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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어버린 나
이광조 콘서트를 보고
배정원 2007년 10월 30일 (화) 10:32:22

며칠 전 갑자기 전에 알고 지내던 한 편집장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콘서트 초대권 있습니다...'하는.

그 편집장의 도움으로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가 나왔지요.
시간에 늘 쫓겨 책을 쓸 엄두를 못내는 저에게 신문 컬럼을 한주에 한번씩 쓰면서 원고를 모아 보라고,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의 조언은 옳아서 1년 만에 한권의 책이 나올 수 있었지요. 그가 잊지 않고 꼬박꼬박 일주일마다 제게 원고 독촉을 해서 몰아주었거든요.

아무튼 그 콘서트의 주인공이 이광조라고 하더군요.
젊은 시절 정말 좋아했던 가수였습니다. 물론 그것조차 지나가는 한 시기이긴 했어도..
그가 부르는 연가는 어떤 땐 너무 감미롭고, 어떤 땐 너무 처절했지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연인이여'' 사랑을 잃어버린 날''오늘 같은 날'등 그야말로 주옥같은 노래들입니다.

그 문자를 받자마자 친구에게 의향을 물어 보았더니 좋아라합니다.
저와 그 친구는 그날 밤의 콘서트를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조계사 옆의 콘서트장은 '왕년의 대가수 이광조'를 홀대하는 것처럼 도무지 입구를 찾을 수 없어서 헤매게 만들었습니다.
우왕좌왕 하다가 찾은 콘서트장은 너무 아담했고. 모인 사람들은 아주 적었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사람 잊혀지기 이렇게 쉽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죠.

드디어 콘서트는 시작되었고, 청바지에 예전처럼 하얀 와이셔츠를 내어 입은 그가 등장했습니다.
자신의 말처럼 정말 말을 못하는 그는 노래를 통해 교감하고자 하는 듯 보였습니다.
콘서트 중간중간에 자조적이고 시니컬한 말을 뱉어 '지나간 가수'임을 자조했지만 저는 좋았습니다.
그게 세월이니까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그대의 숨결은 보랏빛 숨결이요. 이어지는 그의 노래는 젊은 시절 여성적이던 느낌을 다 벗어 던진 아주 완숙한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그는 게이라는 말이 있기도 했고(알 수 없지만) 그는 아마도 가장 먼저 귀걸이를 한 남자가수였고, 어느 때는 약한 화장으로 붉은 입술을 보여주던 여성적인 남자가수였으니까요.

지금의 그는 아무런 여성적인 화장도 없이 그야말로 약간 배가 나온(와이셔츠로 배를 가리기는 했지만) 인생의 많은 부분을 건너온 중년의 남자였습니다.
이제까지 많이 그의 노래를 들었고 모습을 보았지만 한번도 그에게 남성다운 섹슈얼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나이 들어 적당히 늘어진 그에게서 '섹시한 남성성'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그의 노래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아주 단호하고, 결기가 느껴지는 남자의 것이었습니다. 아주 애절하고 심지어 처절하게 '사랑을 잃어버린 나'를 불렀지만, 그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사랑을 잃어버린 나'란 노래는 너무나 처절해서 젊었을 때는 듣기가 오히려 힘겨웠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 들으니, 마음이 심하게 아파올 정도로 체화되는 곡이고 그야말로 우리의 지나간 숨결이 되어버린 사랑을 떠올리게 했지요.

무엇보다 그의 콘서트 장엔 같이 나이 들어 가는 '우리'가 있었습니다.
나이든 사람은 젊은 사람들을 보고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젊은 사람에게 그 '가능성'보다는 '불안'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법이죠.
이제 그 불안을 다 겪고, 그 피안의 모습을 담담함으로 껴안을 수 있는 나이에
지나간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젊음'을 생각했습니다.

지금 나이든 나도 좋지만, 젊은 시절 그렇게 가녀리고, 불안해 서성이던 저의 시간들도 아름다웠노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던 그리고 가슴을 치던 그 세월들도 이제는 나이든 눈매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하기야 인생이 사랑만이겠습니까?

'세월'을 느끼며, 그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세월'은 아주 맑은 정신으로 그러나 담담한 마음으로 되새길 수 있는 것이라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뒤안길의 국화 같은 누이처럼 그렇게 세월의 뒤안길에서 바라보는 나의 세월은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그에게 이제 감사를 보냅니다.
초대권이 아니라 사서 들어가 그를 격려했으면 더 좋았을 일이지만, 세월은 앞으로 그런 기회를 분명 줄 것입니다.
감사의 꽃다발이라도 보내야지 하던 마음은 또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지는 세월이 고맙습니다...

친구와 나는 콘서트가 끝나고 그저 걸었습니다. 그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내 질문에 친구는 '뜨거운 정종과 오뎅'이라는 말로 우리가 하나임을 보여주었지요. 하하.
물어볼 것도 없이 우리는 그날 따뜻한 정종과 한 그릇의 오뎅으로 지나간 '그러나 아름다웠던 세월'을 자축했습니다. 

필자 배정원은 성교육상담전문가이며, 현재 행복한성문화센터소장이다. 일간지를 비롯해 온라인 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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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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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avis (210.XXX.XXX.250)
좋은 목수가 되어라.
인간이 아름다운 까닭은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다듬어가는 사람을 붓다는
좋은 목수에 비유한다. 인간의 의식은 어떤 모양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는 재목이다. 목수가 집을 짓고 가구를 만들 듯,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사랑, 지혜, 인내, 성실, 열정,
명랑함 같은 감정과 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에크낫 이스워런의《인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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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6 00:25:02
0 0
busisi (211.XXX.XXX.129)
노래방 갔을 때 일행 중 하나가 처절하고 멋지게 그 노래를 하기에 뭐냐고 물었더니 이광조라고 하대. 좀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하나 구워서 보내준다더니 한 달 넘게 소식이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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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5 16:53:12
0 0
옵저버 (211.XXX.XXX.49)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무엇보다, 글을 연재하고나면 왜 꼭 책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왜 여섯번의 "너무"와 세번의 "정말"과 네번의 "아름다움"과 일곱번의 "나이"와 여덟번의 "세월"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드는지. "시간에 쫓기는" 분들에겐 "따뜻한 정종"보다는 "따뜻한 차"와 침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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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2 12:20:22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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