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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란스의 독서토론
김수종 2007년 11월 05일 (월) 10:33:15
보름여 전 토요일 서울 동교동에 있는 ‘유니트란스’라는 조그만 물류회사를 방문했습니다.
2003년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 ‘0.6도’를 펴낸 저자로서, 이 회사 독서토론 모임의 ‘저자와의 대화’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더구나 사회적 관심을 일으키는 주제도 아닌 환경관련 서적을 갖고 독서토론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하필 사원들이 쉬는 토요일, 그것도 단풍이 한창인 10월에 독서토론회가 열리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오후 3시쯤 도착해보니 이 회사 직원 50명가량이 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사원들은 내가 쓴 책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나를 소개하는 진행자의 말을 들어보니 회사에서 몇 주 전에 ‘0.6도’를 구입하여 사원들에게 읽게 하고, 그 날 아침 9시부터 조별로 토론을 벌였고 우수 토론자를 선정하여 시상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사원들은 책을 충분히 읽고 그들 나름대로 토론을 통해 저자와 대화할 무장을 갖추고 있었던 셈입니다. 100분 동안 30개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지구온난화 문제와 관련한 일반적인 질문이 많았지만 내 마음을 찌르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그런 질문 중의 하나가 이런 거였습니다.
“책이 기업이 경제활동으로만 생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은데, 우리같이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친환경 경영의 지침으로 내 세울 수 있는 화두가 있습니까?”

나는 속으로 ‘으악!’ 하고 놀랐습니다. 건설 회사도 굴뚝회사도 아닌 물류회사의 환경경영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회사원들은 실생활과 관련한 실질적인 질문을 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코스트다운(cost-down)이 친환경 경영입니다. 단 여러분의 월급은 깎지 말고...”
나는 크든 작든 회사의 경비절감 노력은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보다 더 좋은 대답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원들은 깔깔 웃으면서 한 곳으로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소박한 인상의 남자분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토론회가 끝난 후에야 그 분이 황용오 사장이란 걸 알았습니다.

나의 답변이 끝나자 사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거의가 책 쓴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이 실감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몇몇 여사원이 “경비를 절감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저는 종이컵을 쓰지 않으려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저자도 그렇게 잘 지키지 못하는 일을 책을 읽은 독자가 그렇게 하겠다니 가슴이 찔끔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독서토론회에 초청받은 것을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 조그만 회사가 사원들의 지식을 높이고 사내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단합을 꾀해 나가는 방법으로서 독서토론회를 활용하는 것이 특이했기 때문에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유니트란스는 종업원 70여명이 연간 매출액 200억 원 정도를 올리는 국제운송서비스 회사입니다. 이 분야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돈을 넉넉하게 버는 회사도 아닌 모양입니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사원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쓰고 있습니다. 바로 서비스업이란 게 인적자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4년 전부터 독서토론회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원들에게 주로 경제 경영서적을 선정하여 읽게 한 후 한달에 한번 토요일 날 서울 본사에 모여 하루 종일 토론을 벌이고 여기서 나온 유익한 결론을 회사 차원에서 활용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서토론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수확은 ‘사원들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의 효과라고 이 회사의 양권일 상무가 말합니다.

시월의 토요일에 단풍구경 가는 대신 회사에서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이는 물류회사 사원들, 유니트란스의 특이한 기업문화입니다. 회사는 책을 구입해주고 토론프로그램을 만들고, 사원들은 대단한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윈-윈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쉬는 날에 수당도 없는데 모두들 회의실에 앉아 벌이는 토론에 그렇게 지겨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으니 ‘기업문화’로 정착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장이 쓰는 방이 다른 사원들과 똑같이 칸막이 방을 쓰는 등 이 회사의 수평적 경영철학이 아마 이런 기업문화를 가능하게 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회사는 그동안 독서토론회를 죽 해오고 있지만 저자와의 대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유명한 저자를 초청하는 것이 회사로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유니트란스의 독서토론회 같은 모임이 우리나라 기업들에 많이 확산됐으면 합니다. 경제 경영서적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교양서적도 읽고 토론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자들이 이런 모임에 찾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서층 저변이 확대되어 우리의 문화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 것도 중요한 선진국의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유니트란스 회사와 그 사원들은 문화국가 건설에 조그만 벽돌을 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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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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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ddulnal (168.XXX.XXX.66)
란 책을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거 그 회사는 참 좋은,바람직한 회사이군요.직원의 질문에 대한 수종님의 답변 또한 일리 있는 내용입니다.유니트란스의 모든 직원들에게 특히 사장님께,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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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8 1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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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영 (61.XXX.XXX.11)
작가님과 함께 토론하고, 소감을 들으면서 진행했던 것들이 기존의 방식보다 더 유익하고, 내용들 중에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책 출간하시고, 또 한번 토론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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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7 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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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co (211.XXX.XXX.129)
그 회사 사람들 말이 아니라도 사진까지 넣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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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7 15: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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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아 (61.XXX.XXX.11)
선생님
저희 회사 너무 좋게 써주셔서 감사 드려요.. 여하튼 유니트란스에 다니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구요 또 유니트란스를 통해 선생님을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선생님 옆에서 쐬수 마셨는데 기억 하실련지요?? ^*^ 감사 드리고
이런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합니다. ^*^ 사진도 실어 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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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6 22: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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