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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밤과 가슴에 묻어두는 노래
김장실 문화관광부 종무실장 2007년 11월 12일 (월) 09:57:16
누구나 가슴 속에 묻어 두는 노래 한두 곡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제 어떤 잡지를 읽다가 "가슴에 묻어두는 노래"라는 특집에 특별히 눈이 갔습니다. 그 중에 대구에 사는 어떤 여자 분이 가난 때문에 고교진학을 못하고 공장에 다니던 중 대학생과 사귀게 되었답니다.

그러던 중에 어느 해 10월 31일 남녀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대구 인근의 어느 산에 등산한 후에 달빛을 맞으며 하산하면서 이용의 '잊어진 계절'을 신나게 불렀답니다.

그 후 남자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애지중지 키운 남의 집 귀한 아들에게 못 배운 자신이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여자의 자격지심 때문에 그 남자와 헤어졌는데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노래를 들으면 옛날 그 사람이 생각이 나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는 사연을 읽으면서 새삼 한 인생 속에 깊숙이 교직되어 있는 노래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비단 그런 슬픈 사연을 가진 그 여자뿐만 아니라 그런 사연이 없는 우리도 그 시절에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많이 불렀지요. 그런 저런 인연으로 그 가사의 첫 구절인 10월의 마지막 밤은 젊은 시절 많은 낭만적 상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오늘 저는 11월이라는 글이 선명하게 각인된 달력 넘기면서 지나간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인상적인 말이 무심코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엊그제 지나간 10월의 마지막 밤(10월 31일)은 단지 365일 중의 하루라는 산술적 개념을 넘어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이를 기념하는 무슨 이벤트라도 해야지 하는 강박관념마저 주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한 시대의 특징적 문화현상으로 발전할 정도로 히트한 노래가 바로 80년대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입니다.

이 노래는 1982년 MBC 최고 인기상, KBS 가요대상 작사부분상, 카톨릭 가요대상을 휩쓸며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 슬픈 노래는 시인이었던 작사가 박건호가 젊은 시절 겪었던 처절한 실연의 기억을 노래 말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날 밤 한 여인과 술을 마신 후 비로 흠뻑 젖은 가운데 사랑을 고백한 뒤 쑥스러워 도망치듯 뒤돌아오고 말았답니다. 그 뒤 그 여인과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비 오는 9월의 마지막 밤에 술이 취한 상태에서 나눈 뜻 모를 이야기를 반추하면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가사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원래는 "9월의 마지막 밤"이었는데 가수의 앨범 발매시기가 10월경이라 그에 맞추느라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노래는 당시 차트1위를 기록하고 쉬운 노랫말 덕분에 누구나 다 부르던 국민적인 노래가 되었답니다.

물론 이 노래가 대중의 호응을 이처럼 많이 받는 데에는 이용이라는 가수의 절묘한 노래 솜씨도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이 노래가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뒤로 시월의 마지막 밤이 가을을 타는 사람들에게 쓸쓸함과 함께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과 처절한 고독을 생각하게 하는 날로 인식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이용의 < 잊혀진 계절 >의 가사를 찬찬히 감상해봅시다.

잊혀진 계절

(작사 박건호, 작곡 이범희, 노래 이용)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우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 가사처럼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사랑을 잃고 난 10월의 마지막 밤은 많이 슬플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청춘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10월의 마지막 밤에는 항상 이렇게 고독함, 쓸쓸함, 적막함과 같은 센치멘탈한 감정이 어쩐지 몰려오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 10월의 마지막 밤엔 이상스럽게도 직장인들은 유난히 회식을 하며 그날의 정취와 가슴에 묻어 두었던 추억들을 은밀하게 다시 꺼내 반추하면서 지나간 한 세월이 난긴 추억에 흠뻑 잠겨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이 밤을 기억하고 안타깝게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낙엽 지는 10월을 끝으로 11월엔 곧 추위가 닥치고 흰눈이 내리는 겨울이 다가온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쯤 되면 올 한 해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히 초조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어느 카페에 실려 있는 10월의 마지막 밤에 관한 어떤 사람의 인상적인 글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려 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이렇게 흘러간다. 그 시간들 속에 낙엽보다 더 쓸쓸하게 사람들마저 낙엽처럼 거리를 배회한다. 차창 밖이 영화속의 풍경 같다. 고즈넉한 10월의 마지막 밤,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은 어둠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거리에서 떠돈다. 잃어버린 사랑을 애타게 찾는 쓸쓸한 밤이다. 다시오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10월의 마지막 밤은 오늘도 쓸쓸함만 가득 남겨주고 어느덧 자정 속으로 향해 가고 있다."

김장실:1955년 경남 남해 출생. 영남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거쳐 미국 하와이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1979년 제 23회 행정고시에 합격, 문화공보부 근무를 시작으로 청와대 사정 및 정무수석실 행정관, 비서실장실 및 정치특보실 보좌관, 국무총리실 교육문화심의관 역임. 문화관광부에서는 공보관 예술국장 등을 거쳐 2006년 2월부터 종무실장으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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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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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강 (210.XXX.XXX.19)
10월 마지막 날만 되면 으례히 흘려듣는 노래였는데
그런 의미가 있는지 몰랐군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사는 사람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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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 19: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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