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황경춘 오솔길
     
갈수록 더 소중한 외국 친구들
황경춘 2016년 06월 01일 (수) 00:57:03

지난 토요일,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제가 관여하던 단체의 초청으로 온 외국 손님의 관람을 돕기 위한 일일봉사(一日奉仕)에 나선 것입니다. 미세먼지로 약간 흐리기는 했지만, 초여름 같은 기온에 마침 주말이라 오전 시간임에도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박물관은 근처 지하쳘 역에서 정문 가까이까지 노약자의 이동을 돕는 전동 보행 장치가 있고 관내의 여러 시설이 매우 훌륭해 외국 손님들의 찬사가 자자했습니다. 다만 예정된 관람시간이 너무 짧아, 바로 옆에 있는 용산 시민공원 내에 마련된 환영 점심모임에 시간 맞추어 가기가 바빴습니다.
 
세 나라 18명의 노인네들을 초청한 곳은 교류를 통해 세계평화에 이바지하자는 목표로 결성된 민간 우호 단체 ‘프렌드십 포스 인터내셔널(Friendship Force International)' 의 서울 클럽(회장 심재영)입니다. 10여 년 전까지 제가 회장으로 있다가, 40~50대의 젊은이들에게 일을 맡기고 물러섰으나, 이렇게 가끔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일주일의 홈스테이(homestay)를 위해 온 FFI 회원은 호주 두 클럽에서 14명, 영국과 미국에서 각 2명으로, 서울 방문을 마친 다음 일본 후쿠오카(福岡)시로 떠났습니다. 이렇게 찾아온 외국 손님은 회원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우리가 작성한 일정표에 따라 서울 주변 여러 곳을 방문하고 문화 체험도 합니다. 홈스테이 호스트를 하지 않는 회원은 필자처럼 낮 시간에 관광 안내, 식사 초청 등 주간 봉사를 하게 됩니다.
 
지난번에 제가 일일봉사를 하여 글방에 ‘노랑머리 외국인들의 국궁사배(鞠躬四拜)’라는 글을 올린 것이 2009년 11월이었으니, 실로 7년 만에 집사람과 함께 봉사에 나선 것입니다. 우리가 이 민간 국제단체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이 1982년이었는데, 그동안 국내외의 많은 1세대 회원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에 내한한 호주 탬워스(Tamworth) 클럽의 애네트 왓슨(Annette Watson) 할머니도 같이 일하던 많은 회원들이 세상을 떠나, 몹시 섭섭하다고 푸념했습니다. 이분들은 이번 방문을 시작하기 전에 페이스북(Facebook)에 ‘Seoul and Fukuoka 2016(서울과 후쿠오카 2016)’이라는 특별 페이지를 만들어 회원 각자의 사진과 글을 올려왔습니다. 제게도 그 페이지 회원으로 즉시 입회를 시켰습니다. 후쿠오카 클럽은 이들이 서울을 출발하기 하루 전에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이 페이지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페이스북의 이 페이지에는 이미 많은 사진이 올라 있습니다. 그들의 일정표에는 비무장지대의 도라산 전망대와 제3땅굴, 경복궁, 민속촌, 국립박물관, 전쟁기념관 등 방문, 인사동 불교음식 시식 등 우리나라 정세와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빽빽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호스트 가정 음식뿐 아니라 독특한 우리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됩니다. 페이스북에는 도토리묵과 도토리면을 먹었다는 사진과 글이 벌써 올라 있었습니다.
 
한호(韓濠)협회가 마련한 용산 시민공원에서의 야외 점심모임에서는 우리나라 막걸리와 즉석에서 만든 인절미 떡도 제공되었으며, 화살던지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로 흥을 돋우었습니다. 호주 유학을 한 사람 등, 호주와 인연이 있는 많은 회원이 외국 손님들과 어울려,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허둥지둥 다음 방문처인 전쟁기념관으로 옮겨갔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호주에서 온 손님들의 전쟁기념관 방문의 인상은 특별하였다고 전해들었습니다 만, 우리 부부는 개인 사정으로 전쟁기념관 동행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물놀이 공연까지 포함한 네 시간이 넘는 송별만찬회를 끝으로 그들은 월요일 오후 다음 방문지인 후쿠오카로 떠났습니다. 일주일이란 짧은 체류와 언어장벽 등 여러 문제를 극복하며 정이 든 회원 사이의 이별이란 어느 홈스테이 때에도 눈물을 동반합니다. 이 만찬회 소식도 떠나기 전의 바쁜 시간을 무릅쓰고 페이스북에 자세히 남기고 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쌓인 우정이 나라와 민족 간의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필자도 이런 경험을 통해 친하게 돼 20년 가까이 편지나 전화를 주고받는 외국 친구가 지금도 많이 있습니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숫자가 줄어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2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최석권 (58.XXX.XXX.64)
선생님, 건강 하세요.
저도 70년대 초 중반 중고등학생 때
호주와 미국 또래 예쁜 여학생과 약 7년간을 펜팔하며
한국의 역사와 관습 등을 널리 알리곤 하였습니다.
그 땐 2주일에 한 번 받는 항공 편지가 너무 가슴을 뛰게 하였습니다.
지금 학생들은 해외 펜팔 편지의 맛을 모를 거라서 안타깝습니다.
답변달기
2016-06-05 21:30:37
0 0
오솔길 (114.XXX.XXX.38)
좋은 경험 하셨습니다. 해외 친구들과의 펜팔도 민간 외교에
큰 역할을 담당하겠지요.

그 당시는 항공우편으로 육필의 편지를 주고받는, 시간이 걸리나
야릇한 안타까움과 기뿜을 주는 펜팔과의 편지 왕래였지만,
아마 지금 젊은이들은 인터넷 메일과 SNS를 통한 교류를 즐기고
있겠지요. ㅎ ㅎ
답변달기
2016-06-08 16:09:52
0 0
별별 (59.XXX.XXX.178)
국제교류 사업은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일입니다. ----
우리나라도 초창기 국제협력에 의해 기반을 닦았고, 유네스코에서 만들어준 교과서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선거만능시대의 병폐가 각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국회의원은 선거권이 없는 일에 대하여 방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성숙한 국가가 나서서 규모있고 의미있게 지원되어야 할일입니다........너무나 갑자기 성인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의 근본에는 천민자본주의로 인하여 일등주의 황금만능주의가 기저를 이루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제 성장하여야 합니다
우선 먹고사는 물질주의를 넘어서,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으로..
답변달기
2016-06-01 11:15:33
1 0
오솔길 (114.XXX.XXX.38)
좋은 말씀 해구셨습니다. 이제 나라도 국민도
성숙해야지요. 특히 외국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대한민국이니까요.
도움말씀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6-06-01 21:28:07
0 0
박연철 (220.XXX.XXX.129)
외국 친구들과의 민간 차원의 교류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높여 주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평화를 기언하고 갈구하게 될 것입니다. 저도, 저의 소망항목(버킷리스트) 가운데, 외국인과의 교류 및 홈스테이가 가능한 거처를 갖추는 것을 담아 두고 있습니다.
답변달기
2016-06-01 10:57:00
1 0
오솔길 (114.XXX.XXX.38)
박 선생님, 졸문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민간외교의 중요성 공명해 주셔 고맙습니다.
건강 계속되는 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답변달기
2016-06-01 21:21:03
0 0
꼰남 (112.XXX.XXX.25)
여전히 민간 외교 활동을 잘 하고 계시군요.
그 열정과 노력에 놀라고 감사 드립니다.
아마도 젊은 세대들에서는
기성 세대가 미처 알지 못하는 다양한 방법들로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동시대 주인공들이 줄어든다는 게 슬프지만
이는 인생무상과 같은 거 아닐까요.
답변달기
2016-06-01 09:55:16
1 0
오솔길 (114.XXX.XXX.38)
인생무상이라는 것 잘 알고있으면서도
슬픈 마음 어찌할 수 없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6-06-01 21:13:57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노년의 멋진 삶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답변달기
2016-06-01 09:45:28
1 0
오솔길 (114.XXX.XXX.38)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답변달기
2016-06-01 21:08:00
0 0
박경용 (59.XXX.XXX.230)
황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국제간의 교류를 계속하시는 선생님의 모습 보기에도 좋습니다/보이지않은 국가간의 교류에 큰 도움이 되시리라여겨집니다 그간의 연찬하신 외국어와 견문으로 우리사회에 많은 기여가 되실것으로 기대됩니다 존경받는 어르신으로 이미지를 계속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
답변달기
2016-06-01 08:52:17
1 0
오솔실 (114.XXX.XXX.38)
격려해 주셔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답변달기
2016-06-01 21:06:39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