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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의 차이
안진의 2016년 02월 26일 (금) 02:00:05

오래전에 계획했던 개인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전시를 앞둔 시점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전시할 그림의 마무리와 액자의 제작, 그림의 운송과 설치준비 등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전시를 할 때마다 한 번도 예외 없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전시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대학원을 졸업하던 해부터 시작해서 20년이 넘게 계속 해왔던 일인데도, 전시회 직전에는 늘 일정에 쫓기게 됩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그림도 잘 되지 않는 성격 탓에, 처음부터 일정을 넉넉하게 잡지만 그래도 늘 이런 일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일은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발생합니다. 전문가들이 계획한 대규모의 건설계획이 늦어지거나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일들이 그러한 예입니다. 모든 상황과 비용을 고려하고 계획을 했겠지만 늘 마지막에는 일이 몰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왜 그런 일이 늘 발생할까요? 대부분의 경우는 계획오류(planning fallacy) 때문입니다. 계획오류란 어떠한 일을 계획하거나 예측하는 단계에서 낙관적인 상황만을 고려함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연초의 계획이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되거나 새 학기의 계획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것은 계획오류의 가능성이 큽니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번듯한 공약(公約)들이 공약(空約)으로 그치는 것도 계획오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악의적으로 애초부터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어놓는 경우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계획오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늘 목표의 달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정해 놓은 이상 목표를 이루는데 장애가 되는 다양한 변수들을 제거하게 되는데, 그 변수까지 고려한다면 목표를 이루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목표 지향적인 태도에서는 계획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이런 것을 주의초점(attentional focus)이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의초점은 지나치게 결과에 집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번학기에는 꼭 1등을 하겠어.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의원이 될 거야. 저 물건을 꼭 소유하고 말거야.” 이런 생각들이 주의초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들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철이 다가왔습니다. 매스컴에서는 쉬지 않고 선거와 관련된 이슈들을 쏟아내고 있고, 출마의 뜻을 밝힌 예비후보들은 야심찬 공약들을 끊임없이 내어놓고 있습니다. 모든 후보들은 한번쯤은 곰곰이 공약들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내세운 공약들이 당선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공약(空約)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선거의 공약과 같은 사회적 약속이 지켜지지 못했을 때의 파장은 개인의 금연 약속과는 비교할 수 없이 영향이 큽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아울러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저 후보가 혹시 당선에 급급한 나머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있지는 않은 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당락이라는 결과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계획오류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그것을 잘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이 절실할 때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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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원 (210.XXX.XXX.7)
公約과 空約의 구분과 限界의 진폭을 가늠할 기준과 싯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규정했더라면 처음의 공약이 公으로 낭을지 나중에 空으로 전락할지를 살필수 있는데 도움이 될것같아 의견을 달아 봅니다.

예리한코토멘트에 감사드리며 더욱 좋은 견해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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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6 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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