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칼럼 | 게스트칼럼
     
큰일났다, 단풍든다
김장실 문화관광부 종무실장 2007년 11월 14일 (수) 11:46:53

구석기 작시

곱디고운 저 속살
슬쩍 곁눈질로 훔쳐보는데
속에서 불이 일어난다
불끈 솟아오른 저 기운에
단걸음에 달려왔는지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심장은 벌렁벌렁 뛰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숨넘어갈 듯 가쁘다
그저 한 번 손잡아 보고 싶어서
그저 한 번 안아보고 싶어서
뜨거운 눈길만 주고 있는데
이심으로 동했는지 전심으로 통했는지
저고리 매듭을 풀고
슬며시 치마 걷어 올리는 당신
가볍게 안아 숲 이불위에 눕히는데
눈 감고 입술 벌린 육신이
너무도 진하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마음이
너무도 가파르다
절벽의 나무는 오늘 더욱 꼿꼿하고
계곡의 물은 전보다 더욱 세차고
눈 시린 가을의 시월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인데
정말 큰일났다
당신 몸에도 내 몸에도
색색으로 단풍들고 있다

<감상노트>

‘가을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요즘 산야에 불타는 형형색색의 단풍을 보노라니 빈말이 아닌 듯 합니다.

구석기 시인은 가을 단풍 든 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매혹적이고 육감적인 여인이 열정에 들뜬 젊은 남정네를 유혹하는 상황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고리 매듭을 풀고 슬며시 치마 걷어 올리는 당신'이라는 표현이 이런 상황을 묘사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시인의 표현이 좀 야하긴 하지만 그만큼 가을 단풍은 아름다운 여인이 남정네를 유혹하듯 사람을 홀리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렇게 단풍 든 풍경에 마음이 뺏긴 사람들이 계곡물이 흐르고 색색으로 단풍 든 산에 가다보니 '당신 몸에도 내 몸에도 색색으로 단풍들고 있다 '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남자가 여인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변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유혹에 넘어가서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 어떻게 된다 해도 나는 지금 이 사람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마음을 먹도록 한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단풍든 산야에 사람들이 취해 있는 꼴이 여인의 유혹에 넘어간 남정네의 모습과 같아 구석기 시인은 시의 제목을 '큰일났다, 단풍든다'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김장실:1955년 경남 남해 출생. 영남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거쳐 미국 하와이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1979년 제 23회 행정고시에 합격, 문화공보부 근무를 시작으로 청와대 사정 및 정무수석실 행정관, 비서실장실 및 정치특보실 보좌관, 국무총리실 교육문화심의관 역임. 문화관광부에서는 공보관 예술국장 등을 거쳐 2006년 2월부터 종무실장으로 재직.


회원칼럼은 기고자의 의견일 뿐 자유칼럼의 견해나 방향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자유칼럼은 기고회원님들의 글을 환영합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