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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장애증후군
김홍묵 2016년 05월 18일 (수) 01:56:09

육사 동기생인 김복동, 전두환, 노태우 세 생도가 중국음식점엘 갔습니다.
김복동-“난 짜장면”
전두환-“나는 짬뽕”
노태우=“아무거나 주이소”
5공화국 초기 군부 실세 중의 실세였던 세 사람의 성격을 빗댄 은유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짜장면이나 짬뽕 중 하나를 택하는 일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거나, 선택 자체를 남에게 맡겨버리기 일쑤라고 합니다. 이른바 ‘선택장애’ ‘결정장애’ 또는 ‘햄릿증후군’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우유부단하거나 소심함을 넘어선 증상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청년들의 고민을 잘 대변해 주는 달갑잖은 신조어입니다.
 
사실 우리는 눈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하루도 선택의 강요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침밥을 먹을까 말까, 양복을 입을까 캐주얼을 걸칠까, 우산을 가져가야 하나 마나, 구두를 신나 운동화를 신나, 내 차를 탈까 버스를 탈까, 점심은 정식을 먹을까 패스트푸드로 때울까, 저녁 회식에 갈까 빠질까, 지하철 빈자리에 앉을까 말까, 문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젊은이들은 더 심각한 결단을 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인문계 이공계 대학 중 어느 쪽을 택할지, 이번 학기엔 졸업을 해야 할지 입대를 해야 할지, 지방 중소기업에라도 취업을 해야 할지, 수입도 없는데 결혼을 해야 할지, 아기를 낳아야 할지, 맞벌이를 해도 보모 들이기가 힘드니 차라리 부모 집으로 들어가야 할지,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할지….
 
그래서 흔히들 인생을 B와 D 사이의 C라고 하는가 봅니다. 출생(Birth)에서 죽음(Death)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선택(Choice)을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대부분 어릴 때는 대통령·장군·판검사·국회의원 같은 힘 있는 자리나 기업가·의사·변호사처럼 돈 버는 직업, 아니면 노벨상 수상자·유명대학 총장·발명왕·탐험가·베스트셀러 작가 같은 명예의 성취를 꿈꿔 봅니다. 
  
하지만 어린 꿈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모진 풍상에 시달립니다. 돌 차림상 위의 돈을(실·연필·마우스 대신) 잡는 훈련을 받아야 하고, 네댓 살만 되면 피아노·태권도·발레·영어 학원에 내몰리고, 초등학교엘 들어가면 ‘머리 좋아지는 주사’를 맞고도 선행학습·논술 교습 등에 시달려 녹초가 됩니다. 좀 더 자라면 부모의 선택에 떠밀려 낯선 나라로 조기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은 행복하지 못합니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아동 종합 실태조사 결과 한국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60.3점(100점 만점)으로 OECD 30개 국 중 꼴찌였습니다. 올해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행복지수’ 국제 비교 연구에서도 한국 어린이는 조사 대상 OECD 22개 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습니다.
 
부모의 과욕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겪은 신고의 생활과 갖은 시행착오의 전철을 자식들에게는 밟지 않게 하겠다는 굴절된 사랑 탓입니다. 자녀들의 능력과 품성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목적 지향적(Goal Oriented) 인간보다 지위 지향적(Status Oriented) 인간으로만 키우려는 강압의 결과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도 자식농사만은 뜻대로 짓지 못하는데도.
 
실제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군에 입대한 자식을 과잉보호하려는 소위 ‘헬리콥터 부모’들 때문에 군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뭔가요?” “아들 다리가 아픈데 보초 안 서는 보직으로 바꿔 주세요.” 수시로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에 중·소대장이나 선임하사는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군대 갔다 오면 사람 된다는 군이 ‘국방유치원’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 책임이 없는 건 아닙니다. 6·25 직후엔 병역을 피하려고 손가락을 자르거나 생니를 뽑기도 했으나 근년에는 어깨 탈구 수술, 고혈압 위장 등 교묘한 수법을 썼습니다. 최근에는 온몸 문신이나 “귀신이 보인다”며 정신병자 행세로 병역을 면탈했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선택이 평생 달고 다녀야 할 족쇄가 된 셈입니다. 조상 탓이 아닙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호걸의 1인자 헤라클레스(Heracles)는 살인죄로 키타론 산에 유폐돼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미덕(virtue)과 쾌락(pleasure)이 여자 모습을 하고 나타나 그를 유혹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향락을 버리고 미덕을 택했습니다. 이를 ‘헤라클레스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영웅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오는 내력입니다.
 
헤라클레스가 원래 금수저 태생이 아니냐고요? 서양에선 부귀한 집에서 태어난 아기를 ‘은수저(silver spoon)를 물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 반대는 목수저(wooden spoon)입니다. 금은보화에 묻혀 살다 요절하거나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고, 나무 숟가락과 밥그릇(바리때)만 평생 쓰는 승려가 대오각성해 해탈의 경지에 오르기도 합니다.
  
링컨은 “불행한 사람의 특징은 그것이 불행한 것인 줄 알면서도 계속 그쪽으로 가는 점이다. 우리 앞에는 불행과 행복의 갈림길이 언제나 있다. 우리 자신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은 보일러 회사의 광고 카피이기도 하지만, 선택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인생철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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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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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18.XXX.XXX.194)
무조건 1번 찍으면서
무슨 선택장애야?
아하 매일매일 사소한 것들을 선택하느라 뇌가 피곤해져서
5년마다 선택하는 일은 그냥 1번이구나
참 편하게들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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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09: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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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숙 (211.XXX.XXX.203)
손자 키웠습니다 아이가 고집이 세고 자기선택에 강하여 늘 걱정하며 자라면서 성격 바뀌라고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아이의 철없는 자기선택의 고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더라도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잘 교육하면, 합리적이고 바른 선택과 선택에 꼭 고려하고 배려해야 할 것들을 잘 훈련한다면 그리 걱정 할 문제도 아니지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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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8 12:21:28
0 0
꼰남 (112.XXX.XXX.25)
행복과 불행의 정의 문제 아닐까요?
그보다도 뭉뚱거려 부추기는 주위의 풍조가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선택의 운명은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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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8 10: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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