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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물귀신 법’으로 만들 셈인가?
임종건 2016년 02월 05일 (금) 02:12:32

국회의 무능은 입법 활동의 태만과 졸속에 관한 것입니다. 19대 국회는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역대 최악의 무능 국회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법안 처리를 무작정 미루어 폐기시키거나, 처리된 법안은 제대로의 토론도 없이 졸속 처리돼 개정 요구가 잇따릅니다.
 
그중 후자를 대표하는 법이 작년 3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부터 시행예정인 김영란법입니다.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 이 법의 골자입니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법을 만들었을 때와, 2013년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을 때의 명칭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었으나 국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명칭이 바뀌면서 ‘공직자’와 ‘이해충돌방지’가 사라졌습니다.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를 막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에 공직자가 없어진 것이 이 법의 난맥의 핵심입니다. 제목에서는 사라진 ‘공직자’는 법조문에 ‘공직자 등’으로 표시됐습니다.
 
문제의 ‘등’이 들어가게 된 것은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이 이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의 업무가 공직자와 맞먹는 공공성을 지닌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어느 언론인이 자조하듯 언론이 ‘제4부(府)’임을 대한민국 국회에 의해 공인받은 셈입니다.
 
말이야 맞습니다. 언론과 교직의 공공적 성격은 공직자보다 작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언론인을 공무원 취급해서야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전체주의 독재체제에서나 있는 일이죠.
 
또 공공성으로 말한다면 의료업, 금융업, 방산 업체 등 정부발주 사업을 시행하는 각종 기업체,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비중이 언론이나 교직보다 적지 않을 것입니다. 
 
공직자와 민간인을 구분하는 가장 원초적인 기준은 월급이 국고에서 나가느냐일 것입니다. 교직원의 경우 공·사립을 막론하고 월급에 국고 지원이 들어 있으므로 사립교사의 공직자 여부는 따져볼 여지가 있을 것이나, 민간기업에 종사하는 언론인의 경우 그렇게 간주될 여지는 없습니다.
 
월급을 기준으로 하면 언론분야에선 KBS와 EBS 임직원, 공립학교 교직원이 공직자 범위에 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공영방송 기자와 공립학교 교사만 대상이 된다면 같은 직역 있는 민간 언론인 및 사립학교 교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것이 김영란법에서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공직자와 동등하게 취급한  이유였을 것입니다. 거기에 언론과 교권의 독립성에 관한 고려는 없었습니다. KBS EBS가 공공기관이라도 실질과 기능에서는 엄연히 언론기관입니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일반 형법으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 언론과 교사 부분은 공·사를 막론하고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굳이 적용해야 한다면  KBS EBS 임직원과 공립학교 교직원으로  국한하면 됩니다.
 
법 시행 결과 그들에게서 부정과 비리가 여타 공직자들과 마찬가지라면 적용대상을 전체 언론, 전체 사립교로 확산해야 할 이유가 될 것입니다. 관(官)의 일부분이 적용 대상이라고 해서 이를 민간 전체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존민비이자 행정편의적 발상입니다. 또 부분으로 전체를 규율한 주객전도입니다.
 
특히 언론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게 존재이유입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이라는 대립적 기능 주체를 한통속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물귀신 법’입니다.
 
이 법이 국회에서 무리하게 처리된 배경을 짐작케 하는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작년 1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이완구 의원이 기자들과 점심을 같이하며 했다는 막말 수준의 말들입니다.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욕먹어 가면서… 여러분도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 가서 당해 봐…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 줬는데 이제 안 막아 줘.”
 
그는 이 말 외에도 언론사 간부에게 압력을 넣어 기사를 뺐다거나, 언론인들에게 직장을 알선해 줬다는 등의 발언을 저급한 표현으로 쏟아냈습니다. 그의 그런 언론관에 대해 국무총리 자질론이 제기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김영란법에 대한 그의 발언도 총리지명 후 자신에 관한 언론의 비우호적인 보도에 불만을 토로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법은 그의 총리 취임 직후인 3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관피아 척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비등하던 사회적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집권당의 원내대표로서 그가 보다 사려 깊게 김영란법에 대처했더라면 오늘의 난맥은 피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때 그는 김영란법을 언론에 대한 생색과 엄포 겸용으로 써먹었을 뿐입니다.
 
그의 발언은 어쩌면 대한민국 공직사회 전반의 언론관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언론, 너희는 깨끗하냐?’는 반감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국민의 언론에 대한 불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므로 언론도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입니다.
 
이 법은 언론 및 교원 관련단체로부터 평등성 및 과잉금지 위반 등 위헌요소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돼 헌재에서 심의가 진행 중입니다. 헌재는 9월 시행 전에 결정을 내릴 예정이나, 국회가 그전에 자발적으로 법개정을 하는 것이 바른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는 공직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민간을 끌어들였다는 세간의 의혹을 벗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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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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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203.XXX.XXX.62)
저 개인적으로는 공직자나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은 물론 정부공공 기업, 금융계, 의료계, 공공기관으로부터 사업을 발주 받은 기업체, 시민단체, 문화.에술.체육단체.각종 위원회,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등 부정한 청탁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전방위 단체로 적용범위를 확대시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란법에 대해 69.8%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법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전관예우등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누락시킨 것이나 부정청탁개념을 포괄적인 개념에서 15가지만으로 한정한 것, 직무관령성이 없으면 100만원 이하인 경우는 과태료 부과, 의무신고 대상을 가족에서 배우자로 한정한 점 등등은 부정부패를 척결해야만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국민적 합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봅니다.
법은 강해야지 물렁해서는 안됩니다. 특권자가 있을 수 없습니다. 예외자를 두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법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서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만큼 실증을 보여주어야 ㅡ합니다.
부정한 돈거래나 청탁은 가장 가혹한 형벌로 처리해야 합니다. 부정과 부패가 싹터서는 민주주의는 물론 건전한 자본주의도 정착할 수 없습니다.
당초 취지에 못미친다고 해서 이 논의를 불러일으킨 김영란 전 국민권익 위원장은 이 법을 반쪽짜리 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법은 일부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로 확대정용해야 부정 부패를 원천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청회등을 통해서 일정한 금액응 정하고 그 이상의 부정한 돈을 주고 받는 행위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반드시 형법으로 처리하는 극약처방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정부패가 워낙 광범위하고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어서 웬만한 대증요법으로는 근치를 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이 무어냐고 설문조사를 한다면 '부정부패 일소'가 단연 1위를 찾아할 것입니다. 김영란 법을 전국민으로 확대적용하는 문제를 위정자들이 검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랩입니다. 공론화를 거친 법 확대개정을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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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4:52:17
2 0
방기웅 (61.XXX.XXX.181)
두분다 부정부패를 막아보자는 주장이시네요. 본 취지에 맞게 적용범위를 명확히 하자는 말씀도 옳고, 부패일소에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말씀도 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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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7 21:54:25
0 0
초심 (58.XXX.XXX.220)
무슨 법이 잘 만들어 젔어도..
잘 적용되고 잘 지켜지는 문제 하고는 항상
괴리가 있다는 생각하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중요한 것이 신뢰라고 보는데 무너진
신뢰를 되찾는 법은 없을까요..?
그런 법은 왜 만들지 않는걸까요..?
만든다고 해서 과연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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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0:45:52
0 0
임종건 (222.XXX.XXX.43)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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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5:52:20
0 0
별선생 (59.XXX.XXX.178)
공감하는 글입니다. 보다나은 민주사회로가는 지름길입니다.입법취지에 맞게 꼭 지켜내야할 법입니다. 다만 서두에 언급하신 국회선진화법에 대하여 비판적이신데, 당시에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법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어야합니다. 그런연후 국민공감대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제기해야 하는데, 원초적인 결자해지는 없고, 결과만가지고 악법타령은 무슨 억지랍니까? 솔직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양식이 아쉽고, 그것이 우리국민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기가막힙니까, 모두가 남탓만하고 있는 초등학교수준입니다. 커다란 반성의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국회수준이 다시 폭력과 폭언으로 마비상태 이어지면 이제 누구를 탓하겟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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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0:13:57
0 0
임종건 (222.XXX.XXX.43)
선진화법에 대해서는 저도 별선생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국회에서 폭력을 동원해 싸우는 꼴을 안 보게 된 것은 그나마 선진화법 덕분이라고 자위합니다. 제 얘기는 5분의3의 동의가 있어야 처리한다하더라도 절대 다수 국민의 이익을 위해 만든 법이라면 처리해주는 것이 선진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겁니다.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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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5:51:43
0 0
책벌레 (125.XXX.XXX.148)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입법 당시 언론을 끌어들인데에는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들의 계략이 있지 않았나 생각되며. 모든 일이 과유불급, 즉 넘치면 미치지 안함만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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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0:04:42
0 0
임종건 (222.XXX.XXX.43)
읽어 주시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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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5:45:22
0 0
청유 (218.XXX.XXX.47)
신분이 공직자이건 언론인이건 회사원이건 부정하게 돈을 받으면 안됩니다. 사립언론인이 공직자가 아니라고해서 부정한 돈을 받는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은 물론이고 회사원도 범죄를 하면 처벌함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김영란법을 확대해서 회사원도 적용해야 합니다.
김영란법을 유명무실하게 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김영란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처벌도 더욱 강화하면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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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07:39:22
2 0
임종건 (222.XXX.XXX.43)
우리 사회에 지금 법이 없어서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보진 않습니다. 형법에 온갖 가중처벌법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럼에도 근절이 안되고 있는 것은 있는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김영란법은 범죄의 빈도가 잦고 개선의 여지가 적어 보이는 공직자들을 집중적으로 규율하자고 만든 법입니다. 그러면 공직자들에게라도 제대로 적용해야지 거기에 왜 민간을 끌어들입니까? 김영란법으로 모든 부정부패를 다스리자는 것은 김영란법을 없애자는 얘기나 같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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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5:44:44
1 0
최석권 (124.XXX.XXX.180)
동감 합니다.
김영란법이 첫 규율 취지에 맞게끔
공직자들에게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는데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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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6 12:24:22
0 0
최석권 (124.XXX.XXX.180)
찬성합니다.
한국 국민 모두를 비참하게 만든 해괴한 세월호 사건도
알고 보면 총체적인 국민의 부정과 특권의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좀 참고 인내하여 정화 노력을 기울여야합니다.
그러나 국민 스스로 자신을 정화하기엔 너무나 병들어 있습니다.
법 제도화를 하루 빨리 가동시켜 대한민국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단언컨대, 지금 고치지 못하면 제2의 세월호 사건은 또 일어납니다.
답변달기
2016-02-05 10:26:38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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