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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종을 지켜주세요!
방재욱 2015년 12월 07일 (월) 00:43:45

2013년 7월 18일 환경부는 ‘한국전 정전협정’에 의해 선포된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 설정 60주년을 맞아 '두루미'를 DMZ 일원의 ‘깃대종(flagship species)’으로 선정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두루미는 황새, 크낙새, 저어새 등과 함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조류(鳥類)입니다.
 
깃대종에서 종(種, species)은 자연 생태계에서 환경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물을 분류하는 기본 단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깃대종은 특정 지역의 생태적, 지리적 그리고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 종으로, 1993년에 국제연합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이 발표한 '생물다양성 국가 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지구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된 개념입니다.
  
깃대종에는 시베리아호랑이, 팬더, 고릴라, 아프리카코끼리 등과 같이 국제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종이 있고, 강원도 홍천의 열목어, 덕유산의 반딧불이나 거제도의 고란초와 같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분포하고 있는 종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1개의 국립공원(산악형 16개, 해상형 4개, 사적형 1개)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한 20개 국립공원에 모두 40종의 동식물들이 깃대종으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그 실례로 지리산국립공원의 깃대종으로는 한국 특산식물인 '히어리'와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되어 있는 ‘반달가슴곰’이 선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2002년 지리산에서 멸종위기종인 야생 반달가슴곰이 공식 확인된 것을 계기로, 환경보호와 함께 종 복원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깃대종은 멸종위기종인 ‘풍란’과 ‘살쾡이’입니다. 사적형 국립공원으로 유일하게 지정된 경주국립공원의 깃대종으로는 ‘소나무’와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이 선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국립공원의 깃대종들에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깃대종의 보존과 복원은 다른 생물들의 서식지 보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지자체들이 깃대종의 선정과 보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실례로 서울시는 맹꽁이와 억새를 깃대종으로 선정해 보전하고 있습니다. 대전시는 시민토론회, 설문조사 및 인터넷 투표 등을 통해 하늘다람쥐, 이끼도롱뇽 그리고 감돌고기를 깃대종으로 선정해 자연생태계 보호와 깃대종 보전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깃대종은 한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종이기는 하지만 이 종이 없어진다고 해서 생태계가 바로 파괴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 비해 생태계에서 한 종의 멸종이 다른 모든 종의 다양성 유지에 크게 영향을 미쳐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역할을 하는 종은 ‘핵심종(核心種, keystone species)’이라고 부릅니다.
 
핵심종의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로 다가와 있는 ‘수달’을 들 수 있습니다. 수달은 생태계 내에서 그들이 잡아먹는 동물의 밀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 다른 먹이 동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함으로써 군집(群集, population)의 종 다양성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깃대종과 핵심종에 대비하여 특정 지역의 기후나 토양 등의 환경 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고 있는 생물 종은 ‘지표종(指標種, indicator species)’ 또는 지표생물이라고 부릅니다. 지표종으로는 식물이 동물에 비해 더 많이 지정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 동물에 비해 고착생활을 하는 식물이 환경 변화에 더 잘 적응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표생물 중 특정 지역의 영양상태 정도, 산성도, 건습도 등과 같은 환경조건의 측정에 이용되는 식물은 지표식물이라고 부릅니다. 지표식물은 환경보전의 정도를 측정하거나 생태 복원의 증거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표식물로는 아황산가스의 농도가 0.03ppm 이상에서는 살지 못해 대기오염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의류(地衣類, lichen)를 들 수 있습니다. 다른 지표식물의 실례로 쇠뜨기나 수영이 자라고 있는 지역의 토양은 산성이고, 거미고사리가 생육하고 있는 곳의 토양은 중성이나 알칼리성입니다. 그리고 양치식물인 뱀고사리가 밀생하면 토양 중에 다량의 중금속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황소개구리나 배스(Bass)와 같이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외래종들이 도입되어 확산되며, 토종 동식물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환경운동단체가 '깃대종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보전 활동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깃대종의 지정 목적은 우리 주변에 있는 야생생물 종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생태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환경보전 활동에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깃대종에 대한 관심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개선과 함께 후손들에게 맑고 깨끗한 삶의 터전을 물려주는 환경보전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깃대종의 보존이 생태계의 보존’이라는 인식의 확산을 위해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깃대종 지키기’의 실현과 연계한 다양한 생태교육과 현장체험 프로그램 등의 개발과 운영 그리고 홍보에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교육계와 언론계 등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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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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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깃대종, 핵심종, 지표종 등 몰랐던 생물 생태계의 용어들에 대힌 존재와 설명 감사합니다. 이런 분류를 우리 인간 사회에 적용해 봄직도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필자님이 주장하신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교육계와 언론계의 협조>도 중요하지만 관할 종을 선정할 때 단체와 단체의 경계에서 제외되거나 소외되는 귀중한 종들이 없도록 법국가적인 시스템 운영이 선결되어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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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7 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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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211.XXX.XXX.62)
깃대종의 선정에 대한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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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11: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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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slee115 (59.XXX.XXX.204)
해박하신 논리에 경의를 표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서 사람도 지역별로 깃대종을 만들어 그 명성을 기리고 귀감을 삼았으면 어떠할까 생각해 봅니다.
예를 들면 경상도에 김유신, 전라도에 이순신, 충청도에 계백, 경기도에 정약용, 강원도에 이율곡, 서울에 유성룡등으로 사람 깃대종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엉뚱한 발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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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7 08: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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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211.XXX.XXX.62)
댓글 감사드리며, 답변 늦게 드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엉뚱한 발상이 아니라 매우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깃대종이란 용어 대신 다른 용어를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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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11: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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