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신아연 공감
     
호주도 바야흐로 대학 입시철
신아연 2007년 10월 25일 (목) 00:35:58
대입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한국처럼 호주도 바야흐로 대학입시철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 주에 이미 시험을 치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전국이 아니라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 웨일즈 주에서 지금 대입 시험을 치루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말씀드릴 수 밖에 없는 까닭은 이 나라의 대학 입학 시험 제도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시험 기간이 한 달 간이나 됩니다. 이번 대입고사도 지난 18일에 시작되어 다음 달 13일까지 로 이어지는 대장정에 올랐습니다.

하루 날을 잡아 몽땅 치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 그날 하필 배탈이 난다거나 재수없게 사고가 나서 시험을 망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수험생 스스로도 ‘ 당일 컨디션이 나빠서 ‘라는 따위의 핑계거리를 만들 수가 없을 겁니다. 물론 하루 받고 말 스트레스를 한 달 간이나 계속 받아야 하니 그게 더 사람 잡을 노릇 아니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겠지만요.

이 기간 동안 수험생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특별 상담 전화를 가동하고 , 아주 가끔 이지만 대입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학생들도 있는 걸 보면 역시나 만만치 않은 건 사실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시험을 길게 치르는 이유는 수험생들의 선택과목이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수험과목도 총 110개에 이른다고 하니 ,학생 각자는 자기가 선택한 과목의 시험이 있는 날을 찾아 징검다리 건너듯 한 달을 버텨야 하는 것이지요.

110개나 되는 다양한 과목 가운데 영어, 수학, 과학 등 이른바 ‘주요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너무도 생소한 학과목을 선택하는 극소수의 학생들도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종교나 철학, 고대 사상 등을 선택하는 학생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생 들어보지 못한 아프리카 어느 부족민의 언어를 택해서 ‘나 홀로 ‘시험을 치루는 학생들도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응시생이 단 한명인 수험과목도 존재하니 입시과목이 그렇게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어도 다양한 제 2외국어 가운데 소수자들의 선택 과목에 해당합니다.

외국에 살다 보면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한국과 비교해서 생각하는 습관이 생기게 됩니다. 아무 의미 없는 줄 잘 알면서도 대학입시제도 만큼 두 나라의 것을 비교해 보게 되는 것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어마어마한 선택 과목 수도 그렇고 장장 한 달 간 치러지는 시험 기간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지만, 좀처럼 입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뉴 사우스 웨일즈 주의 현행 입시제도는 지난 1967년에 틀을 갖춘 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도 말씀 드렸지만 여지껏 나열한 대학 입학 시험은 시드니가 있는 뉴 사우스 웨일즈 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퀸즈랜드 주 등 다른 주에서는 별도의 시험을 치루지 않고 고등학교 11, 12학년 (고2, 고3) 내신 성적만 가지고 대학에 응시합니다. 이 대입 제도 역시 30년을 건재해 왔습니다.

그러니 퀸즈랜드 주의 12학년 생 (고3) 들은 시드니 쪽 학생들이 지금 죽어라 치루고 있는 시험 따위와는 아랑곳 없이 전혀 딴 나라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한 나라 안에서 두 가지 입시제도가 아무 마찰 없이 공존하고 있으니, 마음에 안 들면 각자의 대입 취향에 따라 주를 바꿔 이사를 가버리면 그만 입니다.

호주에서는 사실 대입시가 국가적 ‘거사’가 아닙니다.
호주 국민 가운데 대학을 나온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학은커녕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중학교 과정에서 학교를 그만두는, 쉽게 말해 중졸자도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합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끼리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한 방향의 좁은 문을 향해 머리를 들이미느라 전쟁을 방불케 하는 학창시절을 보내지는 않습니다.

대학을 왜 갑니까? 대다수는 결국 먹고 살기 위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대학을 안 나와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구태여 공부를 더 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거겠지요.

호주에서는 영국계 백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이민 자녀들의 대학 진학율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매년 조용하게 대학입시철이 다가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도 , 이민 생활 16년째인 지금도 그게 잘 적응이 안되네요. 마치 이맘 무렵에는 세상에 고 3밖에 없는 것처럼 온 나라가 들썩여야 제 격인 것 같으니 제가 생각해도 스스로가 좀 실없게 느껴집니다. *

신 아연 :ayounshin@hotmail.com
신 아연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16년째 호주에 살면서 <호주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지금은 한국의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 방송 등에 호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민 생활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 이 있다.
블로그 http://biog.naver.com/ayoun63 를 가지고 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