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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여 안녕
김창식 2015년 08월 31일 (월) 02:45:19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 가 30여 년 전인 1984년 첫선을 보였을 때 큰 놀람을 안겨주었습니다. 미래의 지구를 구할 영웅인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인공지능 체계인 스카이넷이 살상용 침투기계를 과거의 지구로 보내 처녀 적 어머니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해치려 시도한다는 설정이 그럴 듯했어요. 사이보그 터미네이터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압도적인 비주얼도 관객의 혼을 쏙 빼놓았죠.

역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연출한 <터미네이터2>에서는 구형 터미네이터 T-800이 개과천선해 옷을 바꿔 입고 사라 코너 모자의 보디가드가 되어 미래에서 온 또 다른 로봇인 T-1000(로버트 패트릭)의 위협에 대항합니다. 액체 성질을 가진 금속 로봇 T-1000의 등장은 충격과 경이 그 자체였습니다. <터미네이터2>의 실질적 주인공은 자체 치유능력이 있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살인기계 T-1000이었어요. 두 작품은 SF의 명편으로 꼽힙니다.

1, 2편에 비해 조나단 모스토우와 맥지가 각각 메가폰을 잡은 <터미네이터3>와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은 범작이어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어요. 그러던 차 새로운 리부트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는 앨런 테일러 감독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Terminator Genisys)>(이하 <제니시스>)가 상영되고 있군요. 저항군에게 본부가 함락당할 처지에 놓인 스카이넷이 과거(1984년)로 기계를 보내 존의 탄생을 원천봉쇄하려는 스토리 라인이 1편을 닮았습니다.

SF나 판타지가 발칙한 상상력에 기반한다고 하지만 사건과 정황이 신선하고 개연성이 있어야 공감을 얻습니다. 야심작이라고 치켜세운 <제니시스>는 기시감 있는 장면만 즐비할 뿐 무엇이 크게 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시간대와 또 다른 시간대가 맞물리거나 엇갈려 당혹스럽습니다. 성장한 존 코너(제이슨 클락)가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와 싸우고 존 코너의 부관 카일(사라 코너의 남편이자 존 코너의 아버지‧제이 코트니)이 소년 카일 리스와 조우합니다. 존과 카일의 부자관계, 사라와 존의 모자 관계, 카일과 카일의 정체성이 뒤틀리는 것이지요.

‘늙었지만 쓸모 있는(Old, not Yet)’ 원조 구형 사이보그 팝스 T-800의 모습은 반갑지만 어떤 경로로 인간성을 획득해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의 충실한 보호자가 됐는지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이 부분은 <터미네이터> 전편을 관통하는 취약점이기도 합니다. 흰 머리칼이 성성한 팝스의 사라 코너에 대한 보살핌은 ‘딸바보’를 연상케 하는군요.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악당 사이보그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T-1000(이병헌)이나 스카이넷에 영혼을 제압당해 나노 입자 로봇 T-3000으로 변신한 존 코너도 2편에 등장한 액체 금속 로봇의 식상한 변용이자 업그레이드 버전이어서요.

<제니시스>의 후속편을 기획 중이라고 하는군요. 미래의 사라 코너가 자식인 어린 존 코너와 대립한다든지, 부부인 사라코너와 카일 리스가 파경을 맞는다든지, 신지를 제압당한 미래의 카일 리스가 어린 자신의 분신을 처단하려 한다든지 하는 극단적인 구도가 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미래의 존 코너가 어린 존 코너와 서로 적대할는지도 모릅니다. 관계의 종말을 향해 치달려가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연속극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은 아니겠지만, 갈 데까지 간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에요.

<터미네이터2>에서 기계전사 T-800은 코너 모자를 구한 후 용광로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읊조리는 대사 “I'll be back(돌아올게)!"은 영화사에 남는 명대사입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상상력은 한계에 다다랐어요, 우리가 어떤 상상을 하든 앞으로 진행될 <터미네이터>는 ‘상상 이하의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터미네이터>의 대사를 패러디하고 싶군요. “You won't be back(돌아올 필요 없거든요)!”

* ‘Genisys’는 ‘Genesis(발생, 기원)'를 본 딴 조어(造語)임.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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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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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 (58.XXX.XXX.104)
잘 읽었습니다. 대단하신 필력이심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귀한 글을 읽을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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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8 19:18:08
0 0
김창식 (110.XXX.XXX.252)
하재준 선생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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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7 18:28:59
0 0
꼰남 (112.XXX.XXX.25)
발칙한 상상력도 결국 종착역은 막장이로군요.
우린 막장열전에 하도 닳아놔서 말씀대로 뭐가 나오든 이젠 식상할 것 같습니다. ㅎ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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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31 08:58:16
0 0
김창식 (110.XXX.XXX.252)
꼰남님의 관점과 말씀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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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2 14:17:4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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