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홍묵 촌철
     
갈(葛)과 등(藤)
김홍묵 2016년 06월 08일 (수) 02:55:22

부부 싸움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묘안이 있다고 합니다.
▵가급적 떨어져 있어라
▵다른 취미를 가져라
▵대거리를 하지 말라
한 이불 속에서 살을 맞대고 살아온 부부도 나이가 들면 티격태격 말다툼 정도를 넘어 대판 싸움 끝에 황혼 이혼이나 졸혼(卒婚)에 이르는 세태를 두고 역설적으로 만들어 낸 말들입니다.
 
생래적 속성인지는 모르지만 인간은 ‘갈등’의 역사를 되풀이해 왔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형제자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이미 보편화된 현상들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칼로 물 베기는 옛말이고 돌로 거울을 깨거나 심지어는 자녀들까지 팽개치는 부부가 적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분신‘끼리도 얼굴을 맞대지 말고, 대화도 줄이는 불통의 삶을 가정 지키기 대안으로 내놓았을까요.
 
갈등이란 말은 서로 어우러져 살지 못하는 갈(葛:칡)과 등(藤)나무의 생태에서 유래했습니다. 일이 까다롭게 뒤얽힘 / 서로 불화하여 다툼 / 상반하는 것끼리 양보하지 않고 대립한다는 뜻입니다.
칡은 산기슭에 자라는 콩과의 덩굴식물로 줄기가 10미터나 뻗으며, 자색 꽃은 일본인이 사랑하는 가을꽃 중의 하나입니다.
같은 콩과식물인 등나무는 5월에 나비 모양의 자색 또는 흰 꽃을 피우며, 짙은 향기로 뭇 사람의 사랑을 받습니다. 
 
콩과식물이라는 친척 사이여서 그런지 칡과 등은 모두 사람들에게 이로운 먹거리나 가구 재료가 됩니다. 칡은 건강음료로 알려진 칡즙, 녹말 식재료 갈분, 차로 쓰이는 갈화, 발한제·해열제 원료인 갈근, 갈포를 만드는 껍질을 제공합니다.
등나무는 말려서 가공한 줄기가 질기고 유연성이 많을 뿐더러 색깔까지 고와 의자·침대·탁자·전등갓 등 고급 가구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입니다.
 
그런데 칡과 등은 서로 떨어져 살면 아무 일도 없지만, 같이 붙어살면 둘 다 죽고 맙니다.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줄기를 감으며 올라가는 반면, 칡은 왼쪽으로 휘감으며 줄기를 뻗기 때문입니다. 상생 아닌 상극의 유전자 때문에 공멸하는 갈등의 원인입니다. 옛사람들의 관찰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이나 논밭 근처에서 살지 못하게 칡을 산으로 내쫓고, 등나무는 마당으로 끌어들여 그늘막을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세상은 어떤가요?
아마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갈등 속에서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적자·서자가 갈라선 유대교와 이슬람교, 혈통·교리로 맞선 수니파와 시아파, 부패와의 전쟁에서 갈라진 기독교와 개신교는 종교 갈등의 결과입니다. 피부색으로 인한 흑백 인종 대립, 체제·이념을 달리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강대국과 약소국, 부국과 빈국 간의 갈등도 그칠 날이 없습니다.
 
그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는 우리도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먼 나라는 접어 두고 한일·중일·한중의 갈등은 지역 긴장을 줄일 묘책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분단 70년이 넘은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나라 안에서는  신공항 입지를 두고 영남이 경남북, 호남이 전남북으로 갈라져 입씨름을 벌이고 있습니다. 20대 국회는 여야와 친노·비노, 친박·비박 갈등으로 열흘째 원(院) 구성도 못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습니다.
 
갈등은 왜 생길까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인간의 이상·목적과 문명사회와의 모순이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리비도(libido 성 충동, 성 본능)의 충동이 사회 풍습과 모순되어 충돌할 때 갈등을 일으킨다는 주장입니다. 그 결과 리비도가 억제되면 우울증·스트레스·피로·편집증·트라우마 등 정신적 불안정과 장애를 일으키거나, 아동 성 학대·강간 같은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더 쉬운 분석도 있습니다. 인간과 유의성(誘意性: 끌어당기는 힘)의 관계에서 세 가지 갈등 유형이 나타납니다. 여성이 결혼과 직장 사이에서 진퇴양난이 되어 있는 경우, 앞은 낭떠러지 뒤는 호랑이 사이에 끼여 사면초가에 몰린 경우, 시험엔 합격하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은 우유부단의 경우 등입니다. 심리학자 레빈(Kurd Lewin의 고찰입니다. 한마디로 이해득실, 위기의식, 결정장애 등 욕망과 현실의 충돌이 갈등의 요인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편재성(偏在性)으로 투쟁이나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홉스(Thomas Hobbes) 헤겔(Wilhelm Hegel) 마르크스(Karl Marx) 등입니다. 부의 편재에서 시작된 계급투쟁은 유럽과 아프리카를 비롯, 남미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뒤르캥(Emile Durkheim)처럼 투쟁 이론을 파괴적·일탈적 현상으로 보는 이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밥그릇 싸움입니다.
 
인간에게 밥그릇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뒤주가 차야 인심이 나고, 거지는 깡통이 비면 더 춥고, 개도 밥그릇을 빼앗으면 주인을 물 정도니까요. 자기 밥그릇만 채우려고 갈등하는 그릇이 작은 기득권자들은 자칫 공멸할 수도 있습니다. 혼자만 먹는 것 같아 얄밉다고 입을 굶기면 눈과 코 손발이 다 병들 듯 말입니다..
위정자들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화합·통합의 지혜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부부 사이가 멀어지지 않겠지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5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자작나무 (221.XXX.XXX.190)
사람 사는 곳 어디나 갈등은 있기 마련이지요.
갈등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른바 <갈등의
제도화>는 인간의 경험과 지혜가 빚어낸 귀중한 자산이기도
하지요.
오히려 인위적 화합과 통합을 외치는 큰 목소리가
의심스러워 보일 때도 있습니다. 국론이란 미명하에
다른 의견을 억압하는 처사들이 단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답변달기
2016-06-08 09:43:00
0 0
ㅋㅋㅋ (223.XXX.XXX.114)
뭐 말은 많이 썼다만
고작 결론은 양비론인데
아재 쓸데없는 그런 결론으로 끝낼 거면 말 꺼내지도 마요
거 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해봐야 결국 결론은 장삼이사 라니
새싹들이 보기에 되게 허무한 거 아세요?
그냥 알파고한테 우리 운명을 맡기는게 나을려나 싶네요
알파고는 어쨌든 한쪽으로 결정을 내리긴 하니까
답변달기
2016-06-08 09:15:09
0 2
꼰남 (112.XXX.XXX.25)
개인이건 집단이건 갈등은 이기심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좀 외람되지만 서로 상반되는 등과 칡은 그렇다 치고
등칡이란 식물은 어느 쪽으로 감겨 올라가는지 궁금합니다.
답변달기
2016-06-08 07:52:52
0 0
김홍묵 (113.XXX.XXX.121)
4일 전 글을 쓰던 도중 강원도를 가는 길에 휴게소
언덕에서 등칡이 나무를 오른쪽으로 휘감은 모습을
보고 많은 갈둥을 겪었습니다.
분명 칡은 줄기가 왼쪽으로 감는다고 알고 있고, 그걸
주제로 글을 쓰려는데 칡인 줄 알았던 등칡 모습에
난감했었습니다.
간신히 식물학자에게 물어 등칡은 등나무처럼 오른쪽
으로 칡은 왼쪽으로 줄기를 감는다는 사실을 확인했
습니다. 등칡은 섹소폰 모양의 꽃을 피우고, 약재로도
쓰인다고 하네요.
답변달기
2016-06-08 12:26:20
0 0
꼰남 (112.XXX.XXX.25)
알기 쉽지 않은 좋은 지식 감사합니다. <^^!
답변달기
2016-06-09 08:53:04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