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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바꾸기
방재욱 2016년 01월 14일 (목) 01:29:31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비리에 대한 불편한 소식들과 총선을 앞둔 정치판 이야기들이 언론과 인터넷에 끊이지 않고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비판하는 자리에 끼어들어 거들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지도층 인사들이 자기 자신과 가정도 제대로 바꾸지 못하면서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자신과 측근들에게만 관대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이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보다가 문득 심리학에서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으로 정의하는 ‘프레임(frame)’이란 말이 떠올라, 내 삶의 프레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지난해의 삶을 돌아보니 언제부턴가 늦게나마 철이 조금 더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몇 개월 남긴 총선을 생각하며, 예전에 내가 직접 출마해 치렀던 선거의 추억을 적어봅니다. 
 
지금부터 46년 전인 대학 2학년 시절, 대학의 문화를 변화시켜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학생회장에 출마했던 때의 추억입니다. 당시 대학가는 끊임없는 데모로 술렁이고 있었고, 학생회장 선거에서 사회의 선거와 유사한 비리가 나타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회장이 되어 학연과 지연에 얽매인 선거 풍토를 바꾸어 보고, 대학 교육의 환경을 바꾸는 데도 앞장서 보겠다는 생각으로 자신감 넘치게 출마하였지만 몇 표 차이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때 학생회장 출마가 나 자신의 영예를 위해 대학 문화의 변화 주도를 ‘공약(空約)’으로 내세우고 나섰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이켜봅니다.
 
선거에 대한 더 큰 추억은 2007년에 치른 총장 선거입니다. 내 인생의 꿈인 교수가 된 후에 교수의 본분인 강의와 연구, 그리고 대외 활동을 충실하게 한 다음, 스스로에게 물어 진정으로 학자의 외길을 걸어왔다고 판단되면 교수직 후반기에 총장이 되어 대학의 문화를 바꾸어 보자는 마음으로 나름 열심히 생활해 왔습니다.
 
대학 내의 사정으로 총장 선거가 예상보다 2년 가까이 앞당겨 치러지는 일이 발생해 내심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보직 임기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거 운동 기간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총장 선거에 출마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교수로서의 본분을 충실히 해왔는지, 그리고 총장에 당선이 된다면 대외 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름 어느 다른 후보에 비해서도 열심히 해왔다는 자신감과 함께 그동안의 대학 생활에서 쌓아 온 경력과 대인 관계를 통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판단되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나 자신을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총장 선거에서 어이없이(?) 1차 투표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신 것입니다. 대학의 발전과 위상 제고, 교육과 연구의 활성화, 대외 협력 관계 등 총장 선거에서 내걸었던 주제들 그리고 내가 총장이 되어 바꾸어 보고자 했던 일들에 한계가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거 운동 기간이 너무 짧기도 했지만 사회 선거와 마찬가지로 조직력과 개개 유권자에 대한 응대가 최대 관건인 선거판에서 내 원칙이 별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느껴졌습니다.
 
선거 다음 날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메시지를, 낙선자들에게는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가깝게 지내며 후원을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선거 후 약 2주 동안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돌아보며, 내 인생의 프레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모처럼 지나온 내 삶을 뒤돌아볼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 나이가 꽤 들었다는 사실이 실감되며, 그동안 주위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영화 장면처럼 떠올라 스쳐지나갔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사랑하는 아내, 딸과 사위,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 그리고 어머님이었습니다. 그간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소위 기러기 생활로 아내와 자식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온 시절의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정의 프레임부터 변화시켜 보자는 생각을 하다 보니, 우선 나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나온 내 삶에서 내가 나 자신에게 너무 관대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대외적인 일들을 핑계로 가정에 너무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들에는 때가 있는 법인데 그동안 내가 나 자신에만 너무 몰입하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다시 새해를 맞이하며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최적의 시기’라는 말과 함께 나 자신의 프레임부터 바꾸어 나가기로 다짐했던 당시 추억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옵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풍미하는 사회를 떠올려보며, 앞으로 내가 속해 있는 삶의 터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내 삶의 프레임부터 바꾸어 보자는 마음을 다시 다져 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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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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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115.XXX.XXX.131)
교수님 생각에 갈채를 보냅니다. Cheer Up!

김진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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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4 22:59:48
0 0
방재욱 (211.XXX.XXX.62)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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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11:49:44
0 0
청유 (211.XXX.XXX.59)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증자의 일일삼성이 떠오릅니다. 일일일성이라도 하며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글의 주제와는 관련이 없지만,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언론이 사회지도층이라고 부르는 부류의 사람의 지도를 받고 싶은 일반인들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냥 "사회상류층" 또는 "사회고위층" 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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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4 16:20:04
0 0
방재욱 (211.XXX.XXX.62)
청유님께,
댓글 감사드리며, 답변 늦게 드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사회지도층’이란 용어의 비적절성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유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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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11:48:25
0 0
꼰남 (112.XXX.XXX.25)
그 새로운 삶의 프레임 아주 멋지고 단단하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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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4 09:06:21
0 0
방재욱 (211.XXX.XXX.62)
댓글 감사드립니다.
꼰남 님도 멋진 삶의 프레임으로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답변달기
2016-02-11 11:49:0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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