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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러우려면
신아연 2015년 11월 02일 (월) 04:05:52
9월이 한 달 더 붙은 것처럼 볕 따갑고 하늘 높던 9월 닮은 10월의 끝자락에서 기온이 뚝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11월 날씨가 10월 날씨 같겠지? 그럼 가을이 한 달 더 늘어나는 거 아냐? 오메 좋은 거~~.’ 하며 머리를 ‘굴리던’ 제 앞에 “흥, 누구 맘대로?”하면서 11월 추위가 제자리를 찾아 성큼 들어섰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계절에도 공짜는 없나 봅니다.

생각하기 따라선 공짜는커녕, 9월 같은 10월을 보내고 바로 11월의 추위가 닥쳤으니 10월을 도둑맞은 느낌도 듭니다. 계절을 당겨 맞이하기도, 연장해서 느끼는 것도 가능치 않으니 그저 변화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만이 계절 앞에 취할 수 있는 태도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저는 요즘 노자의 <도덕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연초에는 장자를 공부했으니 올 한 해는 장자와 노자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두 어른이 하시는 말씀의 골자는 자연의 변화를 삶 속에 적용하라는 것입니다. 자연이 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 그게 제일 잘 사는 법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자연은 무슨 일을 할 때 ‘무위’로 합니다. 자연과 삼라만상의 변화는 ‘함이 없는 함’의 결과입니다. 무엇을 한다는 요란이나, 생색이나, 거드름이나, 잘난 척이 전혀 없었음에도 어느 순간 보면 제 할 일을 다 해 놓은 것, 하지 않는 듯 은근히, 슬며시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함이 없는 함’이자 ‘무위의 위’입니다.

천지 나무에 때깔 고운 채색 옷을 입히는가 싶으면 한순간에 죄다 벌거벗기고, 연이어 벗은 가지를 희디흰 눈옷으로 가리는가 싶으면, 산하를 덮은 두꺼운 흰 무명 이불을 일시에 걷어내고 아른아른한 꽃 이불을 내어 줍니다. 동서고금 어떤 강자도, 어떤 문명도 사계의 변화를 그대로 재현해낼 수 없기에 ‘유위의 함’과 ‘무위의 함’은 차원이 다른 세계의 일입니다.

노자가 말하는 ‘도’가 그런 것입니다. 그는 천지에 두루 끼치지 않는 곳이 없고, 작용하지 않는 곳이 없음에도 도무지 그 존재감을 감지할 수 없다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고 말합니다. ‘있는 것 같지가 않다’는 말은 인간의 오감에 잡히지 않고, 순수 이성의 인식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언어나 개념의 그릇에 담기지를 않는다는 뜻입니다. 냄새도 맛도 색도, 촉감도 없고, 들리거나 보이지도 않고, 사유나 분석의 대상도 아니니 이 세상에서는 한마디로 ‘없는 것’이지요. 그 없는 것으로 인해 있음이 되는 것, 무에서 유가 실현되는 것, 그것은 바로 자연의 생성 변화의 양태이자 생명의 모습입니다.

노자는 이 도가 특별히 사람살이, 인간관계에 적용될 때를 ‘덕’이라고 일렀습니다. 마치 기독교에서 태초로 하나님의 말씀이 계셨다 하듯이 태초에 도가 있었고,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을 입고 세상으로 들어온 것이 예수라고 하듯이, 도가 현현한 것이 덕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 견주어 생각해 봅니다.

주의 뜻대로 사는 것, 그것이 기독교적 무위라고 할 수 있다면, 인간사를 무위로 운영하는 것, 흔히 말하듯 순리대로 사는 것, 이것이 곧 ‘덕스럽게’ 사는 길이라고 하겠습니다. 노자와 장자의 ‘도’와 ‘무위자연’ 사상을 공부하다 보면 공자, 맹자가 말하는 ‘인의예지’보다 ‘윗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저 무위할 것을 말하는 두 선생께서 아무리 당대의 라이벌이라 해도 공맹의 사상을 자기들 것과 비교하면서 ‘줄 세우기’를 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저 매사 우열을 가리고 판단과 분별심에 ‘쩔어 있는’ 저의 유위의 습관에 기인한 것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노자는 덕을 삶 속에서 제대로 실천하면 인의예지는 저절로 따라온다고는 했습니다. 여하간에 인의예지는 ‘유위’를 토대로 하는 것이고, 유위보다 무위가 윗길이라는 것은 명백한 것이니까요.

생활에서 무심코 쓰는 ‘자연스럽다’는 말은 이처럼 실로 거대하고 참으로 위대한 말입니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생성 변화에 대한 경이로움에 머리를 조아리고 옷깃을 여밀 수 있는 삼가는 마음이 있다면 말입니다.

11월을 맞아 계절의 변화를 글로 써보고 싶어 노자, 장자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지금 갑자기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자연스러움을 급속도로 잃어가는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고 들을 때가 ‘자연스럽게 보이는 성형 수술’ 운운할 때라는 것 말입니다. ‘자연’의 본뜻을 깨닫는다면 유위와 인위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성형 수술을 놓고 ‘자연스러움’ 운운하는 자체가 얼마나 모순이자 아이러니인지 당사자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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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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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14.XXX.XXX.250)
선배님의 글은 언제나 놀라운 상상력을 일으키는 생명력이 있습니다.
이미 저는 이 글을 통해 고전의 동양사상에 마주한듯 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 이야말로 우리 삶의 본질이건만
실제 적용되는 삶을 살아가기 힘든 세상입니다
다시한번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메일드렸습니다
통화하고 싶습니다 선배님 . 예종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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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1 08: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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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11.XXX.XXX.75)
올린 글을 이제야 봤네요. 함께 식사하며 담소하던 때가 새삼스러울 정도로 나는 다른 길을 가고 있어요.

나를 잊지 않고 있어서 고마워요.

내 근황은 블로그에 올려 놓을 테니 거기서 종종 만나고 목소리는 다음에 들읍시다.^^

네이버 검색창에 "스스로 바로 서야지, 세워져서는 안된다"를 치면 내 블로그가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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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2 14: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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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맨 (125.XXX.XXX.84)
오늘 아침부터 시드니는 이슬비가 내리는데 파란 잎이 무성한 저희집 앞 단풍나무에도 촉촉히 젖어있네요. 나이들수록 자연의 이치와 인간 삶이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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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3 22: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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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서방 (125.XXX.XXX.84)
ㅎㅎㅎ 장자와 노자를 말씀하시다가 성형 이야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 참 어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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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3 10: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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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 (211.XXX.XXX.141)
신아연 님의 글을 읽다보면 이른 아침에 이슬 내린 남새밭에서 막 뽑은 채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글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몇 자 적어봅니다.


동양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커다란 두 개의 사상이 있다면 그것은 유가와 도가사상이라고 봅니다. 이 두 사상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우리의 인성에 스며있습니다. 유가에서 인의예지를 강조한다면 도가에서는 무위자연을 말합니다. 이번에는 도가에 대해 글을 쓰셨기 때문에 도가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도가에서는 자연도 자연이고 인간도 자연이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자연은 스스로 그러함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연이 한 행위도 자연이고, 인간이 한 행위도 자연이라고 볼 수 있지요. 자연은 지진이나 쓰나미로 무수한 생명을 인정사정없이 앗아갑니다. 자연은 불인하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자연의 관점에서는 그저 변화의 한 장면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지구촌 곳곳에서는 언제나 크고 작은 전쟁이 무시로 일어나고 그로인해 많은 생명이 희생됩니다. 애석한 일이지만 현실입니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것은, 자연이 일으키는 어떤 현상이 자연적인 것이라면 인간이 일으키는 어떤 현상도 자연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자연도 자연이고 인간도 자연이라고 보니 말입니다. 사람들이 성형을 한다거나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행위라든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감옥에 가두고 심지어는 사형을 시키는 행위들도 큰 틀에서는 또다른 자연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작은 틀에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여겨지지만, 아주 큰 사상의 틀에서 본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시대나 전쟁이 없던 시대가 없었고, 그때마다 수많은 문제가 있는데, 이런 것은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일련의 현상은 모두 자연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입니다. 빼앗는 놈이 있는가 하면 빼앗기는 놈이 있고, 훔치는 놈이 있는가 하면 잃어버리는 놈이 있고, 죽이는 놈이 있는가 하면 죽는 놈이 있는 이런 현상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있기 마련인데 이런 것을 과연 인위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저는 인위와 무위의 경계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경계가 원래 없는데 무지한 인간들이 있다고 전제하고 분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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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3 08:11:35
1 0
신아연 (125.XXX.XXX.84)
댓글 같은, 댓글 아닌, 댓글 잘 읽었습니다.^^

글의 내용이나 길이가 댓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송구스럽습니다.

실은 저도 인간이 하는 모든 짓거리- 탐욕에 겨워 행하는 모든 짓거리- 가 실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다다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

노자는 춘추전국시대의 혼란 상황을 보고 무위자연을 말했지만 그 이전부터, 아담이브 때부터 인간은 '유위'를 도모했지 않습니까. 그 추동력은 '욕망'이구요.

노자의 관점에서 '유위'가, 인간 본성에는 오히려 '무위'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거지요. 인간은 원래 생겨먹기를 자기 위주이자, 모든 생명의 속성도 자기 위주가 아닌가요.

그러하니 어쩌면 노자의 '무위'가 인간 본성 속에 있는 요소라면 그것을 새삼 강조하고 호소할 필요도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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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3 12: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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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211.XXX.XXX.19)
子曰, 德不孤, 必有鄰 뜻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덕이 있으면 반드시 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출전 「공자(孔子)가 말했다. (論語)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10월을 도둑 맞은 듯 싶다 하셨는데 나야 말로 10월을 완전히 도둑 맞앗습니다. 6월부터 계속된 어지럼증으로 올해는 그좋아하는 서울대공원 단풍마저도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아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더군요. 병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이렇게 실감날 수 없습니다.
아프면 좋아하는 글도 쓸 수 없군요. ㅎㅎ
저도 도덕겨 사러 교보문고라도 가야할텐데 중간에 쓸어질가봐 자신이 없으니 산 목숨이 아니군요. 11월에 10월 목까지 함께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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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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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25.XXX.XXX.91)
꼭 그렇게 하십시오. 11월을 10월처럼, 그리고 또 11월 그 자체로 즐기기시 바랍니다. 건강 회복하셔서 심신의 충만함으로 나들이도 가시고 '열공'도 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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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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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야 (112.XXX.XXX.207)
오랜만에 선생님의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요즘 네이버 블로그는 안 하시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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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06: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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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25.XXX.XXX.91)
고맙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옮겨서 새로 하고 있습니다. 자꾸 네이버 계정에 문제가 생겨 하는 수 없이 전엣 것을 포기했습니다.

새 블로그는

<사는 동안은 재미로, 죽은 후엔 버려야 할 글들>입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넣으면 뜹니다. 블로그 주소를 여기에 쓰니 금지된 단어를 썼다고 하네요. (내가 무슨 말을 했다는 거야?? ㅎㅎ )

다시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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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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