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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를 동배지로
정달호 2015년 12월 28일 (월) 02:57:30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려운 중독으로 첫째가 마약, 둘째가 도박, 셋째가 금(金)배지라는 말이 항간의 우스갯소리로 돌던 적이 있습니다. 앞의 둘은 어느 나라에든 해당되는 보편적인 것임에 반해 세 번째는 우리나라에 유별난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금배지를 따기 위해 재산 날리고 집안 거덜 내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고 보면 금배지가 마약이나 도박에 버금가는 중독이 맞기는 맞는가 봅니다. 
 
사실 금배지를 달고 다니는 국회의원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성하기까지 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뽑아준 국민의 대표로서 민의를 국정에 반영하는 임무를 지고 있으므로 당연히 권위와 품위가 수반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고상하고 신성한 직업이 우스개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하게 되었는지 민망하고 허망할 따름입니다.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흔히 금배지 딴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을 인식하는 데 있어 공익에 대한 봉사보다는 개인의 영달에 더 큰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좀 덜한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철이 가까워 오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금배지를 달겠다고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이 나라에 더 잘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국회의원이란 직(職)이 주는 온갖 권한과 이권과 특권을 염두에 두고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선거도 상당히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지기 때문에 국회의원에 대한 인식 또한 많이 개선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회의 일하는 모습이나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의 당초 의도가 어떤 것이었든 간에 국민을 위해 나라에 봉사하기보다는 국회의원 직을 유지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몇 년 동안이나 중요한 민생 법안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선정(善政)을 펴줄 것을 바라는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정권을 잡는 데 유리한가, 아닌가, 즉 당리당략으로만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뭔가 좀 나아질 것에 조금이라도 기대를 걸던 국민들은 허탈해지기만 합니다.
 
일그러진 정치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의식해서인지 어떤 국회의원들은 아예 금배지를 달지 않기도 합니다. 이미 확보한 것이니 드러내 보이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고 금배지를 보는 뭇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으려고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국민들의 감시의 눈총을 벗어나기 어려운 요즘의 세태에서 금배지를 달고 다니는 게 그리 떳떳하지만은 아니한가 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회의원들이 꼭 금배지를 달고 다녀야 하는지가 의문입니다. 금배지는 국회의원이 특권층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표시로서의 기능 외에 다른 어떠한 긍정적 기능도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차제에 특권의 주체가 아니라 공복(公僕)으로서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가다듬는다는 점에서 국회의원들이 화려한 금배지 대신 수수한 동(銅)배지를 착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금배지가 사라진다면 특권의 상징으로서 금배지를 노리는 사람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국회의원들이 내려놓는 금배지들을 모아서 스포츠, 문화, 예술, 기술, 학술 또는 기능 분야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국격을 높여주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한 상(賞)으로 주면 더욱 활기차고 신바람 나는 사회가 될 것이라 상상해 봅니다. 나라에 봉사하는 직업으로서 권위는 유지하되 특권과 특혜는 줄어든, 정략에 매이기보다는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그런 국회의원, 그런 국회를 보고 싶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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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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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211.XXX.XXX.84)
큰집(국회의사당)과 마(정)당이 문제입니다. 동감하오며 유럽의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시는 분들이 울나라에도 있다면 작은 희망이 보일것입니다만 제살길만 찾아가는 사람들, 국민의 1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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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9 20: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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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권 (124.XXX.XXX.180)
좋은 아이디어 입니다.
저들이 국민의 공복이라면 종으로써 걸맞게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는 뱃지면 족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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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8 19: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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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철 (211.XXX.XXX.88)
배지를 단다는 행위가 이미 특권 의식과 명예욕을 드러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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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8 18: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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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중 (211.XXX.XXX.216)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어차피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국회의원 숫자를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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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8 14: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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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203.XXX.XXX.62)
동뱃지도 과분합니다. 개과천선할 때까지 철뱃지를 달게 해야합니다. 그 뱃지를 달고 반성하거든 동 뱃지로 격상 시켜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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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8 10: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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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 (211.XXX.XXX.141)
자유칼럼에는 좋은 글이 자주 실리네요. 필진에 감사드립니다. 이 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비리는 그 권한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비리라는 것은 드러난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비리 생태계를 말합니다. 비리로 수감되는 국회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동료의원이 몇명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물론 제대로 활동하는 분들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에 국회의원을 비하하는 말이 있는 것이겠지요. 이 기회에 금배지라는 단어가 사라졌으면 합니다. 민의를 대변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꼭 금배지를 달고 다녀야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닐테니 말입니다. 금배지를 완장처럼 생각하는 의원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금배지를 남에게 보이는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잘 보이는 완장을 지급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언젠가 '국회의원 수준이 그 국민 수준'이라는 말을 듣고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수준을 조금은 높여야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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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8 0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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