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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찾은 한글
고영회 2016년 01월 28일 (목) 00:52:41

일본 동경 지하철을 타러 가면 분위기가 낯설지 않습니다. 지하철역에 설치한 안내판에서는 한글로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관광 안내소에는 동경 시내 관광안내서와 지역별 상세지도의 한글판이 마련돼 있습니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한글 안내서를 꼬박꼬박 챙기기에 왜 그런가 물어보니, ‘이렇게 이용해야 한글판이 필요한 줄 알고 계속 만든다.’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동경에서 일광(닛코)으로 가는 열차를 탔는데, 열차 안 전광판에는 안내가 한글로 나옵니다. 별 불편한 점 없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게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위 지하철역에서 챙긴 한글 안내문을 가져간 덕분에, 동경국립미술관은 입장료를 깎아주었습니다. 횡재한 기분이었습니다. 동경국립미술관에서는 전시 작품도 한글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작품 설명하는 문장도 참 자연스럽게 잘 썼습니다. 번역과 감수에 상당히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았습니다. 일본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설명을 우리글로 읽는 즐거움. 좋더군요.
 
관광지에서도 한글로 안내하는 것이 눈에 자주 띕니다. 그런데 분명히 한글인데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것도 있고 말이 어색한 것도 눈에 띕니다. 土足嚴禁을 우리 읽는 대로 ‘토족엄금’이라 적은 것이지요. ‘신발 벗고 들어오세요.'라고 적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들어가는 곳(인입점)과 나가는 곳(나가다)을 표시한 것도 어색합니다. 아마 공사하는 분이 인터넷에서 기계로 번역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라도 한글로 안내해 주니 반갑긴 한데 엉뚱하게 표시돼 있으니 개운치 않습니다. 누군가 바로잡아주어야할 텐데...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우리말이 타향에서 고생하지 않게, 관련된 사람에게 바로잡도록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한중일 세 나라 단체장이 만나는 회의장에서 소통은 어떻게 할까요? 주관국은 일본말로 하고, 통역이 영어로 옮깁니다. 회의 자료와 이름표는 영어로 표시했습니다. 세 나라에게 누구의 말도 아닌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는 게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다음 회의에서는 통역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주관국은 자국 말(일본어)로 진행하고, 한국어와 중국어로 순차 통역한다. 이렇게 하면 통역이 한 사람 더 붙지만 한중일 세 나라 사이에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명패에는 위에는 주관국 글자로, 아래에는 본국어로 적자, 이번 회의에서 보면 내 이름을 위에는 일본어로 아래에는 한글로 적자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회의가 열리면, 위에 한글 아래에 일본어로 적는 것이죠. 주관국 지위를 존중하고, 각 원어를 표시하여 본인을 존중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두 나라 사이에 회의를 열어도 이름을 영어로 표시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고치자고 제안했습니다. 두 나라 다 좋다고 했습니다. 올해 회의가 기대됩니다.
 
외국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의 위상은 우리나라의 위상과 바로 연결돼 있습니다. 올해는 우리 위상이 한 단계 더 올라가는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동경 지하철에서도 우리말 방송을 듣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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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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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옥 (121.XXX.XXX.88)
일본에서 찾은한글: 칼럼을 보면서 날라사랑하는 모습 고맙게 생각한다,'84년도 일본 이시카와현 임업시험장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시골의 작은 고마스비행장의 비행기로 손님은 일본, 한국사람으로 기낸방송을 여러차례 듣게 되었는데 안내는 일본말로 먼저하고 뒤이어서 영어를 하고는 끝났다. 이런모습의 방송을 듣는 나는 기내손님을 위한 방송을 해주십사하는 뜻에서 스투디어스에게 정중히 부탁을 했지"기내 손님은 일본사람, 한국사람 두나라 사람밖이니 안내를 일어와 한국어를 해야한다고 건의한 일이 있지"
병신년에는 언제나 즐겁게 웃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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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9 13: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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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2)
네. 형님은 벌써 오래전에 챙기셨네요. 요즘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에는 우리말 안내방송이 자리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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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0 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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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유 (211.XXX.XXX.59)
회장님 한글사랑은 대단하십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영어에 한글이 밀리니 매우 안타깝습니다.
국제화시대이니 영어로 쓰는게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한글을 뒷전으로 보내는 것이 국제화가 아니고 한글을 전 세계에 퍼트리는 것이 국제화입니다.
국제화 시대라는 것은 미국이나 영어가 국제화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대한민국과 한글과 나 자신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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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9 12:30:06
0 0
고영회 (119.XXX.XXX.232)
짝짝짝! 맞습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국제화해야하는 것이죠. 우리말글을 영어로 대체하는 것이 국제화라고 잘못 아는 사람이 많죠. 딱합니다.
'아이.서울.유'에도 불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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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0 12: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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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니나 (108.XXX.XXX.32)
일본에 가서도 한글로 안내를 받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네요. 저는 아직 일본을 못 가본 재미교포입니다만, 언젠가는 가 볼 생각으로 있어요.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는 사람마다 다른데요.그래서 더욱 더 사람들과의 미팅이 재미있는것 같아요. 모든 분들의 댓글도 재미있고요, 특히 꼰남씨의 살짝 꼬아본 의견도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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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9 03: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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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2)
하하 그렇죠?
의견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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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0 1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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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221.XXX.XXX.81)
회의를 영어로 하지 말고 주최국 말로 하고 한국어와 중국어로 통역하자는 말씀이나 명패 적는 방법이 참 좋습니다. 제가 주관하는 국제회의도 이렇게 하자고 하겠습니ㄷ.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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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8 18: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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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2)
네.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반응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중일 회의에서 이름을 적을 때 'KOH Young Hoe' 이렇게 우리이름 '순서대로' 적고 적어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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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0 11: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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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살짝 한번 꼬아 보겠습니다.^^
주관국의 지위 존중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주관국이 참석국을 환대한다는 의미에서
참석국의 이름을 주관국 이름 위에 써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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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8 08: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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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2)
네. 그게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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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0 11: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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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4.XXX.XXX.10)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저같은 사람도 혼자 일본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아주 실용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결국 글과 말의 일차적 기능은 소통인데, 저는 우리나라 내에서도 서로 소통되지 않는 마구잡이 영어를 보는 것이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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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8 08: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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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2)
네.
일본 지하철 앱을 깔면 별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나는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있어 따라만 다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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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0 11: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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