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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학생들이 생각하게 해준 것
임철순 2016년 08월 05일 (금) 01:40:14

이화여대가 추진하던 미래라이프대학의 철회과정은 우리 교육정책과 대학행정, 학내 민주주의와 시위문화를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한마디로 교육부는 대학을 우습게 알고, 대학은 학생들을 가벼이 여기다가 망신을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미래라이프대는 ‘평생교육 단과대(평단)’ 재정지원 사업의 일환인데, 학생들은 학교가 ‘학위 장사’를 하려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130년 이화역사 30억과 맞바꿀 수 없다’는 구호에 그들의 마음이 잘 담겨 있습니다.
 
교육부 평단사업은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직장인이나 30세 이상 무직 성인이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이른바 선 취업ㆍ후 진학을 장려하기 위한 것입니다. 선정된 대학은 연간 30억원을 지원받는데, 7월 15일에 선정된 이화여대는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과, 건강ㆍ영양ㆍ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을 운영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사업이 평생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1984년부터 운영해온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과 중복된다는 점에서 정부 돈을 받아서 학위를 파는 행위와 같고, 그나마 학내 의견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화여대는 3월에 인문학과 타 전공을 융합하는 코어사업(대학 인문역량 강화) 대학에 선정돼 3년간 96억 원을 확보한 데 이어, 5월엔 앞의 사업과 취지가 상반돼 보이는 프라임사업(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에도 뽑혀 미래 여성공학 인재양성 등을 목표로 4개 학부 9개 전공을 신설ㆍ재편하는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학가에서는 이대를 ‘재정지원사업 3관왕’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이화여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둘러싼 학내 분규가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번진 것은 교육부가 대학의 구조조정과 학제 재편을 압박하면서 대학사회 전반에 누적됐던 불만이 터져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문탐구 기능과 거리가 먼 정책을 잇달아 도입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쌓여왔던 것입니다.
 
근본 원인은 교육부가 돈을 내세워 대학을 통제하고 대학은 정부정책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온 점입니다. 정부는 대학에, 대학은 구성원들에게 일방적 순응을 요구해온 비민주성이 이화여대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1년 전부터 준비해도 부족한 게 많을 텐데 7월에 대학을 선정하고 다음 학기부터 학생들을 모집하라니 이런 졸속이 어디 있습니까.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자 대학 측이 경찰을 불러들인 것은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대학의 자율과 자치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우리의 대학과 교수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는지 모르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런 터에 누가 경찰에 신고했는지 진실공방을 벌이는 것은 더 우습고 구차스럽습니다.
 
이대생들은 이번에 새로운 민주시위의 양태를 보여주었습니다.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을 통해 토론을 거친 뒤 본관 점거농성을 시작하면서 학생증 등 신분을 확인해 보라색 스티커(나중엔 초록 손목 띠로 바뀜)와 마스크를 받은 사람만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외부 개입을 철저히 차단했습니다.
 
특별한 대표자가 없고 총학생회가 주도하는 것도 아니며 앉아서 ‘독서 시위’를 하고 서로 선배 후배가 아니라 벗님이라고 온라인 용어로 부르는 것도 새로운 변화입니다. SNS를 통한 토론 등으로 의사결정이 늦어 ‘달팽이 민주주의’라는 말도 들었지만, 이대생들의 시위 양태는 신선하고 색다릅니다.
 
학생들은 경찰과 대치할 때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 ‘다만세’(다시 만난 세상)를 불렀습니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만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라면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마음까지”,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 속을 나는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이런 가냘픈 곡조의 노래가 어떻게 '운동가요'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은 노래로 경찰에 맞섰습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은 돈을 향한 혁신이다. 우리는 미래를 향한 혁신을 원한다”고 외쳐 대학 신설을 백지화시켰습니다. 대학이 사업 철회를 약속한 뒤에도 계속되고 있는 농성의 초점은 총장 사퇴입니다. 그러나 직접선거가 아니었다 해도 대학 스스로 뽑은 총장을 물러가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총장 사퇴는 사실 이 문제에서 본질적이고 중대한 초점이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교육부와 대학의 관계에서 지원-자율의 규범과 기준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해방 이후의 숙제입니다. 돈으로 대학을 길들이는 프로젝트형 사업을 지양하고, 교부금 형태로 예산을 지원해 자율적으로 쓰게 한 뒤 나중에 감사를 하도록 지원방식을 바꾸는 게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학문 탐구라는 대학의 기존 목표와 기능인 양성이라는 미래 가치를 조화롭게 수용하는 제도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산업사회의 새로운 요구와 실업이 심각한 사회현상을 고려해 학문과 현실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면 ‘미래라이프대학’이라는 말 자체도 나는 우습고 듣기 싫습니다. 말이 싫으면 그 말에 관련된 일도 싫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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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220.XXX.XXX.175)
이미 그 이름에서부터 웃긴다 싶었는데
그여 얼치기였고 말썽이었군요.
마지막 단 언급 제 맘 같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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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6 20:37:19
0 0
임철순 (220.XXX.XXX.48)
감사합니다. 무심코 쓰는 말에 우스운 것이 참 많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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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7 09:31:18
0 0
오마리 (24.XXX.XXX.229)
이제야 이대 시위 내용을 이해....
교육부 문제 많은 게 오래입니다. 개혁은 교육부가 먼저...
커뮤니티 (캐나다의 성인 학교) 나 방통대학에서 해야 할 성인 교육을 전통 있는
대학이 하도록 하는 발상도 우습고 미래라이프 그 말도 영~~~ 거시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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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6 20:32:11
1 0
임철순 (220.XXX.XXX.48)
어쨌든 평생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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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7 09:30:32
0 0
하장춘 (175.XXX.XXX.72)
대학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반성의 기회가 이번 이화여대 '평생교육'과정 대학 신설을 두고 학생들이 반발하며 일으킨 시위에서 온 셈이군요.
이 컬럼의 핵심을 '미래라이프 대학신설은 돈을 향한 혁신'이라는 지적과 '미래를 향한 혁신'이라는 주장이라고 적고 싶습니다.

이를 두고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미래라이프' 대학이라는 造語가 뭔가 어설픈 점이 있고, '평생교육'이라는 개념으로 오랜전통을 세워 온 대학교에 단과 대학같은 대학원을 세운다는 것이 또 한 어설픈 생각이 듭니다.
임철순 필자는 이를 학생들이 주장했다는 그대로 돈과 바꾸려 했다고 쓰고 있군요.

대학교 안에 대학신설을 둘러싼 학생들의 반대시위를 민주주의 또는 민주적인 것으로 보는 것에도 지적돼야 할 점이 있어요.
학교 구성원 중 학생 아닌 분들의 의도가 시위로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지적하신 것 처럼 대학과 교육부가 시간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 보며 대학 신설의 철학적인 원칙을 정립해 가면서 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未來와 라이프(life)를 접목하려 한다면 미래 문명의 그림을 그릴수 있는 평생교육의 진지한 교육 과정을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말과 글의 현주소와 실태를 진지하게 점검하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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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6 06:49:58
0 0
임철순 (220.XXX.XXX.48)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모든 사건은 한 시대가 집약된 일종의 기호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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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7 09:29:21
0 0
청유 (220.XXX.XXX.21)
국립대학도 아닌 사립대학에 나라의 돈이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사립대학은 재단의 돈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합니다. 사립대학에 이런저런 이유로 국가재정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사립대학을 운영할 돈이 모자라는 재단은 대학을 국가에 헌납하고 재단은 사립대학 운영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나라는 재단이 헌납한 사립대를 국립대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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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20:02:02
0 0
임철순 (220.XXX.XXX.48)
우리나라 교육은 초창기부터 사학에 의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부정하고 돈 빼돌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률적으로 사립대 지원을 끊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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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7 09:28:17
0 0
청유 (211.XXX.XXX.30)
사립대학이 국가가 지원한 돈을 빼돌려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범죄를 해서 국고지원을 끊어야 한다는게 아닙니다. 사립대학이 정상적이고 모범적으로 운영하더라도 국가재정으로 사립대학 지원은 중단해야 합니다. 사립대학 재단이 돈이 없으면 국가에 헌납해서 국립대로 전환하든가 국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싶으면 재단이사회에 재단이 임명하는 이사를 줄이고 국가가 임명하는 이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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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1 11:23:18
0 0
ehlsehf (59.XXX.XXX.6)
공감합니다.
시위 내용과 태도에 대해 잘 알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총장은 스스로 무슨 가치를 추구해 왔는지 되돌아 본다면
부 끄러워서 사퇴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총장이 존경받지 못 할망정 비난과 동정받기에 이르른 것도 개탄스럽고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교육부 관료집단은 어찌해야할지 절망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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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7:09:35
0 0
임철순 (220.XXX.XXX.48)
한 30년도 더 전에 일본의 어느 잡지가 '문부성이 없어진다면?'이라는 기획을 했는데 가장 많은 답이 "그러면 제일 좋지요"였다는 말을 들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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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7 09:25:52
0 0
신아연 (119.XXX.XXX.98)
이 글이 이화인 톡방과 이화인 소속 밴드 등으로 속속 나가고 있습니다. 저도 이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학생과 학교측이 원만히 뒷수습을 할 수 있도록 기원하고 있습니다. 잘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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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0:54:11
0 0
임철순 (121.XXX.XXX.123)
이화는 빛나리 우리 이화. 제가 기억하는 그 학교의 교가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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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6:29:37
0 0
별별 (59.XXX.XXX.178)
참으로 옳으신 지적입니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실적주의에서 과정주의로 옮겨가야 할 때 입니다.

세계 10위권 나라면 만족합니다.
꼭 1.2위를 바라고 달려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1등 무죄. 황금만능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이제는 이민이라도 가야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입니다.

몇푼 벌더니 싸구려 나라가 되어가는 대한민국의 장래가 어둡던 차에,
이화여대생의 작은 결기가 세상에 충격을 주고 희망을 줍니다.


스스로 멸망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대학교들에게 생각의 장을 열어준 계기입니다.
다만 이러한 열기가 점차 소멸되어가고 누구도 문제점화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 없었던 일로 끝나버리는것이 문제입니다.

이걸 국가가 나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다보는 시각에서 정리해 주어야 하는데,

그런 부처가 교육부는 흥미가 없이, 무사안일이고,

청와대는 방관하고,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 덧붙여,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은 정신적 추태입니다.

설사, 박태환의 잘못이 없었다할지라도 약물에 대하여 깨끗하게 시인하게 자숙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금메달 10개의 값어치는 있었을 터인데,

아버지, 코치까지 나서서 읍소하는 꼴이..뭘하자는 것인지.
참으로 한심합니다.

금메달을 따는데 환호하면서 좋아하는 국민들만을 생각합니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무얼 가르치겠습니까?

일등주의의 사고가 뇌리에 박혀있는 청년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일본지도층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바,
"한국은 군대가 있기때문에 규격화되고 의기가 살아있는데, 일본은 망했다 왜냐하면 청소년이 썩어버렸다"는것...

우리도 부패와 향락과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일본 청소년을 꼭 빼닮아가고 있습니다.

<일등성과>보다는 <과정의 순수함>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속살을 채워야 할때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해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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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0:34:37
1 0
임철순 (121.XXX.XXX.123)
싸구려 나라라는 말에 눈길이 오래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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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6:28:54
2 0
자작나무 (221.XXX.XXX.190)
<역시나> 하면서, 즐겁지만, 무겁게
읽었습니다.
<당근과 채찍>을 그들의 손에서 - 비단
교육부뿐만 아니라 디른 부문에서도-
내려놓게 해야 합니다.비록 비판적 견해도
있었지만, 이번 사태가 이를 입증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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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08:02:42
1 0
임철순 (121.XXX.XXX.123)
이대생들의 학벌주의를 못마땅해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런 점도 분명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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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6:28:02
1 0
한 팡세 (175.XXX.XXX.69)
잘 읽었습니다. 삼사백 명의 학생들이 무서워서 1600명의 전경을 동원 할 수 밖에 없는 정부가 살얼음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대학이 남아 돌아가고 있는 현실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는 교육부가 주먹구구식으로 평생교육 단과대를 급조하는 의지의 속셈은 분명 다른 곳에 있다고 봅니다. 교육을 빙자한 다른 정책적 대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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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07:15:40
1 0
임철순 (121.XXX.XXX.123)
전경이라고 하면 요즘 의경들 화냅니다. ㅎㅎㅎ. 기자들이 경찰력을 동원하는 걸 병력 동원이라고 쓰면 혼내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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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08:06:31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