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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門)
김준형 2007년 10월 24일 (수) 09:27:12

풍수지리에 양택삼요(陽宅三要)라는 것이 있습니다. 주택에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이는 대문과 안방, 부엌이라는 것입니다. 풍수지리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의 위치 관계에 따라 집의 길흉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에서도 대문은 집안에 기운이 드나드는 곳으로 생각되어 그 중요성이 강조 되었습니다. 그래서 잡귀를 쫓기 위하여 엄나무 가지를 대문에 걸어두는 풍습도 있었고,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쳐서 부정한 기운을 막으려고 하였습니다. 한편 폼페이 유적을 살펴보면 집의 입구에는 사나운 개의 모자이크가 나타납니다. 이는 도둑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니, 문에 대한 생각은 동서양이 별로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광화문에는 세 개의 출입구가 만들어 져 있습니다. 가운데 문은 임금만이 드나들 수 있는 문입니다. 그리고 좌우 양측의 두 문은 신하들이 사용하였는데, 동쪽 문은 문관이, 서쪽 문은 무관이 출입하였다고 합니다. 광화문뿐만 아니라 궁궐의 문은 모두 세 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왕의 권위를 확립하기 위하여, 신분에 따라 출입하는 문에 제한을 두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seperate but equal 원칙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원칙은 1898년 미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근거한 것입니다. 흑인과 백인을 구분하여 시설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평등하게 운영된다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에 따른 원칙입니다. 이러한 풍조는 1954년 미국 대법원이 이 원칙은 위헌이라고 판결할 때 까지 미국 사회를 지배하였습니다. 그래서 흑인 전용 학교와 백인 전용 학교가 생겨났고, 많은 시설에 'white only'라는 간판이 붙었다고 합니다. 시설 내에서도 백인이 출입하는 문과 흑인이 출입하는 문이 달랐으며, 백인 화장실과 흑인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버스의 좌석도 흑인 좌석과 백인 좌석이 구분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 국정홍보처가 기자들의 정부 청사 정문 출입을 통제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공무원과 일반인은 정문으로 출입하고 기자들은 후문으로만 다니게 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기자들이 로비 바닥에 앉아 기사를 작성하는 모습이 보도되었습니다.

역사에서 왕과 신하를 구분하는 문, 흑인과 백인을 구분하는 문의 이야기는 들어 보았어도, 기자와 기자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문 이야기는 듣던 중 처음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자라는 존재가 출입문에서부터 차별받아야 하는 존재입니까?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은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정부와 언론사 간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의 정문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행동일까요?

출입문에서조차 차별을 하려는 야박한 마음이 정부와 언론의 갈등을 심화시키지는 않을 지가 걱정스럽습니다.

글쓴이 김준형은 현재 내과의사로 활동 중이다.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가장으로,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엮어서 두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꿈이다.
(concent7@hanmail.net / 네이버 블로그 : Gotham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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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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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co (211.XXX.XXX.129)
나도 아들이 둘이지만 책을 물려준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김준형님, 환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 드립니다.
임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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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4 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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