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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희망의 사다리 치워야 할까
김영환 2015년 12월 16일 (수) 02:36:41

젊은 시절 윗집에 나이 든 총각이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늘 뭔가를 중얼중얼거리는 그는 내게 말을 걸지 않았지만 쳐다보면 희죽 웃으며 친밀감을 나타내기는 했습니다. 그는 고시공부에 몰두하다가 실성했다는 것이 어머니의 말이었습니다. 
 
한 지인은 명문 사립대의 법과를 졸업했지만 장기간 사시의 벽을 넘지 못해 취업의 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생계는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면서 푼돈이라도 벌 요량으로 초단기 증권 매매를 하는 ‘데이트레이더'로 나섰지만 주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반면 공원 기슭의 판잣집에 기거하면서 어렵게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시에 합격하여 법조계에 두루 이름을 날린 변호사도 보았습니다.
 
무성영화로부터 시작된 ‘검사와 여선생’이 있습니다. 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 늘 굶주림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친구들의 점심시간을 유리창 밖에서 바라보는데 선생님은 늘 그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줍니다.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면서 준 저금통장의 도움으로 검사가 된 제자는 운명의 장난으로 살인누명을 쓰고 법정에 서게 된 선생님을 위해 따뜻한 사랑을 설명하면서 무죄임을 입증합니다.
 
변변한 직장이 아주 귀했던 옛날 고시 합격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공부 좀 하는 집의 책꽂이에서 당시 유명했던 월간 ‘고시계’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죠. 대학 시절의 여름 방학 때 경기도 오지의 절에 들어가서 아는 동생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방마다 라디오도 없이 세상과 절연한 채 물과 나무를 벗삼아 사시공부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끈기가 없어 어느 일에도 오래 몰두하지 못하는 저는 그런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할 상징적인 인물인 고 노무현 대통령은 고졸로 약 7년간 독학해서 결혼하고 한참 뒤인 1975년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집에서 떨어진 산기슭에 토굴 비슷한 집을 짓고 공부했죠. 그는 그때 앉아서 편히 책을 볼 수 있는 실용신안특허품인 개량독서대를 고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출세의 등용문인 사시를 없애려고 그가 대통령 시절 도입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법조인의 양성을 로스쿨 출신으로 제한함으로써 학부전공의 다양성을 취하려다 법조인 양성에서 경제적 계층 다양성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제도를 모방하면서도 신청하면 거의 다 인가한 일본과 달리 많은 대학에 로스쿨을 차단함으로써 게임의 규칙을 짓밟았다는 반격도 나왔습니다. 대학별 로스쿨 정원 할당은 무한도전의 실력 경쟁이 아니라 배급식의 나눠먹기라는 것이죠.
 
2016년 마지막 사시(1차)를 남겨놓고 선발 인원을 해마다 줄이면서 사양화로 치닫던 고시촌이 최근 법무부의 사법시험 4년 존치 연장 방침 발표로 옛 기운을 찾을까 기대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정부의 이런 발표에 앞날이 불안했던 고시촌 사람들과 이들을 상대로 생계를 꾸려온 영세 상인들은 기대를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로스쿨 재학생과 교수들은 신뢰의 원칙과 법적 안정성의 침해를 들어 사시의 존속을 반대하면서 로스쿨 자퇴, 사시 출제거부 위협 등 초강수의 반격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국회의원들이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심의를 게을리 한 탓도 있습니다. 사시존치를 바라는 수험생 백여 명이 최근 국회 법사위원회를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회가 그간 제출된 사시존치 개정안의 심의를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존치를 하건 폐지를 하건, 그 결론은 치열한 국회의 토론을 거쳐야 하건만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아무 일도 안 하는 불량, 무능 국회의 모습이 이 부분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법무부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5.4%가 사시존치에 찬성했죠. 저도 사시의 존치에 찬성합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치르는 변호사시험 수준도 논란이 되었습니다만 로스쿨을 꼭 나와야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돈 드는 교육을 더욱 심화시켜 여기에 못 가는 사람들의 공무담당권을 빼앗는 것이죠.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자가 로스쿨로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비싼 학비를 낼 수 있는 부자계층으로 변호사시험 자격을 국한하면 이들이 누린 기득권의 세습을 조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시는 노력하면 출세한다는 성공의 스토리이자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였습니다. 이 사회가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원인은 이렇게 처지가 어려운 국외자들의 '높이뛰기'를 어렵게 만드는 현실에 있습니다. 자신들은 희망의 사다리로 높은 자리에 올라갔으면서도 옛날의 자신을 잊어버리고 남이 못 올라가게 그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꼴입니다. 서민을 잘 알고 대변하는 법조인을 키우는 것도 법조인 양성의 중요한 국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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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116.XXX.XXX.138)
대학과정을 마치는 사람이 동년배의 20% 이하 수준 부터 많아야 40% 수준이었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대학진학이 마음만 있다면 왠만해서는 모두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율을 보이는 교육환경의 차이와 함께 '현재까지'가 아닌 '미래의' 법조인의 역할을 생각할 때 법조인 양성을 공급측면만 고려하여 과거의 '개천에서 용난다'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의 사다리가 지상 최대의 과제인양 하는 것은 과거처럼 단순히 소수의 특정 법률들을 달달외어 암기위주의 시험제도로 세계와의 경쟁이라는 우리 현실을 모로쇠할 때에나 인정될 수 있는 방식으로 생각됩니다. 이제는 변호사 자격증이 일확천금의 수단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의 모 아니면 도'의 기존 사법시험 방식으로의 회귀를 법조인 양성의 올바른 방식인양 하는 것으로는 우리나라 법조인들이 다양한 전문적인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법조인들에게 법조인의 양산이 반갑지는 않을 것이나 수요자인 국민들에게는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법연수원 운영을 통한 국고 낭비도 막을 수 있어 국가적으로도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법조인들은 참 유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최근의 세계화, 전문다기화 하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여 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시각으로 분쟁을 해결 내지 자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별 실무지식을 갖추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실무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서는 제대로된 법조인의 역할을 하지 못하여 법조시장을 외국법조인과 외국법원에 내어줄 수 있고 나아가 외국의 법조인들과 경쟁하며 해외로 진출하기에는 역부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산업 전분야에 걸쳐 세계로 진출하거나 외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국가, 산업, 개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법률지원을 수행하는 법조인의 양성의 방향은 사법시험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울러 현행 로스쿨을 통한 교육양성도 투명성 제고와 보다 다양한 분야별 인재들에게 로스쿨로의 진입용이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율도 로스쿨 입학정원의 75%보다는 당해년도 로스쿨 졸업자의 90% 정도를 합격자로 전환하여야 로스쿨을 통한 공교육과 전문분야별 실무교육이 정착되고 양질의 다양한 법조인 양성제도로 정착이 가능해 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사시는 법에서 정한 대로 폐지하고, 로스쿨은 학비 축소와 장학 내지 융자제도 확대와 함께 입학, 교육, 진급, 졸업, 변호사시험 등의 투명성을 상시 감시하는 제도마련과 결과 통계적 공개 등을 제도화 하여야 합니다.
긍극적으로는 수요자들에게 도움되는 법조인 양성정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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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1 02:39:21
1 0
최석권 (124.XXX.XXX.180)
기존 사시 제도를 반대하였던 것은 아닙니다만
많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왔음은 인정합니다.
특히 기수 문화의 판검사 변호사가 선후배라는 끈끈한 사이를 조장하여
철떡같이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여 이 사회의 정의를 돈으로 어지럽히는
그런 문화는 이번 기회에 청소해야합니다.
기왕사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으니
정부를 믿고 화끈하게 밀어줍시다.
가난한 사람의 판검사 변호사되는 길은 로스쿨의 제도에서
많은 사람이 수긍이 가도록 운용토록 하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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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6 23:29:01
0 0
가곡 (94.XXX.XXX.158)
기존의 사법시험은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지만 "절대다수"의 실패자들에게는 수험생들을 거의 폐인 수준으로 만들어 놓는 해괴한 제도입니다. 요즘은 약간 달라진 모양인데 과거엔 그야말로 개나 걸이나 전공이 뭐고 학력이 무엇이든 7법만 공부하면 최종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법시험 제도의 존치를 수험생들이 원하는 이유는 꿈을 이루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절대다수 수험생의 좌절도 수년 혹은 십수년을 두고 대단히 서서히 진행될 뿐더러 그런 수험생 신분을 사실상 은퇴하여도 아련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그 제도에 대한 거부반응이 적은 것입니다.

반면 그런 폐단을 극복한다고 한 로스쿨 제도는 이상한 논리와 기준을 적용하여 제한적으로 인가를 해주고 변호사 시험을 공인 중개사 시험보다 더 쉽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게다가 로스쿨 인가를 심사할 때에 로스쿨이 보유한 학생들을 위한 학비지원금(장학금, 보조금과 학교 자체의 저리 대출금)을 인가의 기준으로 삼지도 않았고 미국같은 나라 처럼 정부 차원의 학비대출 제도도 없고 금융권의 대출제도도 쉽지않아 능력/실력이 아니라 결국 돈 있는 집안의 사람들만 입학-졸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더구나 사법시험의 폐단을 시정하겠다는 로스쿨 제도를 만들고도 변호사 시험 과목을 사법시험과목과 같은 것으로 하여 전체 커리큘럼에서 2/3 가량을 차지하는 비시험과목은 학생들이 수업을 사실상 외면하도록 만들어 놓아 법률 교육의 공황상태를 초래하였으며 학교간의 경쟁으로 로스쿨이 고시학원화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육은 제도권으로 수렴되어야 합니다. 독학으로 해결이 다 되는 세상이라면 학교가 왜 필요하고 선생의 역할이 왜 필요합니까. 다만 제때에 받을 교육의 기회를 놓친 사람이나 경제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각종 제도를 대폭 정비하여야 합니다.

독학으로 사법시험 공부하는 사람들도 약 5년 분의 생활비와 학원비 들을 합하면 아마 로스쿨 학비보다 더 많이 들것입니다. 그러나 독학으로 5년 안에 사법시험 합격하는 사람들은 1%도 않됩니다. 그런 사람들을 제도권으로 끌여들여 경제력이 없어도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합니다.

이미 로스쿨이 생겼으니 제도를 한시 바삐 보완하여 교육을 정상화 시키고 제도를 보완/정비할 것을 기대합니다. 최석권님의 논지에 동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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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8 23:48:34
1 0
웃기는소리 (112.XXX.XXX.251)
희망의 사다리라니
웃기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년에 몇 백명을
쓰리빠 끌고다니는 고시생에서 검은 양복 입은 변호사로 신분 상승시키자는 건데,
그런 명분이
도대체 사회적으로 무슨 가치가 있다고
희망의 사다리래니 한심한 건 아나
이런 주장 하는 자들은 스스로가 한심한 건 아시는지...
이러니
어떤 일본인이 한국이 오래 못 간다고 비판하면서
"한국인들은 라이센스 받아 쉽게 돈버는 게 목표다"
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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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6 20:58:37
0 2
별선생 (59.XXX.XXX.178)
가장 합리적인 의견입니다. 세상을 더 비민주적이고 어둠속으로 이기적이며 승자독식의 구조로 만드는 악의 물결입니다. 로스쿨제도와 함께 사시의 존치를 찬성합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마음속으로 하면서도 비겁하게 로스쿨만을 지지하는 기득권자의 퇴출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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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6 14:35:26
1 0
필자 (115.XXX.XXX.192)
자유민주사회는 방식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경제적 능력은 물론이고 장단점을 배려한 합리적인 정책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것은 희망의 사다리를 위해 정말 중차대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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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01:42:47
1 0
이정원 (203.XXX.XXX.62)
고시계 잡지는 저도 눈독을 들였던 책입니다. ㅎ
개천에서라도 용이 나야 합니다.
지름길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길을 바라보고 갈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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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6 10:36:14
2 0
꼰남 (112.XXX.XXX.25)
두 제도의 장점을 놓치지 않는 묘안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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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6 09:34:37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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