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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좋아하지 마세요
오마리 2016년 08월 22일 (월) 03:19:43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아들이 손에 한 줌도 넘는 내프킨 뭉텅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어 깜짝 놀라 그 내프킨을 어디서 가지고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공짜니까 들고 왔는데 자기 친구들도 그렇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들은 그것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지만 나는 아들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내프킨은 맥도널드의 소유재산이지 네 것이 아니다, 네가 맥도널드 매장에서 음식 먹을 때 쓰라고 비치된 것이지 집에까지 들고 가라는 내프킨이 아니지 않으냐, 라는 잔소리를 했었습니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때의 얘기입니다. 쇼핑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려고 둘째 언니 집을 나서는 나에게 언니가 현관 문 앞에서 건넨 말은 충격이었습니다. 언니의 무료 지하철카드를 이용하라는 말이었는데 칠십이 넘은 언니는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이용권이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뭐 하러 돈 내고 지하철을 타느냐, 라고 했지만 내가 심하게 충격을 받은 이유의 첫 번째는 부유하게 살았던 언니의 가세가 기울어 어렵게 산 지 20년이 넘으니 사람이 저렇게도 변할 수 있는가, 자존심마저 팔아버렸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변한 늙은 언니가 너무 처량해 보였고 측은했지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언니의 모습이 황당했으며 솔직히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누가 들을까봐 수치스럽고 늙어가면서 어렵게 살더라도 저리 변하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이 앞섰던 것입니다. 언니와 나는 나이차가 많아 나는 그때 60세가 될 무렵이었지만, 설령 65세가 넘었다고 해도 외국 국적을 가진 내가 언니의 대한민국 지하철 무료이용권을 결코 쓰진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5월 26일자 칼럼('이래서 관광객이 줄어듭니다')에 대한 한 독자의 댓글을 읽고 심장이 쿵하고 멎는 줄 알았습니다. ‘자유칼럼’을 쓴 지 9년째 되어가는 나에게 이분은 내가 마치 한국의 건강보험료를 지불하지 않고 한국에 와서 남의 건강보험 카드를 이용하여 치료받는 것처럼, 그러기 위하여 모국방문을 하지 않는가, 의심하는 시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자유칼럼’에 글을 올리는 필자들의 교양수준이나 도덕수준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런 댓글을 올렸는지는 모르지만 내겐 무서운 댓글이었습니다. 어쩌면 해외 동포들 중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모국에서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의료혜택을 받은 경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 타인의 의료카드로 마치 내 이름인 것처럼 의사 앞에서 속임수를 쓰는 행위는 오싹 소름이 돋는 일입니다. 범법이니까요.
 
나는 병원 진료차 방문할 때마다 한국 종합 병원의 외국인 진료소로 갑니다. 외국인 진료소는 환경이 안락하고 의사 간호사 사무직원 모두 친절하여 분위기가 좋습니다. 외국인의 진료비는 비싸지만 지불하는 만큼 검사와 치료가 빠릅니다. 보험을 이용하는 한국의 환자는 CT촬영이 20만원~30만원이지만 나는 50만원 지불합니다. 의사 면담도 1회 방문에 12만원 지불하며 종합 피검사도 수십 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두 가지 예방주사 접종비가 50만원이었습니다. MRI는 120만원입니다. 약값도 많이 냅니다. 한국 갈 때마다 병원비로 300만원~500만원을 지불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국제 진료소를 찾는 이유는 무료인 캐나다 진료보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훨씬 훌륭하고 의료인들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인들이 병원 갈 때마다 항상 지참해야 하는 것이 건강보험카드(OHIP-온태리오 주의 보험카드)입니다. 병원에 진료 신청할 때 반드시 카드에 찍힌 사진과 환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 병원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그 카드는 몇 년 단위로 갱신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남의 의료보험 카드를 도용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한국의 보험카드는 사진이 찍혀 있지 않으니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카드를 도용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한국의 접대문화를 바꾸고 공무원, 정관계, 교육계, 언론계, 특히 이런 곳에 근무하는 사람의 배우자가 미신고할 때 처벌을 한다는 조항도 포함된 ‘김영란법’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은 매우 반가웠습니다.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부패지수는 80%로 미국(73%), 일본(64%), 북유럽(14%~30%)보다 매우 나쁜 수치입니다. 돈이면 해결되지 않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부패가 일상화해 있어 부끄러운 일입니다.
 
오랜 세월 대한민국에 뿌리 내린 가장 나쁜 병폐는 공짜를 좋아하는 태도입니다. 언젠가부터 불로소득을 기대하고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남의 금품을 쉽게 받으려 하는 마음이, 그래서 나의 부를 쌓고 나와 내 자식만 잘살면 된다, 하는 탐욕과 이기적인 생각, 죄책감에 대한 불감증이 사회에 깊게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 사업을 벌였다가 망하여 회사를 닫고 이민 온 것은 부정부패 없이 거래할 수 없는 유통업체의 비리 때문이었습니다. 집을 지었을 때도 구청 직원이 돈을 기대했고 유통업체도 금품을 바랐지만 나는 그들과의 협상을 거부한 탓에 재산을 잃은 것에 대한 후회는 지금도 없습니다.
 
타인의 지하철 이용권으로 지하철 좀 타면 어떤가, 몇 푼 되지도 않는 걸, 지하철공사와 정부가 손해 보면 되지, 하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카드로 공짜 지하철을 탄다거나 남의 보험카드로 병원을 가서 치료받는 것 또한 사기 범죄입니다. 한국의 국민이 모두가 그런 것은 결코 아니라고 믿습니다. 내 언니가 공짜로 지하철을 타는 걸 내게 권유한 것도, 아들이 남의 소유재산인 내프킨을 뭉텅이로 집에 가져온 것도 공짜를 좋아하는 정신이고 어떻게 말하면 작은 부정에 대한 불감증입니다. 내가 아이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고 그런 행위를 무척 싫어했는데도 그렇게 한 것은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만 그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부정부패는 싹이 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심결에 저지른 행동이라 할지라도 이런 것들을 그냥 지나친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까요?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관료가 되고 공무원이 되고 기업의 수장이 된다면?
 
물론 정직하게 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거짓말 안 하고 살기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그것이 선의이든 불의이든 말입니다. 그러나 자존심의 근간을 흔드는 공짜와 불법으로 내 이익을 챙기는 행위가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는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내 힘과 정당한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욕심 앞에서 냉정해져야 합니다. 국민으로서 기본법부터 준수하는 도덕성은 어려서부터 길들여져야만 하고 그런 시민 정신을 가진 시민이 대다수인 나라가 건강한 국가, 부패지수가 낮은 국가, 존경받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품 수수와 경제 사범에 대한 법의 형량을 싱가포르처럼 매우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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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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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j56 (39.XXX.XXX.180)
외국에서 어릴적 부터 오랜 교육을 받아온 오마리님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생각조차도 안 한다는걸 저는 알고 있어요.
정말 무학대사 말처럼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더니
그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제까지 60년 이상을 살아온 저도
그런 유사한 실수를 하여 아주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답니다.
남편과 두아들이 겨울에 감기 걸려도 하두 병원을 가질 않길래
제 이름으로 의사에게 내가 아픈 것처럼 감기약을 처방 받았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제가 암에 걸려 암보상금과 실손보험료를 타려하니
보험들기 3개월 전에 병원에서 치료받은 기록이 있어 암보험과 실손보험을 해약 당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걸 남편과 아들처방이라고 말한다면 정말 의료법 위반인 것이 되는거죠. 그래서 저는 제 잘못을 인정하고 보험을 해약당해야만 하였답니다. 이렇케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서류적 문제를 별루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습관이 있는데 이런건 정말 부끄럽게 여기고 고쳐야 할 문화이고 습관이라 여기고 회개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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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22:52:53
2 0
panamajack007 (24.XXX.XXX.229)
항상 유익하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호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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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7 21:50:49
0 0
이용웅 (24.XXX.XXX.229)
참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조국을 떠나 있으나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수 있습니다. 나이먹어서 할수 있는 일이 인생의 경험을 글로 나누는 일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용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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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7 21:48:59
0 0
고재윤 (24.XXX.XXX.229)
맞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이러한 평범한 시민정신보다는 검사장 같은 고위권력층의 부패가



너무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사라지도록 제도화가 빨리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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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7 21:46:04
0 0
제키 (210.XXX.XXX.116)
경제사범에 대한 형량을 싱가포르 수준보다 높이는 것은 물론 경제사범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도 제한해야 된다고 봅니다. 경제범들을 검증되지도 않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사면해 준다면 엄정한 법집행을 저해함은 물론 동일한 경제범죄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인식이 팽배해 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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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10:18:50
2 0
최석권 (58.XXX.XXX.64)
저는 어른들의 부패와 직무유기로 야기된 치욕스런 세월호 사건이
다시는 이 땅에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가 부정부패에 적당히 타협하는 한 반드시 세월호는 또 바다에
가라앉아 부정한 우리 대신 우리의 꽃다운 아들딸이 희생 당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합니다.
또, 많은 부분 공정하지 않은 한국 사회도 문제입니다.
기분 나쁜 금수저, 흙수저란 단어를 빨리 소멸시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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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22:56:02
5 0
임정훈 (220.XXX.XXX.44)
좋은 글 잘 일고 갑니다.
많은 점들을 생각케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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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13:40:08
0 0
별별천문대 (59.XXX.XXX.178)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사소한 일상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싹틉니다.

천민자본주의에 매몰된 대한민국의 정신적 타락에 한숨이 나옵니다.
국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푹 썩은 나라입니다.

우리가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일본사람들이 볼 때, 저렇게 부패한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역할을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 김영란법에 기대는 이유...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혁신적 사고로 한번 시행해서 부패를 일소하는 혁명적인 일에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이번기회에 잘못된 습관을 완전히 바꿔야, 미래가 있는 대한민국이 됩니다.
한심한 어른들 때문에 청소년들이 보배울것이 없는 세상이 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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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12:49:55
2 0
농부 (175.XXX.XXX.84)
구구절절 공감되는 매우 소중한 내용입니다.
혹시 비양심적이며 불법적인 언행을
한 적이 있는지 반성해 보며
소중한 가치를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여 우리 사회에
의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파하기 위하여 이 글을 옮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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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11:43:46
1 0
꼰남 (220.XXX.XXX.208)
부모가, 스승이, 선배가, 위정자들이 수범을 보여야 합니다.
윗물이 안 맑은데 아랫물이 어떻게 맑을 수 있겠습니까?
저 역시 부끄러워 댓글 달지 않으려다 용기를 냈습니다.
필자 님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맑은 향기가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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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11:05:48
0 0
임종호 (218.XXX.XXX.231)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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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10:10:16
0 0
주음치이장 (222.XXX.XXX.103)
좋은 글 감사합니다.
특히 "국민으로서 기본법부터 준수하는 도덕성은 어려서부터 길들여져야만 하고 그런 시민 정신을 가진 시민이 대다수인 나라가 건강한 국가, 부패지수가 낮은 국가, 존경받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품 수수와 경제 사범에 대한 법의 형량을 싱가포르처럼 매우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목에 크게 공감합니다.
답변달기
2016-08-22 09:41:08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공짜 점심없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지요.
*사족: 한국의 부패지수
80%는 무슨 의미인지요?
답변달기
2016-08-22 08:59:18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