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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 제 오시네...
방재욱 2016년 04월 06일 (수) 01:44:16

길가에 핀 매화와 산수유 꽃을 보며 봄기운을 느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노오란 개나리와 분홍빛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오르며, 우리 일상에 봄이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밝고 환하게 피고 있는 연분홍 복사꽃과 하얀 배꽃으로 봄의 흥취는 한층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계절의 중턱을 넘기며, 이은상 님의 시조를 가사로 홍난파 님이 작곡한 ‘봄처녀’란 가곡이 떠오릅니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노래 가사의 ‘제 오시네’에서 '제'는 인터넷에서 ‘저기'라고들 해석하고 있는데, '제'는 실제로 봄이 계절에 맞춰 '제때' 오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 오신 아리따운 봄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일 년 사계절을 ‘봄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그리고 겨울은 계모’로 비유한 폴란드의 속담도 있습니다. 이 말에는 봄은 처녀처럼 부드럽고, 여름은 어머니처럼 풍성하고, 가을은 미망인처럼 쓸쓸하며, 겨울은 계모처럼 차갑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봄(春), 여름(夏), 가을(秋), 겨울(冬)로 구분이 되는 4계절(季節)은 연중 태양의 위치나 기후의 변화 따라 각각 6개씩의 절기(節氣)로 나뉘어 24절기를 이룹니다. 농사일이 중심이던 때는 절기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지금은 절기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24절기는 여전히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봄의 절기는 어떻게 나누어지며, 각 절기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의 절기는 입춘(立春)으로, 올해의 입춘은 2월 4일이었습니다. 입춘은 새해에 맞이하는 첫 번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업이 주요 생업이던 시절에는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이 열렸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은 드물게 보이지만 예전에는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담벼락 등에서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맑은 날과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라고 기원하는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입춘축(立春祝)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입춘은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 다음에 이어지는 봄이 시작되는 절기이지만,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입춘에 장독. 오줌독 깨진다.’는 말에서처럼 아직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은 절기입니다.
 
입춘에 이어지는 봄의 두 번째 절기는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의미로, 이 시기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기는 하지만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속담에서처럼 우수가 지나며 춥던 날씨가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고, 새싹들이 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우수는 ‘봄처녀’ 노래에서처럼 우리 주변이 ‘새 풀 옷을 입으셨네’로 바뀌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우수에 이어지는 절기는 풀과 나무의 싹이 돋아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입니다. 이 절기에는 겨울철 대륙성 고기압이 약해지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며 꽃샘추위가 오기도 합니다.
 
경칩에는 날씨가 따듯해져 개구리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고인 물에 알을 낳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플 때 좋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한다고 해서 경칩에 개구리 알을 먹는 풍속이 전해오고 있지만,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삼가야 할 일입니다. 또한 경칩 때 고로쇠나무(단풍나무의 일종) 줄기의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이 낫고 건강에도 좋다고 해서 채취해 먹는 풍습도 있습니다. 요즈음도 봄철에 고로쇠 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칩에 흙을 만지는 일을 하면 한 해의 탈이 없어진다고 전해져, 벽에 진흙을 바르거나 흙벽돌을 만들어 담을 쌓기도 합니다. 또한 농촌에서는 경칩에 보리의 싹이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가늠하여 그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경칩에 이어지는 절기는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입니다. 양력으로 3월 20일경에 있는 춘분에는 바람이 많이 불며, 꽃샘추위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꽃샘추위는 ‘바람신이 꽃이 피는 걸 샘낸다.’에서 연유한 말입니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 절기를 전후로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며 봄 농사 준비를 하고, 들나물을 캐어먹기도 합니다.
 
춘분에 이어지는 봄 계절의 다섯 번째 절기는 하늘이 밝고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입니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에서 보듯이, 날씨가 좋아지며 농가에서는 논둑과 밭둑의 가래질을 시작으로 한 해 농사가 시작됩니다. 청명은 조상의 산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사초(莎草)를 하는 한식(寒食)의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입니다. 금년의 청명은 4월 4일로 식목일과 겹친 한식 하루 전 날이었습니다.
 
봄 계절의 마지막 절기는 봄비가 내려 곡식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지닌 곡우(穀雨)입니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에서 보는 것처럼 곡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해 농사를 망친다고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이제 아리따운 봄 계절의 시간이 많이 흘러, ‘어린이날’과 겹친 여름의 전령사인 입하(立夏)까지는 한 달 남짓입니다. 봄은 겨울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다가오지만, 우리네 삶에서의 봄은 초대해야 온다고 합니다. ‘진주 이슬’을 신고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봄에 꿈과 희망을 가득 담아 내게서 멀어져간 인연들을 되살려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봄에는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라는 가사의 ‘뉘(누구)’ 자리에 ‘나’를 초대해 봄이 가슴에 가득 안아 전해주는 꽃다발을 받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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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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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계원 (143.XXX.XXX.166)
아름다운 계절, 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꽃피는 들역에서 흙을 만지고 싶은 충동을 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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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11: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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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175.XXX.XXX.232)
글 읽으시고 감상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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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21: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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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203.XXX.XXX.62)
春來 不春來라는 말이 있습니다.
봄이 왔지만 내 가슴에는 봄이 오지 않했다는 뜻이지요.
오늘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봄이 왔는지를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자금 국회의원 선거라고 전국이 떠들썩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하는 사람들의 잔치이지 국민의 잔치는 아닙니다.
나라빛이 590조원에 이르고 여기에 향후 75년간 공무원.군인에게 연금으로 줄 광의의 빚까지 합치면 1284조8천억에 이른다고 합니다.
빛은 늘었지만 살기 좋아졌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씁쓸한 한국 정치.경제의 현주소입니다.
그런데도 나라빚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서로 복지를 늘리겠다는 선심정책, 즉 표플리즘만 늘리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公約이 空約이 될줄 뻔히 알면서도 표팔이에 정신 없는 후보들이나 그 선심성 空約에 환호하는 유권자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책대결은 간곳이 없고 이전투구식 상대방 헐뜯기게만 열을 올리는 3당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과연 나라살림을 잘 꾸려갈지 큰 걱정입니다.
4월은 우리나라에 잔인한 봅을 가져다주려나 봅니다.
언제나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치를 볼 수 있을지 그게 암담하기만 합니다.
그 밥에 그 국물이니 20대 국회가 정부와 협조하는 생산적인 국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싹부터 노래 보입니다.
그렇더라도 조금이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애쓰겠다는 믿음이 가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하겠습니다.
봄이 봄처럼 느끼지는 살기좋은 국가를 건설하기는 또 틀려보입니다.
취직 못한 젊은이들과 노후대책이 없는 초고령사회를 아우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낼 정부와 국회는 언제쯤 우리나라에 찾아올지 따뜻한 봄날에 자판기에 앉아 혼자 넉두리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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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6 12: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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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175.XXX.XXX.232)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우리 사회에 '봄 처녀' 제오시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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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21: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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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농자천하지대본 나라이다 보니 봄엔 비가 필요하므로
<하얀 구름 너울>에 <진주 이슬 신으셨네>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남부지방을 빼곤 아직도 많이 가문 이 땅에
그래도 오늘을 내일 비 소식이 있어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필자님이 소개하는 봄의 절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오늘 밖으로 나서면 바로 그런 봄을 만날 것 같군요.
오는 봄이 아니라 가는 봄, 아마도 시작하는 낙화의 꽃비를 만날 것 같아서요.
지금 화사한 이 꽃 오늘 내일 내린다는 봄비가 다 떨구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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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6 10: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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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욱 (175.XXX.XXX.232)
지난 20일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를 맞이했고, 이제 8일이 지나면 여름 시작 절기인 '입하'를 맞이한네요.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드네요.
봄꽃 사진들 행복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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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21: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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