일부가 여동생의 전세금 1억 원으로 들어간 물증이 드러나 대법관 전원은 그가 최소한 3억 원은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고 나머지 6억 원은 8대 5로 유죄가 우세했습니다. 내가 받은 돈은 깨끗하고 남이 받은 돈만 더럽다는 이중 잣대는 스스로 우파보다 청렴하다고 과신하는 좌파들의 윤리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판사가 대통령에게 대놓고 야유하는 지금이 그럴 세상도 아니지만 만약에 탄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은 사람이라면 조금치의 빌미라도 제공하지 않으려고 더욱 더 자기 관리에 철저를 기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이 최종 판결을 놓고 야당 지도부는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기는커녕 정치적 탄압이고 사법부의 정치화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야당의 사법부 규탄은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것이며 법원에 떼로 몰려가 재판하는 법관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도 삼가야 할 일입니다.

간첩이라는 심증이 확실해도 결정적인 증거의 부족으로 무죄 석방되는 나라입니다. 이 사건의 1심 판결처럼 자신들에게 이로운 판결이 내려질 때에는 “정의의 승리”라고 찬양하다가 심급을 달리하여 유죄로 바뀌면 “정치 탄압”이라고 표변하는 태도는 국가 지도자의 처신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나라를 좀먹는 불신의 정치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누적시켜온 것입니다. 복잡할 것이 없어 보이는 단순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놓고 이렇게 판결에 유례없이 긴 시간이 걸린 것을 두고 너무 피의자에게 배려가 심했다는 비판도 일었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혹평합니다. 축의금 15만 원을 훔친 60대 생계형 좀도둑이 징역 3년 선고를 받는 나라입니다. 혹시 2심과 3심에서 징역형이 선고, 확정됐어도 현역 국회의원임을 고려하여 추상같이 법정 구속하거나 즉각 수감하지 않았고 국회의원 임기를 거의 끝내가는 시기에 확정 판결을 내린 ‘과공’이 그의 부당한 분노를 키울 시간을 벌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이 있고 대한민국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이지만 이렇게 사법부의 판결을 명예훼손 수준으로 업신여기는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구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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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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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1.XXX.XXX.254)
수천억 횡령해도 대기업 오너는 대통령이 사면해 주는 나라인데,
그런건 지적도 안 하시나요????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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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4 10:22:41
1 1
필자 (115.XXX.XXX.192)
지금 들어간 사람에게 사면은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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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01:54:11
0 0
채내희 (220.XXX.XXX.205)
제가 촛불든 사람들 중 하나에게 물어봤습니다.
한총리가 뇌물을 받은게 사실인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떳떳한 얼굴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구요...

그랬더니 그 사람 하는 말, 왈,
그보다 더 처먹은 놈 많다는 겁니다.

그들은 늘 이런 식입니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자기 것은 전혀 안 내 놓으면서 언제나 평등과 정의만 부르짖는....
몸 속에 '자기반성'이라는 인자는 전혀 없는 별종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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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30 23:56:44
3 5
박종률 (121.XXX.XXX.36)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뇌물/불법 정치자금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잘 활동하며 살이가는 '인사들'을 자신은 알고 있는데 왜 자기만을 치죄하느냐 하는 생각에 지배받고 있는듯 합니다. 그 점에서는 여러 대에 걸쳐 법률의 집행기관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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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23:54:31
1 0
필자 (115.XXX.XXX.192)
그러니까 걸려 들지 않게 자기자신을 잘 관리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범죄들 간의 형평성은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논의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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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01:58:38
0 0
정휘복 (121.XXX.XXX.217)
칼럼 내용에서 지적한 내용들이 저의 가슴을 후련하게 합니다.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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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13:57:10
1 3
필자 (115.XXX.XXX.192)
고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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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01:54:34
0 0
지원 (222.XXX.XXX.163)
정치자금으로 받은 돈을 동생 전세자금에 보태어 준건지 아님 자기한테 원래 있던 돈을 보태어 준건지.. 혹은 빌려주고 나중에 받기로 한건지.. 자세한 사연은 모르겠습니다만, 대법관 전원일치로 일부유죄 이상이 선고되었음에도 저렇게 당당한건 왜일까 정말 궁금합니다. 속시원하게 전후 사정을 다 알지 못하는 이상 결국 개인의 이념적으로 판단하게 되겠죠. 정권에 따라 유무죄 혹은 형량의 차이가 있고, 죄를 지은 사람은 많으나 결국 정권에 반대되는 사람들이 수감되는 빈도가 더 높다는 것이 여태 국민들의 신뢰를 깨뜨려왔습니다. 김대중은 전두환을 사면하였죠? 어쩌면 그게 싸움하지말자라는 화해에 의미일 수도 있고 혹은 정치인들 다 서로 봐주자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사람들이 보기에 따라서), 결국 다 거기서 거기인 세상이니 한맹숙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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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10:58:56
0 3
과연 그럴까? (120.XXX.XXX.29)
그렇게 확신하시는 근거는 무엇인지...
이 시대에 진실은 가리워지는게 많아서 양쪽 얘길 다 들어봐야겠습니다.
요즘 살면서 절실히 느낀게 그렇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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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10:54:11
5 1
이영희 (117.XXX.XXX.128)
속 시원한 말씀 고맙습니다.
원로들의 말씀을 보수 꼴통이라고만 보는 시각도 아쉬움이 있고, 과거 불신의 정치가 누적됨이 문제가 되지만 내 편이니깐 무조건 옳고, 내 편이 아니면 어떻게든 반대를 위한 반대로 나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일단 큰 소리만 치면 되고, 발뺌하면 되고....이런 현실이 참 속 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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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10:32:10
2 6
ㅎㅎ (210.XXX.XXX.18)
스스로 잘 생각해보시면, 현재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는 점을..... ㅎㅎ

상대쪽도 한 번 둘러보시는 건 어떠실지, 더 많은 의혹들이 있을덴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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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10:27:41
6 1
필자 (115.XXX.XXX.192)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당과 개인의 부적절한 자세를 지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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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01:59:38
0 0
보겸 (14.XXX.XXX.219)
"양심.진실"이란 단어쓰면 정의로 포장되는 그들만의 세상입니다. 항상 자기들은 옳다고 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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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09:47:26
2 4
최석근 (124.XXX.XXX.180)
참으로 불평등한 대한민국이군요.
내가 저런 자들의 행복과 안녕을 지켜주기위해 과거 군대에서
박박 기었다는 생각을하니 분통이 터집니다.
내가하면 로맨스, 니가하면 부정
내가 먹으면 선물, 니가 먹으면 뇌물
아, 언제까지 이런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할까요


그리고 우리나라 여성들,
똑바로 처신들하세요
지금 사회 곳곳에 여성들의 진출이 상당히 많습니다.
여성들이 곳곳에 많아지면 사회가 더 깨끗해지겠다라고
생각해었습니다.
이런 한 남자의 바램이 사실로 증명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명숙, 나도 니가 받은 선물에서 전세금 5000만원 만 떼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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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09:17:05
1 6
ㅇㅇㅇ (211.XXX.XXX.99)
이중잣대 유명하죠..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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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09:05:29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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