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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터널 사고의 보도행태를 성찰하며
박상도 2016년 08월 01일 (월) 00:48:14

‘KBS는 대형차 사고의 심각성과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해 어제 발생한 사고 영상을 공개합니다’ 앵커 뒤로 큼지막한 안내 자막이 나오고 대형 화면에는 돌진하는 빨간색 버스에 추돌당하는 소형 차량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난 7월 18일 KBS 9시 뉴스의 ‘심층리포트’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고속주행하던 버스가 정체 중인 차량을 그대로 덮치는 끔찍한 영상이 그대로 보도되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라 모두 네 차례나 반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영상은 화면을 확대해서 모두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첫 번째 추돌 장면을 천천히 재생해서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사고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결과, 심층 리포트가 시작할 때 16퍼센트였던 시청률은 리포트가 끝날 때는 5퍼센트 포인트가 뛰어올라 21퍼센트까지 치솟았습니다.
 

   

재난 사고의 보도 시에는 대체로 ‘그 보도에 따른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하여야 하고 특히, 어린이와 재난의 희생자 그리고 상처받기 쉬운 개인에 대한 각별히 배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통상적입니다만, 이날 KBS는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반면 같은 날 방송된 SBS와 MBC의 메인 뉴스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한 첫 번째 추돌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2차 추돌 장면 이후만 보여주었습니다. 
 
KBS의 보도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공의 목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원칙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난 7월 18일 보도가 정도에 어긋난 방송인지는 더 많은 논의를 통해 진단을 내려야할 부분입니다만, 민영 방송조차도 편집해서 보여준 영상을 ‘공공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고 장면 영상을 확대하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이 확대한 영상을 슬로우 비전으로 천천히 보여준 행위는 너무 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편집을 통해 사고를 더욱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재난과 사망사고는 항상 뉴스의 중심이었고 이를 보도하는 행위에 대한 윤리기준은 늘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1985년에 미국의 ‘캘리포니언’이라는 신문에 실린 어린 익사자의 사진입니다. 이 신문사는 당시 ‘시신’을 게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이 시신을 확인하며 오열하는 순간이 사진에 너무나 잘 포착되어 있습니다. 당시 사진을 찍은 존 하트(John Harte)는 이 사진에 매우 큰 만족감을 느꼈을 겁니다. 그는 이 사진을 살리기 위해 편집국장을 설득합니다. 그 결과 이 시신 사진이 역사상 처음으로 캘리포니언에 실리게 됩니다. 편집국장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어린이들이 수영할 때 부모들이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줘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합니다.
 
원칙을 어겨야 하는 유혹에 직면하면 당사자들은 핑계를 찾게 됩니다. 31년전 미국의 ‘캘리포니언’의 편집국장이 찾은 핑계는 ‘물놀이를 할 때 부모의 주의의무’였고, 지난 7월 18일 KBS 9시 뉴스 앵커가 이야기한 핑계는 ‘대형차 사고의 심각성과 대책 촉구’였습니다. 필자가 이들의 주장을 핑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들의 행위 결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바로 유가족의 동의 없이 보도가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언의 사진 기자인 존 하트는 위의 사진으로 업계에서 유명인이 되어 대학 강단에도 섰으며 마크 트웨인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지만 너무 비윤리적이었다는 비난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이러한 비난은 삼십 년이 넘게 그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유가족에게 너무 가혹한 사진이 보도되었다는 비난에 대해 그는 “유가족은 내 기사를 보지도 못했다. 당시 그들은 너무 슬프고 경황이 없어서 신문을 볼 상황이 되지 못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가혹한 것은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무책임한 주장입니다.
 
이번 KBS의 보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끔찍한 사고 영상을 보여주기로 결정을 했으면 가장 먼저 이 보도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는지 살폈어야 했고, 당연히 유가족에게 방송의 취지를 잘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방송에 고지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청자도 유가족에게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KBS의 보도 내용에 집중했을 겁니다. 
 
KBS가 모든 영상을 다 보여주며 ‘대형차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아젠다를 설정하려고 했다면, 차라리 심층보도를 며칠 미루더라도 절차에 만전을 기했어야 옳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으면서 대책을 촉구하는 모습은 결과를 위해 과정의 부도덕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피해자의 친척이 “사고 영상을 아직 보지 못했다. 너무 끔찍할 것 같아 볼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희생자의 부모는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영상은 기록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또는 뉴스에서 이 영상이 자료화면으로 방송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KBS보도에서 지난 해 충남 서산에서 레미콘 트럭이 신호 대기 중이던 소형차를 덮쳐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고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레미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은 지금쯤 아픈 마음을 치유하면서 간신히 평소의 생활을 찾아가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잊을 만할 때 방송에서 아픈 기억을 들춰낸다면 그분들은 또 한번 절망 속으로 빠져들게 될지 모릅니다. 이번 사고의 유가족도 몇 달 후, 또는 몇 년 후 사고의 영상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어 가슴 아픈 기억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 많은 매체가 난립하여 과다 경쟁을 하는 바람에 언론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공영방송의 보도는 방송의 품위와 원칙을 지키고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바른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대형차 사고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참사 보도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원칙이 재정립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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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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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122.XXX.XXX.39)
박아나운서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늘 집고 넘어가야 할 일들이 있지요 원칙을 지키고 배려해야하는 데 쉽지가 않은 건지 다 알면서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셨기에 교통사고 장면이 나오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체널을 돌립니다 28년이 지났음에도..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이런 세상이 오기를 소망하며.. 더운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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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8 02:14:38
0 0
아메리카노 (175.XXX.XXX.199)
참 무책임한 방송이군요..실망스러워요
민영방송과 공영방송은 분명 차이가 있고,색깔이 다른데요
시청률도 중요하겠지만 공익이 우선이잖아요..이해가 안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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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7 08:30:33
0 0
문똑똑 (182.XXX.XXX.22)
박상도 아나우님!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즈음엔 정말 사람들이 생각없는 결정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시청률을 높이는데 가끔은 유가족이나 사고 당사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그야말로 기막힌 보도도 난립하는걸 보게 됩니다.
방송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공정한 보도만이 보도 되었으면 하는
바랑입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제3자가 바라봐도 기막힌 영상을 대할때
그당사자는 어떠할까 하는 마음으로 한숨이 절로 나올때가 종종 있죠.
지난해 추석연휴에 교통사고 현황도 그대로 나온것이 있을때
그것도 여러번 반복해서 보여주는걸 접하면서
이런 참흑한 사고소식을 이렇게 까지 보여주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었지요
어쨌든 생각있는 보도가 나오고 그러한 보도때문에 그냥 않봐도 가슴칠일인데 거기에 부채질하는 방송 만큼은 않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아나우님 냉철한 글 잘 읽었습니다
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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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2 12:21:20
0 0
최석권 (58.XXX.XXX.64)
저는 그 무지막지한 장면을 보면서 세월호 사건은 또 일어 날수 잇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사회의 안전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생사람들을 가두고 뒤집힌 세월호의 트라우마에 비하면
그까짓 관광버스의 광적질주는 새발에 피 입니다.
아, 한국인들 사회는 언제 정신들을 차릴까요.
한국인들은 정녕 통제받기 싫어하는 사람들인가요.
아니면 온갖 부조리를 즐기는 사람들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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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2 00:43:19
0 0
푸른하늘 (1.XXX.XXX.254)
kbs를 언론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보도원칙을 지켰는지 여부를 고려할 가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언론이 아닌 곳에 '보도원칙'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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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16:15:22
1 0
권영국 (125.XXX.XXX.148)
저는 님의 의견과 좀 다른 의견입니다.
참혹한 사진이나 글이 대중매체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음을 인정은
합니다만 님이 지적하신 봉평사고 현장사진은 그리 잔인하지는 않다고 봅니다.kbs의 편집자도 그런사항을 고려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kbs에서는 사진의 잔인성 보다는 운전자들의 잘못된 운전습성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고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게 됨을 더 강조가기 위함이었다고 봅니다. 저도 그 뉴스 몇번 보았습니다. 저의 경우는 현장의 잔인성 보다는 정말 똑바르게 운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습니다.
이따금 버스를 타보면 신호등 안지키고 불법정차하고 과속에다 음주운전등등
이루 말할수 없는 운전 타락상을 체험합니다.
월남전때 불기둥이 치솟는 생지옥에서 알몸으로 울부짖는 소녀의 필사의탈출
사진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의 침혹함을 일깨워 주고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도 현재 그 사진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있으며
사진기자도 퓨리처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큰 상을 받았습니다.
운전자들의 횡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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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12:15:02
1 1
미리내 (175.XXX.XXX.156)
샬롬!
더위가 정점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제 현충원 다녀오는 길에 정오뉴스하시는 걸 들었지요.
요즘 휴가철이라 번을 섰구나 짐작했습니다.

위의 뉴스는 저도 경악하며 보았어요.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는 포장으로
충격적인 장면을 다음 날까지도 뉴스마다
내내 반복하는 것은 만행입니다.
사실 주말 밤에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서
한센인들에게 행해졌던 충격적인 사실과 장면에
가슴아파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러나'그것이~'는 심층프로그램이라는 차별화된 방송이고
시청 또한 사전에 선택해서 하는 것이니
오롯이 시청자가 감내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뉴스'는 바쁜 보통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세상의 크고 작은 사건이나 사고의 사실을 모아서 알린다며
때때로 그 안의 진실은 외면되거나 무시되고
보고듣는 이의 생각까지 강요하는 것같아
불편한 시간이 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여다 보는...


사실보다 진실을,
공익이 우선될 때에도 역지사지의 생각
생명의 존중과 배려가 전제된
바른 보도가 지향되기를 바랍니다.

여름이 한 달은 더 기승을 부리겠지요.
채소네도 오늘부터 휴가라 좀전에 집을 나서서
덕분에 제 휴가도 시작되었습니다.
박아나님도 며칠 휴식의 시간 마련해 놓고
북적이는 때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계신가요?
진정 몸과 맘의 힐링이 될 편안한 휴가 지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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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10:17:39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뉴스 -특히 지상파 - 안 본지도
오래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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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9:58:57
2 1
ehlsehf (113.XXX.XXX.197)
그러고보니, 나도 그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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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10:16:17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동업자끼리 얼굴 붉히는
것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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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16:51:41
0 0
yk (220.XXX.XXX.213)
필자님! 글 잘 읽었습니다.
8시 SBS 뉴스 시청 후 9시 KBS 뉴스 시청자로서 방송 종사하는 특히 사회 곳곳에 부정과 불의를 드러내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께 언제나 감사함을 느낀답니다.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이미 사악해짐을 보면 시청자들 눈 역시 왠만한 영상물로 자극을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지 피해자의 인격에 상처만 남겨질 것은 분명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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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9:44:23
0 0
한 팡세 (175.XXX.XXX.69)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은 없습니다. 글을 읽고 나니까 더욱 확고한 신념이 듭니다. 유가족의 가슴에 평생 치유하지 못할 장면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내 보내는 그 배짱,,,,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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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7:20:3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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