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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게 죽을 권리
황경춘 2016년 02월 02일 (화) 04:31:06

해가 바뀌고 또 한 달이 지나, 이달 하순에는 아흔두 번째 생일이 돌아옵니다. 일반적으로 ‘인생 50’이라던 젊은 시절, 앞뒤 가리지 않고 일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0세 인생’이라는 노래가 유행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인구 구성이 고령자(高齡者) 사회로 바뀌는 속도가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는 우리나라입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의 10.3%에서 작년에는 13.1%로 껑충 뛰고 이 추세로는 2020년에 이 비율이 20.8%에 도달할 것이라고, 정부 통계청에서 예측하였습니다.
 
학교 동창이나, 같은 연배 친구들이 하나둘씩 먼저 세상을 떠날 때, 충격은 받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었습니다. 노랫말에도 있듯이 ‘알아서 갈 테니’하고 평소의 낙천적인 생활태도로 곧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자들의 화제에 자주 등장하는 ‘웰 다잉(well dying)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저세상에 가는 것에 공포는 느끼지 않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건강을 유지하다가, 많은 고통 없이 생을 마감했으면 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치매같이 정상적인 의식을 잃은 채 생리적으로 만 생명을 유지하여 가족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비극은 꼭 피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에 국회를 통과하여 2018년부터 시행된다는 우리나라의 존엄사(尊嚴死)법을 크게 반기고 있습니다.
 
수년 전 어느 일본 잡지가 40여 명의 사회명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어떠한 죽음을 택하겠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 중 두 사람이 암으로 생을 마치는 것을 원한다는 색다른 의견을 보내왔는데, 그 이유가 암 환자는 죽을 때까지 의식을 잃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두 사람 중 하나는 이름 있는 의사로, 그분 소견으로는 현대의학으로 암에서 오는 고통을 견뎌낼 정도의 기술은 충분히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치매나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는 것보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기의식을 유지하는 암으로 인한 사망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두 사람에 하나 꼴로 암 환자가 많다고는 하는데, 선택한다고 전염병도 아닌 암에 걸린다는 이야기는 다만 헛된 꿈에 지나지 많겠지만요.
 
우리나라 존엄사법은 의사와 환자 합의로 무의미한 연명 수단을 중지하는 비교적 온건한 내용이지만, 환자 측의 정신적, 물리적 부담을 가볍게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법이라 생각합니다.
이 법의 입법 동기도 1997년 환자 가족의 요청으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의사가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재판을 받은 사건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건으로 의사가 재판을 받은 예가 있습니다만, 존엄사를 합법화하는 법은 여러 단체의 반대로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죽음이 불가피한 경우, 의사의 판단과 처방으로 환자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편안하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법을 가진 나라는 세계에서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네 곳입니다. 미국은 1994년에 찬·반 양 진영의 뜨거운 논쟁 끝에 채택한 오리건(Oregon)주를 비롯한 4개 주뿐으로 전국적으로는 반대하는 곳이 더 많습니다.
 
미시건주의 ‘죽음의 의사’라는 별명을 가진 잭 케보키언(Jack Kevorkian) 박사처럼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존엄사 운동을 계속하는 의사도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미국 의사회와 가톨릭교회는 환자의 ‘죽을 권리’ 운동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존엄사 운동이 다시 미국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등장한 것이 2014년에 캘리포니아 주민이 존엄사를 위해 오리건주로 이사하여 죽음을 택한 뒤부터였습니다.
 
말기 뇌암 진단을 받은 브리트니 메이너드(29) 여사는 오리건주로 주소를 옮긴 그해 11월에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사건 뒤, 그녀가 거주하던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4 개 주의회에 존엄사 법안이 제출되어 심의 중입니다.
 
이러한 세계 여러 곳의 법이나 법안에는 ‘존엄사 법(Death with Dignity Law)’과 ‘죽을 권리(Right-to-Die)' 법 등 내용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복수의 의사가 죽음의 약을 처방토록 하는 ‘적극적’ 안락사 법입니다. 우리나라 법은 의사와 환자 측 동의로 과잉 연명치료를 중지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소극적’ 안락사 허용 법입니다.
 
이 정도라도 본인의 뚜렷한 의사로 연명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유언을 남겨야 하겠다고 몇 번 마음먹고도 아직 실행 못한 본인이지만 이 글을 통해 불필요한 연명 조치는 절대 반대한다는 뜻을 남깁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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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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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권 (124.XXX.XXX.180)
선생님, 초코렛을 매일 잡수시기 바랍니다.
세계 최장수 126세 프랑스 할머니는 장수비결을 묻자
자주 웃고 초코렛을 매일 드셨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한일간 앞으로도 많을 역사적 논쟁거리에도
한국 사회의 귀중한 산증인 이십니다.


위 프랑스 할머니는 생활비 조달을 위해 75세에 자신의 아파트를
45세 먹은 변호사에게 넘기고
자신이 죽을 때 까지 $500/월 을 받기로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75세에 먼저 죽었더랍니다.
(위에 적은 나이들은 정확치 않으나 내용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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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19:40:33
0 0
박화숙 (168.XXX.XXX.55)
동감입니다.
아름답게 죽을 수는 없더라도 건강하게 살다가 잘~, 폑 끼치지않고 이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 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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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10:54:08
0 0
꼰남 (112.XXX.XXX.25)
암을 택하다니 고 김점선 화백의 <암은 곧 앎이다>란 말이 생각납니다.
이왕이면 안 그러고도 알고 깨닫고, 이상없이 웰 다잉하는 사람도 많지요.
삶이 존엄한 많큼 죽음도 존엄한 건 사실이지만
막상 제 경우라면 어떨지 선생님의 유언처럼 무작정 뒤로 미뤄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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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09:25:03
0 0
청유 (218.XXX.XXX.47)
여러가지 이유로 생의 마지막이 왔을 때 대범하게 맞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죽음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은 죽음을 싫어하겠지요.
장기간 무의식 상태로 병상을 지키던 사람도 생명유지장치를 떼면 눈물을 흘린답니다. 죽음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여 자살하는 분들도 어쩔 수 없으니 자살하지 죽음이 좋아서 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존엄사나 안락사를 하고 싶은 사람도 자신의 죽음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도와서 자살하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부터 구해야 하듯이, 존엄사나 안락사를 하려는 사람의 상황을 잘 살피면 비록 건강하지 못한 몸이지만 다른 인생을 살게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살려고 태어난 인생! 최대한 오래오래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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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08:24:45
1 0
최석권 (124.XXX.XXX.180)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덧붙여 자살하려는 사람들,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시고,
대신 누구 끌고가 죽지 맙시다.
특히 어린 자식들을.
가족 동반자살 소식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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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19:50:28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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