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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조선'은 슬퍼요
오마리 2016년 04월 04일 (월) 02:11:40

요즘 젊은이들의 실업문제가 슬프다 못해 처량할 지경입니다. 내 막내아들도 거의 13년을 비정규직으로 이리저리 떠돌다가 2년 전에야 정규직 직장을 잡았지만 그곳에서의 업무는 육체적 노동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아들이 직장에 대해서 불평하며 옮겨 다닐 때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니 그저 성질내지 말고 참으라고 잔소리한 적도 많았습니다.
 
"공부를 죽도록 하기 싫어하고 잡기에 치중하며 살아온 네가 그 이상 큰 기대를 하는 건 욕심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도 취업이 어려운 것은 캐나다와 미국도 마찬가지, 아들은 캐나다와 미국 시민권을 모두 가지고 있어 한인들에겐 부러움을 산 적도 많지만 두 개의 시민권이 무슨 소용인가? 차라리 시민권을 쥐어주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했습니다. 좋은 대학도 졸업 못하고 음악학교를 졸업했지만 제대로 된 기술을 공부하거나 연마한 적도 없으니 막노동을 하는 직장이라도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들이 어려서부터 공부보다 노는 것에 치중을 할 때부터 어떤 기술이든지 기술을 배우라고 말했습니다. 대학 졸업이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선 일반 기술직, 배관 혹은 전기 기술자도 좋고, 아니면 식당의 스시나 요리를 만드는 기술도 좋으니 지인이 경영하는 일본 식당에 알선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일도 주방 보조 밑바닥 일부터 참고 배워야 하는데 아들의 인내심이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오랜 시간 아들은 계속 사무직이 아닌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니 싸구려 방 한 칸과 부모가 할부로 사준 자동차 한 대로 간신히 버티며 살아가고 있어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적과 캐나다 국적을 가진 34세의 내 아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고 내 지인은 말하곤 합니다만, 그래도 고마운 것은 아들이 미국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점입니다. 결혼비용과 주거를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으려고 하니까요.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데다 수출에 의지하여 국가 경쟁력을 길러온 한국의 미래도 불투명 합니다. 외교마저 강대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모국 사회의 심각성은 젊은이들에게 희망보다 좌절을 주고 있을 것입니다. 빈부 격차, 지나친 경쟁구도, 값비싼 주거비용과 생활비, 정치적 사회적 갈등도 젊은이들에게 모국에 대한 자조적 현상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과 세태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를 비하하는 신조어, ‘헬 조선’이라는 단어가 외국 신문에 오르내릴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 세계와 한국은 풍요 속의 빈곤입니다. 우리가 어려서 먹지 못했고 입지 못했던 것들을 먹고 입고, 가지지 못했던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모두 접하고 살면서도 그 안엔 빈곤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처럼 대학 졸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고급 인력이 실업자지수만 높이는 국가도 지구상에 없습니다.
 
'헬 조선’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일까요?
'헬 조선’을 만든 이들이 누구일까요?
어쩌면 당장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데만 급급한 탓도 있겠지만, 국가 대계를 보는 눈이 없었던 정부의 탓일 수 있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기술 위주의 교육 풍토로 교육을 개혁하지 않은, 그래서 고학력 실업자만 양산하도록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대학을 허가해준 정부와 관료, 실력 없는 대학들이 ‘헬 조선’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입니다.
 
정부 관료뿐만은 아닙니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수십 년 쌓이고 쌓여온 국민들의 비교우열과 과시형 정서, 분에 넘치는 허영 때문입니다. 국민의 1인당 부채가 3만 달러라는 한국에서 능력이 없으면서도 과소비를 하며 저축을 하기는커녕 빚을 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세계 에 유례가 없는 호화 혼수와 결혼식, 용모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성형외과와 미용실 피부 마사지실이 넘치는 사회, 빚을 지면서도 경쟁의식으로 자식의 대학 진학과 조기 유학을 위해 집을 날리고 야반도주하는 사람도 제 주변에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유학 후 좋은 직장을 찾은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분수를 넘어선 국민들의 욕심이 ‘헬 조선’이라는 사회를 만든 것 아닌가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불황시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아니 지금까지도 일본의 젊은이들은 정규직 직장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로 하루 먹고 하루 사는 일상을 살고 있으며 종신 고용제도 무너져 노후의 벼랑으로 몰린 노인들의 가난 질병 고독사도 수두룩합니다.
 
캐나다가 살고 싶은 국가, 다시 태어나고 싶은 국가 순위에서 우위를 차지하지만 실제 명문대학을 졸업한 청년들도 정규직 직장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캐나다의 복지를 모두 부러워하지만 그림의 떡 같은 경우도 많습니다. 많은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해 살기 때문에 생활비가 미국보다 많이 듭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이 아니고서는 노후 연금도 많지 않아 정부가 주는 기본 노인연금과 저소득층 보조 연금으론 가난을 면할 수 없습니다. 병원 사정이 좋지 않아 몸이 아파도 전문의의 진찰과 수술을 수개월씩 기다리다가 죽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기에 13%의 세금은 에누리 없습니다.
 
단 이들은 이런 시대적 이슈, 빈부의 격차와 불공평과 불안함에 대하여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릅니다. 삶에 대하여 순응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상자 같은 작은 평수의 월세 집에 사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일본 시민들, 중산층이 무너지고 부부가 월세를 살면서도 아무 업종이나 불평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북미주 시민들도 많습니다. 불공평한 삶은 세계 모든 곳에 존재하니까요. 그래도 ‘헬 일본’ ‘헬 캐나다’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1월 31일자 기사는 한국인 피를 가진 나로서는 매우 수치스러웠고 그래서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외에 살면서도 이처럼 조국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는데 내 조국이 ‘헬 조선’이라는 기사를 읽은 후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빨리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회기적인 교육 개혁 방침이 필요합니다. 독일이나 북미처럼 커뮤니티 컬리지, 직업 전문학교, 기술학교를 국가의 정책으로 많이 설립하고, 부실한 대학 전문학교도 정리해야 합니다. 실업 상태인 청년들에겐 기술 교육을 받는 동안 국고보조의 생활비 지원을 하는 제도, 각 도시 커뮤니티의 취업 사무실을 활성화하여 직업을 찾도록 도와주는 제도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간과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은 국민 정서의 변화를 넘어선 개혁입니다. 기술자 우위의 시대가 열려야 합니다. 꼭 대학 졸업장을 받아야 사람대접을 해주는 국민들의 인식의 변화가 요구됩니다. 인성과 능력 위주로 직원 채용을 하는 풍토가 정착되어 청년들의 불안감이 사라져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헬 조선’이라는 부끄러운 신조어가 해외 신문에 오르내리지 않을 것이고 탈 ‘헬 조선’이 멈추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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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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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j56 (39.XXX.XXX.180)
헬조선 기분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정말 생각을 좀 해야 해요
저도 82년생 아들과 88년생 두 아들이 있는데
정말 이 아들들이 어떻게 경제적 자립을 하고 장가를 갈 수 있는가 생각하면 아득하고 끝이 보이질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아무 것도 이룬것이 없는 우리 젊은 아들들은
위기감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 문제랍니다.
흔히들 말하는 캥거루족 같은 아들들이 미워 내쫓아버릴려고 해도
저 자신도 한국정서로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헬 조선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그 문제점을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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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23:07:00
0 0
강 오 (14.XXX.XXX.126)
현장은 사람이 모자라고있으나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정장으로 사무실에 있겟답니다. 지금 일본은 외국 전문 직 젊은이를 수천명식 고용 합니다 우리 젊으이들도 많이 가고있읍니다 저는 수많은 일거리가 보입니다 기업이나 사회가필요로 하거나 할것을 준비 해야지요 지금 AI (인공지능) 쪽 공부를한 사람은 눈비비고 찾고있고 몸값은 좋은 운동선수 몸값입니다 이제부터어찌? 대답은 일년만 열심히 하세요 모두들 지금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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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2 23:27:33
0 0
채내희 (175.XXX.XXX.110)
산업구조와는 동떨어진 교육제도가 우리 젊은이들의 취업난을 더욱 어렵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고급인력은 유한한 데, 너도나도 대학을 졸업하기 때문이지요.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2%로 이미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때문에 남동공단이나 시화공단에 월 2백만원 임금을 받는 일자리는 이미 10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내국인 청년들은 이마트에서 88만원짜리 주차 아르바이트는 해도 공단 중소기업의 기능직 일자리는 고리타분하게 여기며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인력구조는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만든 것입니다. 누구나 다 원하면 대학에 가게 하겠다는 정책, 20년 전 소위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대통령들이 만든 대책없는 교육정책 때문인거죠. 생각해보면 그들은 민주투사로는 적절한 사람인지 몰라도 국가를 운영하는 데는 아무래도 조금은 부족한 분들인 듯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개선해야됩니다. 기능직인력(불루칼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급여수준이나 가치관 정립에 일대 개혁을 이루고 젋은이들이 기꺼이 이런 직업을 선택하도록 큰 그림에서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오마리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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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6 14:45:59
0 0
오마리 (24.XXX.XXX.229)
주신 댓글 매우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제가 20여년 전에 한국에 귀국하여 사업을 햇을 때 지금 같은 상황이 올까봐 걱정했던 적이 있습니다. 대학에 목을 매는 한국사회구조가 문제이며 대학을 원하는 부모들의 태도가 자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급한 상황인데도 정치인들의 행태는 여전하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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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9 13:21:14
0 0
김인섭 (222.XXX.XXX.191)
중국 대련입니다.
오마리씨 출판한 책이 있으시다면 한책 구매하려 합니다.
이멜:jinrenxie@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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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5 10:56:52
0 0
오마리 (24.XXX.XXX.229)
제 책을 원하신다니 감사합니다만 책으로 출판한 책이 따로 아직 없습니다. 문체가 유려하다거나 잘쓰는 글이 아니어서도 책은 아직 미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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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9 13:22:36
0 0
김인섭 (222.XXX.XXX.191)
감사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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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0 18:26:22
0 0
박종철 (59.XXX.XXX.178)
전체적으로 잘 언급되었습니다. 헬 조선은 기득권자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입니다. 일등주의 황금 만능주의를 그대로 둔 채, 오직 수출, 오직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추진해온 영혼없는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당연한 귀결입니다. 좀더 과학 기술 실무 위주의 나라를 만들려는 평형감각을 가졌으면 좋았을 터인데, 친일파의 후계구도를 고착시키는 조직, 부자들의 부를 더욱 부자로 만들게하는 정책들, 이것을 부추기는 언론들, 심지어 말기에는 노무현 대통령까지도 대기업정책을 펴왔습니다. 이러한 의식없는 집권당의 호혜정책이 없는 한, 요원한 일입니다. 깨어있는 젊은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황금만능주의에 매몰되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누가 개척해 나가겠습니까? 썩은 자본주의를 치료할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천민자본주의, 그다음 화두는 무엇입니까? 그것을 발견하고 개혁해야 밝은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건실하고 양심적이고 평화로운 조국이 만들어 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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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4 10:09:51
3 0
오마리 (24.XXX.XXX.229)
항상 걱정만 하게 되는 조국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 자주 답답합니다.
어떤 땐 국내 사정에 눈을 감고 듣지 않고 싶을 때가 많을 정도로 괴롭답니다. 생각을 모두 바꾸어야 하는 급한 싯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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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9 13:24:13
0 0
꼰남 (112.XXX.XXX.25)
언젠가 다른 분의 칼럼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이 말의 탄생지는 한국인을 경멸하는 일부 극우파 일본인, 일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표현을 우리 국내 언론들이 받아 쓰고
- 아마도 자조적 반감으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할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
이를 무분별하게 너도 나도 차용 인용함으로써 벌어진 사태라 생각합니다.
특히 언론이나 필자들은 단어 하나 사용에도 보다 주의를 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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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4 09:56:52
3 0
오마리 (24.XXX.XXX.229)
공감합니다. 그런 비하적인 용어가 쓰이면 언론들이 자주 써서 더욱
문제를 크게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비틀어지고 구브러진 언어를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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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9 13:25:5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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