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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도 덜 먹고 내도 덜 먹으면”
신아연 2015년 10월 12일 (월) 06:12:11
지난달 중순경, 저와 지인 셋이서 닭 한 마리를 삶아 먹고 바로 자리를 옮겨 생선 구이 집에 갔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육, 해, 공군이 다 나오려나 보네요. 일단 공군과 해군을 먹었으니 다음은 육군인가요?”

‘신라 적 버전’도 못 되는 ‘썰렁한’ 우스개를 하는 제게 옆에 앉은 분이 “요즘 닭이 무슨 공군이에요? 육군이지.” 하는 말로 응수합니다. 닭을 이미 먹었기에 망정이지 막 수저를 들 참이었다면 그 비참하고 잔인한 진실 앞에 입맛이 딱 떨어졌을지 모릅니다. 요즘 닭들이 어떻게 키워지는지, 공장의 물건이라 해도 닭보다는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는 저로서는 공연히 육, 해, 공군 운운했다는 후회마저 들 정도로 잠시 울적해졌습니다.

저는 사실 그래서 닭고기를 되도록이면 안 먹습니다. 하기야 소나 돼지라고 해서 공장식사육법에서 예외가 아니기에 소고기, 돼지고기 등등 고기 자체를 잘 안 먹는 편입니다. 나 하나 안 먹어서 닭, 소, 돼지, 오리, 개들이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는 그런 이유로 잘 안 먹습니다. 계란이나 우유도 아주 적게 먹는 편입니다. 양식장의 어패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연히 생명 가진 것들이 비 생명체 취급을 받을 때 오는 스트레스와, 그 결과 병이 들면 거기에 또 ‘들입다’ 투여되는 항생제 따위를 생각해 보면 그런 동물들을 사람이 먹었을 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쌓일 것 같습니다. 여북하면 병들어 죽어가는 닭을 다른 닭들에게 던져주어 그 닭을 쪼아 죽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도록 하는 양계장도 있을까요. 생명에 대한 만행이라 할 끔찍한 일입니다.

일전에 통일 전망대를 방문하는 길의 고속도로 휴게소 한편에는 빛깔 고운 열댓 마리 닭을 놓아 기르고 있었습니다. 마치 조선시대 병풍이나 풍속화에 그려진 닭들이 불현듯 살아 움직이듯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홰를 치고 모이를 쪼는 모습이 그렇게 정겹고 소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종종거리며 어미 닭의 뒤를 쫓는 보송보송한 병아리들과, 알을 품고 있는지 볏짚에 웅크리고 앉은 것들을 보면서 모처럼 한가롭고 포근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명이 생명에게서 느끼는 따스한 교감이라 할까요? 모름지기 힐링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생명 존중이란 그런 것입니다. 태어난 본성대로 자연스럽게 살게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 아예 먹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환경에서 키우다가 잡아먹을 때가 되면 잡아먹자는 거지요. 소나 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본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다가 적당한 때에 식용으로 하면 됩니다. 말하자면 원래 ‘공군’에 속해 있던 닭을 ‘육군’에 편입시키지 말자는 겁니다.

그러려면 고기를 덜 먹어야겠지요. 육류 소비가 줄면 자연히 그렇게 될 테니까요. 자연산일수록 고기도 더 맛있고, 고기를 덜 먹으면 그만큼 우리 몸도 건강해질 수 있으니 인간도 좋고 동물에게도 좋은 결과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지금부터 당장 조금씩만 덜 먹으면 좋겠습니다.

이 대목에서 문득 떠오르는 조동화 시인의 시 <나 하나 꽃 피어>의 첫 연,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내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를 이렇게 패러디해 봅니다.

'나 하나 덜 먹어 축사가 달라지겠느냐 말하지 말아라. 네가 덜 먹고, 내도 덜 먹으면 결국 축사가 온통 생명의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어디 그뿐입니까. 모피 코트를 치렁치렁 걸치고 코트 깃에 덧댄 정도로는 모자라 죽은 여우를 통째로 목에 걸고 다니는 여자들, 솜옷보다 더 흔한 오리 털, 거위 털 점퍼, 각종 가죽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때 인간의 탐욕에 의해 죄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의 한을 어찌 다 풀어줄지 가슴 아픕니다. 저도 물론 오리털 점퍼가 있고, 칼라 위에 동물 털이 올려진 코트도 있고 가죽 구두, 가죽 가방이 있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만.

쓰다 보니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해 주고 일껏 영양 보충을 시켜준 지인에게는 미안한 글이 되었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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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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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현 (119.XXX.XXX.233)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도 정년퇴직하고 나서, 12년째 강아지를 키우니 생명의 귀함은 다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이 너무 잔인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듬니다. 우리 안에 가두어 놓고 오직 목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영 아닌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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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7 10: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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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현 시인 (119.XXX.XXX.179)
신 작가님

조선시대가 그리운가 봅니다.
우리는 자연과 어울려 5천 년
살다가 찌든 가난만 겪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얹혀 살며 노래 해야죠.
그렇다고 저도 자연 예찬 그룹에서 도망칠 생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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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5 06: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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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맨 (210.XXX.XXX.151)
신작가님께서 좋아한다는 장자의 사상을 떠올리며 살아야할 듯합니다. 시쳇말로 표현한다면 요즘은 당췌 뭐가 옳은지 정말 헷갈리는 세상입니다. 자식에게도 사랑은 하지만 훈계는 어떻게해야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시대가 달라지니 가치관도 달라져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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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3 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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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덕 (203.XXX.XXX.113)
잘 읽었습니다.
늘어난 인간 개체수는 어찌 하나요?
이번엔 山 海 村으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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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3 1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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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10.XXX.XXX.151)
제 글을 읽고 공감해 주시고, 함께 우려해 주시고, 현실적 어려움도 나눠주시고, 대안도 제시해 주시고, '섬뜩한' 충격적 장면도 떠올려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뭐니뭐니해도 육류 소비를 줄이면 언젠가는 예전처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도축이 될 수 있겠지요.

더구나 좀 더 맛있는 맛, 입에 사르르 녹는 부위 따위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가축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괴롭히는 일이 없게 하려면 단지 혀끝의 감미로움일 뿐인 너무 맛난 것만 찾는 습관도 조금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지나친 육식은 우리 몸에 좋을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 점만 생각해도 고기를 좀 덜 먹게 되지 않을까요? 고기 부페, 삼겹살 무한 리필 식당, 이런 곳을 보면 저는 좀 섬뜩합니다. 그렇게 고기를 많이 먹어서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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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3 09: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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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인 (210.XXX.XXX.151)
"네가 꽃피고, 내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시말이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메시지가 있는 듯합니다. 하기사 뉘가 옮긴 글인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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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20: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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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59.XXX.XXX.90)
맞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생명의 누릴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지켜줘야지요.
서로가 좋은 일입니다. 이걸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일 필요도 없게 됩니다. 생명이 있는 한은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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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13: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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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유 (218.XXX.XXX.134)
우리나라는 좁은 땅에 비하여 인구가 너무 많습니다. 인구밀도가 세계3위로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인간이 밀집해서 살다보면 자연은 인간에 치여서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줄어야 합니다. 산아제한도 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저절로 산아제한이 되지만...) 외국인 노동자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적게 낳고, 적게 먹고, 음식 쓰레기 만들지 맙시다. 그러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가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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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12: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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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61.XXX.XXX.220)
선생님의 글 공감합니다.
일본에서 생명존중 운동을 하는 지식인이 보내준 동영상을 본적이 있습니다.
갖테어난 병아리들을 컨베이어 벨트에서 분배되어 포장하면서 수많은 병아리들이 산체로 분쇄되어 퇴비로 바뀌고 이것이 다시 양계장 사료화되는 자동화시스템 동영상을 본 후론 저도 영계백숙, 삼계탕을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먹거리 문화운동에 동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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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10: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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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광 (1.XXX.XXX.11)
월요일 아침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생명존종, 환경 보존 참 소중하고 필요한 것입니다.
제목처럼 솔선수범을 먼저 각자가 해야 합니다.
농약으로 얼룩진 농산물, 양식 어류, 가축사육
어느것 하나 진짜 마음놓고 필자 분의 글처럼 생산되는 것이 요즘 우리 주위에 있을 까요?. 내가 직접 농사 짓고 키우고 그리고 자급자족을 하지 않는 이상, 이상을 감당 못하는 현실에 마음이 서글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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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09: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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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221.XXX.XXX.163)
글쎄요 생명은 끝없이 다른 생명의 희생만으로 유지 되는 것을 어쩌죠?
식물이야 의식이 없어서(?) 동물들의 희생보다는 편하니까 모두 채식을 한다면 동물복지는 저절로 이뤄지겠죠?
복지보다 소득을 위해 가축을 사육하는 농민들에겐 한정된 축사에 최대한 밀식시켜 단기간에 살찌워 팔아야하기에...
소득과 동물복지 사이의 해결책은 뭘까요?
친환경으로 기른 가축에 대해서 가격을 보장해줌 되는데 소비자의 이해와 정부의 배려가 뒷받침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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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09: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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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우리 마음 속에 생명의 고귀함을 알고 사랑하는 꽃을 피우면 해결될 일입니다. 하지만 이 게 가장 쉬워보여도 가장 어려운 문제일 걸요. 수요와 공급의 균형 문제, 거기다 산업과 경제 문제까지 얽히고 설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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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09: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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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권 (124.XXX.XXX.180)
우리가 가축의 고기를 덜먹어야 한다는 말씀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가축의 사육 환경 개선 보다는 축사의 갯수가 더 줄어들겠지요.
거기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도 줄어듭니다
열악한 사육환경 개선에는 강력한 법규적용에
공무원의 감시감독 강화가 아주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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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09: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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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115.XXX.XXX.154)
글 감동으로 읽고 갑니다.
좋은 글 하나가 내 마음을 감동시키네요.
멋진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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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08: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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