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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카페인?
이정원 2016년 02월 22일 (월) 05:02:17

요즘 전철을 타고 가다가 보면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 않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늘도 내가 탄 전철 칸을 둘러보니 눈앞에 보이는 사람 30여 명 가운데 20여 명이 스마트 폰을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카톡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상품을 검색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5년도 상반기 모바일 트렌드 보고서에서 글로벌 56개국 성인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83%로 4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1위는 90.8%의 아랍에미리트, 2위는 87.7%의 싱가포르, 3위는 사우디아라비아로 86.1%의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74%로 15위, 미국은 70.8%로 20위, 독일은 64.7%로 24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60%대 보급률의 일본이 나와 있지 않아 그 순위가 궁금합니다.
 
현대사회는 컴퓨터, 아이패드, 스마트폰 등 초고속 인터넷으로 엄청난 정보를 홍수처럼 쏟아냅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능은 물론 움직이는 백과사전이자 도서관이며 쇼핑센터가 되어 현대인의 비밀병기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입니다. 갓 직장생활을 그만둔 퇴임자는 모르겠지만 65세 이상의 지공(지하철 공짜)족들에게도 스마트폰은 수다 떠는 이동식 찜질방이자 전천후 커피숍이 되기도 합니다. 신중년세대의 사랑방이자 대화방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여성들에게는 집안의 불만을 쏟아내는 충실한 펀치볼 기능도 대신하고 있습니다. 내 손안 만능 도깨비 상자입니다. 얼마나 다양한 기능입니까?
 
젊은이들은 각종 지식의 섭렵은 물론 문명의 이기로 그 다양한 기능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적인 집회의 인원 동원에 스마트폰 등 SNS가 앞장서고 있는 현상을 숱하게 보아오고 있습니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율이 저조하여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어려워 보이자 SNS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여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뒷얘기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 칠포세대 등 자학적이고 분노 섞인 신조어 트렌드를 쏟아낸 것도 트위터, 스마트폰 등 SNS입니다. 엄청난 온라인 갈등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합니다.
 
흔히 정치적인 위기에 몰렸을 적에 집권세력이 우민화 정책으로 각종 당근을 제시한 예를 동서고금에서 많이 보아 왔습니다. 멀리 고대 로마시대에는 소위 ‘빵과 서커스’로 시민들의 불평을 잠재우려 했고 현대에 와서는 ‘3S 정책’으로 국민들의 불만을 카타르시스해주려 했습니다. ‘3S 정책’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일본과 군부 통치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려온 ‘배기’ 정책의 통칭입니다. 스포츠(Sports), 섹스(Sex), 스크린(Screen)의 머리글자를 딴 것입니다. 이제는 여기에 스마트폰(Smartphone)을 더하여 ‘4S’라는 신조어가 등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IT 강국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합니다.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생활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문명의 이기인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에 비례하여 역기능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스마트폰이 보이는 야누스의 두 얼굴입니다.
 
첫째, 가족과 친지들 간의 대화 단절, 중독성, 건강악화를 가져왔습니다. 두 번째, 청소년들 사이에서 카따(카카오톡 왕따)등 학교폭력에 이용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스마트폰 소지율은 중학생 85.1%, 고등학생 83.7%, 초등학생 48.8%라고 합니다. 세 번째,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감퇴하여 디지털 치매를 초래합니다. 네 번째, 은밀하게 음란 동영상이나 성매매광고는 물론 유언비어가 난무하게 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독서를 안 하는 청맹과니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TV요, 밖에서는 스마트폰이라는 바보상자에 온 국민이 함몰돼 독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국적불명의 언어가 양산되어 표준어를 혼동하게 만듭니다.
 
IT 시대를 맞아 요즘 젊은들 사이에 ‘카페인’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자를 따서 만든 단어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SNS에 매달리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서 커피 향에 취해 가듯 병적으로 ‘카페인’에 중독돼 가는 파장현상이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국가와 기성세대가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테제입니다.
 
문명의 이기는 잘 쓰면 선(善)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毒)이 됩니다. 개구리가 서서히 뜨거워져 가는 물속에서 죽어 가듯이 스마트폰 중독이 국민을 어리석음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인간성을 상실한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지 않을까 겁이 납니다.
 
마침 한국에 다니러 온 처조카에게 물어보니 미국은 스마트폰 중에서 카카오톡 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요즘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또라이가 되지 말자”는 운동이 확산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만나면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현상이 안타까워 일어난 운동이랍니다. 시도 때도 없이 문자며, 카톡이며, 트위터며, 핸드폰을 집어달라는 유혹이 끊이지 않는 요즈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 덜 보기 운동’이 일어나야 할 만큼 긴박한 상황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어느 고등학교 교실에 붙어 있던 글이랍니다. “스마트폰을 끄면 ‘서울 대’(서울에 있는 대학) 가고, 스마트폰을 버리면 ‘서울대’ 간다.”


이정원
시조시인. 1939년 충남 예산 출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고대신문 편집국장 역임. 공직에서 정년퇴임. 2005년 계간 ‘현대시조’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한국문인협회 강남지부 회원. 현대시조 ‘좋은작품상’ 등 수상. 시조집으로 ‘얼레와 어금니’ 등 3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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