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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년초
2015년 12월30일 (수) / 박대문
 
 
겨울이 깊어갑니다.
올 한 해도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풀꽃들은 다 시들어 사라지고 낙엽은 땅바닥을 구르고
흙 속에 묻혀 흔적을 감추며 땅은 꽁꽁 얼어갑니다.
이 추운 겨울인데도 땅바닥에 푸른 생명체가 보입니다.

춥고 삭막한 한겨울이 되면 풀들은 모두 죽고
나무나 여러해살이 풀뿌리만이 땅속에서
죽음과 같은 침묵의 휴면을 하는 기간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늦가을에 싹이 터서 어린 개체로
혹한의 겨울을 모질게 살아나야만 하는 풀꽃이 있습니다.
겨울 들판을 자세히 보면 얼음장 밑이나 땅바닥에 얼어붙은 채
잎도 초록빛이 아닌 붉은빛 도는 보랏빛으로 겨울을 나는
작은 풀들이 수없이 많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린 싹이 겨울을 나고 이른 봄에 꽃 피워 열매 맺은 뒤에
말라 죽는 들풀을 월년초(越年草) 또는 두해살이풀이라고 합니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대부분 들풀,
꽃다지, 냉이, 개망초, 광대나물, 큰개불알풀 등은
늦가을에 싹이 터서 어린 개체가 혹한의 겨울을 나야만
다음 해에 일찍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키 큰 식물이 무성히 자라 햇볕을 가리기 전에
꽃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대 이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보면서 비록 식물이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산다는 것 자체가 고달프고 삶의 고비가 있어 보여
애잔하고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찮은 들풀이지만 생명체로 태어나 종족유지와 보존을 위하여
꿋꿋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생의 소명(召命)을 충실히 따르는
이들의 삶의 과정과 고난이 우리 인생살이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대자연 속 한 형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쓰고 매운 혹한의 계절을 이겨내고 피어난 이른 봄 풀꽃!
아무리 작고 볼품없다 할지라도
알고 보면 애잔하고, 사랑스럽고 더 고와보입니다.
함부로 꺾고, 캐고, 짓밟을 수 없는 이른 봄 풀꽃입니다.

(2015. 한 해 끝자락 겨울 들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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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14.XXX.XXX.143)
2015-12-31 17:40:10
박대문선생에게 보내는 인사
시인에 사진작가로 활동중인줄 몰랐습니다. 자주 보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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