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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번역이다!
고영회 2016년 05월 26일 (목) 01:32:21

지난주 참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소설가 한강 씨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영국에서 ‘맨부커(Man Booker) 국제상'을 받았다는 것이었죠. 이 상은 영국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며, 노벨문학상과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데, 처음에는 영국 연방, 아일랜드, 짐바브웨 국적의 작가를 대상으로 하였으나, 점차 확대되어 2013년부터는 전 세계 작가를 대상으로 시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두산백과에서 인용). 이 상을 받음으로써 우리 문학도 세계 반열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각 분야는 세계에서 대략 10위에서 더하기 빼기 1~2위 범위에 있습니다. 국민총생산 13위, 무역규모 7위, 과학기술경쟁력 7위, 국제특허출원은 5위, 이런 것에 견주면 문학 분야는 세계무대에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으니 때늦은 셈입니다.
 
이번에 상을 받게 된 과정을 들어보면, 영국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씨가 작품을 잘 번역했나 봅니다. 우리 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같습니다.
 
예전 대학에 갓 들어가고 나서,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소양을 높이려고 책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해서 세계문학전집을 샀습니다. 이미 교과서에서 이름을 외던 유명한 작품이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책은 주로 세로쓰기였죠. 그런데 책 첫 장을 펼친 순간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분명히 한글로 적혔는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무엇을 표현했는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게 왜 이럴까? 우리 소설을 읽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래서 30권 쯤 되는 책을 쌓아 놓고 읽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번역이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번역할 때 원본 책을 놓고 옮긴 게 아니라, 일본어본을 놓고 번역한 것같았습니다. 원전을 놓고 번역했다면, 저 정도로 이해 못 하진 않았을 겁니다.
 
기술분야 책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초반이었는데, 정보 분야의 책이 나왔습니다. 용어부터가 엉터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퓨만’이라는 낱말이 나왔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궁리 저 궁리하다가 ‘휴먼’을 잘못 쓴 것이겠다고 결론 냈습니다. 일본어 ‘휴만’ -> ‘fuman’(일본에서 fan을 휀, 이런 식으로 적으니) -> ‘퓨만’이란 기괴한 낱말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 밖에 엉터리로 번역한 곳이 하도 많아서, 표지는 그럴싸했지만, 그 책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습니다.
 
외국어 책을 번역할 때 번역가는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이 적절할까요? 양쪽 말을 모두 능통하게 잘하는 사람이 좋습니다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은 쉽지 않습니다. ‘외국어를 더 잘하는 사람’과 ‘우리말을 더 잘하는 사람’ 누가 번역가로 더 좋을까요? ‘외국어보다 우리말을 더 잘하는 사람’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사람은 우리말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원본 소설이 품은 이야기를 영어권 사람이 감동하며 읽을 수 있게 번역했다고 하더군요.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요즘도 번역 발행된 책을 읽을 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거나 부자연스러운 문장을 자주 만납니다. 분명 그 책을 번역한 사람은 ‘우리말보다 외국어를 더 잘하는 사람’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원어를 읽어서 우리식 표현으로 옮길 재주가 없다면 그 사람은 번역가로 나서면 안 됩니다. 엉터리로 번역한 책은 독자의 시간과 정신을 앗아갑니다.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것이지요.
 
잘 번역한 책은 우리가 쉽게 정보나 소양을 얻게 도와줍니다. 유능한 번역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되어야겠습니다. 특히 유능한 외국인 번역가를 많이 발굴하여 우리 작품을 널리 온 세계에 알릴 기회가 자주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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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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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 Cho (58.XXX.XXX.88)
정말 공감이 가는 칼럼 잘 읽었습니다.
번역의 문제는 문학이나 기술 서적 뿐만아니라 나라의 장래와 위신을 위해서도 바른 역사를 외국 인들에게 알리는 일에 부단히 신경을 써야할것 같습니다. 특히 한일간에 상호 대치하고있는 역사 전쟁의 문제에서도 외국인들이 쉽고도 논리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 책자 혹은 일어, 중국어 책자도 편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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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7 21:01:31
0 0
고영회 (119.XXX.XXX.232)
네.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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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0 10:51:37
0 0
정호원 (119.XXX.XXX.232)
중국 연변방송국 문학부 정호원입니다.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그렇습니다. 문학 홍보역시 번역도 한몫 한다고 봅니다. 공감입니다.
건투 빕니다.
중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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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7 09:05:50
0 0
최석권 (58.XXX.XXX.64)
저는 솔직히 학창시절 책읽으면서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해 보았어요.
그냥 이해 안되면 그냥 넘어가고 다음을 읽었지요.
전체의 내용 만을 본셈이죠.


재미잇는 것은 학창시절에 사전 한권 사기 위해서,
책방에서 시사영어사 발행 영한사전과 민중서관 영한 사전을
비교해 본 적있어요.
어느 사전이 뜻을 좀더 많이 좋게 설명하였나 고르기 위해서요.
그런데 어느 한 단어에서 우연히 두 사전의 뜻이 정 반대로
뜻풀이 된 것을 발견했어요.
황당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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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21:15:48
0 0
고영회 (119.XXX.XXX.232)
네. 읽는 취향에 따라 반응은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영한사전도 믿을 수 없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나온 영한 사전... 정말 어떻게 편찬했을까? 이것도 영일사전을 번역한 것 아니었을까요?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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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21:33:37
0 0
이종인 (61.XXX.XXX.220)
고변리사님 잘 계시지요? 절절히 옳은 말씀 잘 읽었습니다.
2년반을 고생한 끝에 번역한 책을 몰지각한 인사와 출판사에게 강탈당한 경험을 해 본 저로써 피부에 와 닿는 말씀입니다.
번역도 분명한 창작의 한 분야로 인식되도록, 우수한 번역가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도록 변리사님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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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6:23:04
0 0
고영회 (119.XXX.XXX.232)
반갑습니다. 오랜만이군요.
네,
번역도 저작권으로 보면 2차 권리죠. 문제는 우리 사회가 번역의 가치를 알고 높이 평가해야 하는데... 모든 분야가 발전하고 있으니, 곧 나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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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21:35:31
0 0
홍승철 (122.XXX.XXX.150)
문학 작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의 한국어 번역 서적을 읽어 보면 발견되는 문제는 좀 다릅니다.
번역자가 외국어를 제대로 이해 못해서 어렵게 또는 잘못 번역한 경우를 많이 보게됩니다.
뿐만 아니라 서적 해당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잘못 번역한 책들도 많이 봅니다.
그러니 번역은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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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1:55:16
0 0
고영회 (119.XXX.XXX.232)
맞습니다. 원어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번역을 맡으면 안 됩니다. 그런 분이 맡는다면, 그 책은 공해입니다.
원문 이해는 필수조건이고, 우리말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번약가로서 충분조건입니다.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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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3:22:14
0 0
꼰남 (112.XXX.XXX.25)
세계적인 상의 수상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언어로 쓴 작품을 가장 근접하게 표현해 내는 일 아닐까요.
문학 작품이 이야기를 팔아서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면요.
싱겁겠지만 우리 말과 외국어 둘 다 잘 알고 잘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번역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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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1:02:34
0 0
고영회 (119.XXX.XXX.232)
그럼요. 양쪽 다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외국서를 번역할 때에는 우리말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말 우리글 아는 것은 필요조건으로요.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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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3:19:27
0 0
ehlsehf (113.XXX.XXX.197)
우리 문학을 어쩐지 아직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고,
외국작가에 경도되는 경향은 어쩐지 문화적 사대주의가 아닐까요?
국가자존심과 문화자존심 이전에 우리것부터 제대로 알고 즐기고 누려야겠다는 생각인데,
다시 생각하면, 우리 국가/문화에 대한 자긍심없이 제대로 누릴 수도 없네요.
어쨌든, 한강씨가 좋은 계기를 준 것 같아 기쁩니다.
우리 책과 예술부터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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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09:11:53
0 0
고영회 (119.XXX.XXX.232)
저는 우리 문학 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좋은 작품이 많은데, 번역할 환경이 좋지 않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측면이 많겠죠.
한편, 외국어 원전인 책은 제대로 번역해야 하는데, 외국어는 알면서 우리말을 잘 모르는 사람이 번역하다 보니 엉터리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번역서를 살 때에는 망서립니다. 엉터리 때문에 분통이 터진 때가 많았기에...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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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3:17:52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중역이라고 해서모두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최근에와서야 그리스 비극 등이 원전을 바탕으로 우리말로 옮겨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개인적 경험을 말씀드리면,영문학자가 옮긴 일리아스,오디세우스등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또한 원전을 옮긴 책이지만 내용 자체가 어려운 책이 적지 않습니다. '계옹의 변증법'이나,'한줌의 도덕'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지요.
개인적 경험을 앞세워서 본문의 의도를 왜곡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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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09:10:07
1 0
고영회 (119.XXX.XXX.232)
중역은 제 글에서 말한 원전을 '일본어판'을 보고 번역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보죠? 제가 이 말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나 중역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하면 의역이 많이 들어가는데, 원문을 보지 않고 번역하면 엉뚱한 내용으로 바뀔 위험이 많을 것 같아서요... 요즘에는 좀 나아졌겠지만, 예전에는 거의 그것도 일본어판을 중역한 것이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작나무님, 고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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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3:14:0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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