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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 수장의 다면극(多面劇)
이성낙 2016년 09월 12일 (월) 01:28:42

중국 경극(京劇)에는 변검(變臉)이라는 기예(技藝)가 있는데 여러 장의 얇은 가면을 미리 쓰고 나와 얼굴을 한 번 돌리거나 큰 소매를 한 번 휘저을 때마다 한 장씩 벗어 나갑니다. 순간적인 동작으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어 마술처럼 보입니다. 변신술의 대명사로 회자됩니다.
 
요즘 한중 관계가 껄끄러워져서 그런지 외교부장 왕이(王毅, 1953~ )의 표정에서 ‘변검’의 기예를 읽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1880년대에 원세개(袁世凱, 1859~1916)가 고작 20대의 나이로 조선 조정에서 무모하게 처신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원성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근래 중국이 대국망상증에 단단히 걸렸다고 걱정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G2 국가’ 반열에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중론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힘 있는 자가 그 힘을 과시하는 모습은 언제나 거부감만 초래할 뿐이다”라는 만고의 진리가 생각납니다.
 
대만의 백양(伯揚) 교수가 쓴 《중국인의 의식구조-추악한 중국인-》(文潮社, 鄭惇泳 譯, 1980)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백양 교수는 중국인의 의식구조를 언급하며 크게 개탄합니다. “태국의 난민수용소에 수용된 사람은 90퍼센트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추방된 중국인이다. ……국적이 아니라 혈통 혹은 문화적 의미에서 중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중화문화대학 화교연구소의 어느 여학생이 이 난민수용소에 봉사단으로 파견되었다. ‘……너무나도 비참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도대체 중국인이 무슨 죄를 범했다는 것인가? 어째서 중국인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그녀는 중국인 난민들이 중국 혈통이라는 사실 때문에 태국 경비원으로부터 비인간적으로 혹독하게 홀대받는 게 너무도 마음이 아팠던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살던 나라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쫓겨난 중국인의 의식구조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왠지 씁쓸한 것은 백양 교수가 그리도 걱정하던 중국인을 작금 우리가 직접 목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서구 문화권의 외교관들에게서 중국 외교 수장 왕이에게서와 같은 표정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생소했다는 얘기입니다.
 
무릇 외교관의 ‘직업적 언어와 행동’은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네와 사뭇 달라야 합니다. 이를테면 결코 즉석에서 ‘Yes’라고 해서도 아니 되지만, 섣불리 ‘No’라고 해서는 더더욱 안 되는 법입니다. 이게 바로 외교관의 첫 번째 행동 지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구 문화권에서 외교관은 단정적인 언어를 구사하지 않을뿐더러 얼굴 표정이나 몸짓에서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을 ‘외교관의 교과서적’ 언어와 행동으로 여깁니다.
 
얼마 전 EU와 영국 사회는 브렉시트(Brexit)라는 엄청난 정치적 결과를 놓고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토록 찬반 논쟁에 열을 올리면서도 막상 외교 무대에 서면 ‘언제 그랬나?’ 할 정도로 무덤덤한 표정을 짓는 걸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중국 외교부 수장이 우리 대표나 북한 대표를 만날 때 짓는 다색, 다양한 얼굴 표정은 실로 놀랍기만 합니다. 정말이지 현대판 원세개를 보는 듯싶습니다.
 
1968년 ‘프라하(Praha)의 봄’이 구소련군의 탱크에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참담한 모습을 보며 한 체코 원로 지식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생각하는 권력은 없는가?” 그 원로 지식인의 독백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중국이 ‘G2 국가’라면 그에 걸맞은 겸손의 미덕을 보이는 게 대국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래전 백양 교수가 ‘중국인의 의식구조’저서의 부제로 붙인 «-추악한 중국인-»이라는 병폐가 다시금 도질까 걱정스럽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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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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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권 (58.XXX.XXX.175)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아닙니다.
대가리 크다고 공부 열심히하는 것 아닙니다.
땅덩어리 크다고 대인배 기질이 있는게 아닙니다.
그 좋은 예가 하나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의 축구가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온나라 언론은 칭찬은 커녕 비겁한 한국이라며
지식인들 까지 동원하여 한국의 숨은 뒤거래가 있다고
없는 일을 조작하여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어떻게 한국이 이태리며 포르투갈 팀을 이길 수가
있는냐는 거죠.
한마디로 경기열리자 마자 바로 예선 탈락한 중국팀의 초라한 성적에
반성은 커녕 이웃국가의 선전에 배알이 뒤틀린 겁니다.
당시 홍콩 사는 한국 교민들의 자식들은 이러한 중국인들의 황당한 질투에
학교에서 많은 놀림을 받았다고 한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이게 대가리 큰 중국의 본 모습입니다.


가까스로 예선을 통과한 일본도 16강에서 탈락하자
한국에 시기 질투가 발동하여
한국의 붉은 악마 응원단을 관제 응원단이며
시청앞이며 전국 유명 거리에 가득메운 시민들의 자발적인 응원 참여를
정부의 응원 강제동원 식으로 폄하하기 까지 하였지요.
나중에 그 일본 지식인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 하긴 하였지만요.



중국이 저리 오만한데는 한국 지도자들의 당당하지 못한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저들과 대면한 5천년 역사에서 한국은 무얼 배웠나요.
처참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등에서 우린 무얼 배웠나요.
저들이 강해서 우리가 무너진게 아니고
항상 우리가 내부적으로 의견 통일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심지어 전쟁 중에도 서로 협력하지 않는 지도자들이 있어
미리 무너졌습니다.
작금에 저들이 한국의 그러한 지도자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아래에서 시민들은 분개하고 있고요.


사드 배치, 우리집 앞마당에 설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컬럼 아래에 댓글 다신 다섯 분은 어쩌면 그리 똑같이 젊잖게
말씀들을 하시나요.
아래 다섯 분 모두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눈치 저눈치만 보며
오직 자신의 보전만을 생각하는 당시 무력한 신하처럼 보이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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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6 16:33:01
0 0
한 팡세 (118.XXX.XXX.250)
잘 읽었습니다. 중국을 떠 올리면 '대인' 으로의 기질 보다는 어쩐지 쫓기는 거인 같다는 이미지가 앞섭니다. 독립을 원하는 소수민족들을 디딛고 일어서 있는 모습이 사상누각을 떠 올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조급하게 처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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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11:57:35
0 0
하장춘 (175.XXX.XXX.72)
컬럼니스트 이성낙 선생께서 지적한 것 처럼 원세개 처럼 대국인 행세 하는 중국인의 대표적인 한 사람이 외무상 왕인 듯 합니다.
이와 함께 기자브리핑하는 대변인들의 태도에서도 똑 같은 모습을 본다는 평이 요즘 서울에서의 공론일 것입니다.

그런데 모택동 주석시절의 중국에서 소란스러웠던 문화 대혁명과 대 약진 때의 광기를 벗어 던지고 실무적, 실용주의와 黑猫白猫주의로 정부와 사회분위기를 전환시킨 鄧小平 시대 이후 江澤民 주석시대 까지는 小强을 부르며 實事求是의 정신으로 겸손한 정부, 경제 개발 제일주의로 일관해 왔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국이 2000년대 胡錦濤 주석 후기시대 들면서 어느 누가 이름 했는지 모르나 G-2라는 국가 캐릭터를 들으면서 부터 정부인사 등 국가지도층 등 구성원들의 태도에서 겸손함을 벗어나는 외교관 답지 않은 모습을 접하게 됩니다.
이성낙 선생께서 지적한 대로 대외적인 외교활동에서 이들 외무성 관리들이나 대변인들 까지 거침없이 예스와 노오를 분명하게 하는 것으로 무례 할 정도의 언사를 거리낌 없이 하곤 했던 것입니다.
특히 한국이나 북한이 관련되는 사드에 관한 브리핑에서 이런 모습을 종종 봤던 것입니다.

이러한 비외교적인 외교 분야 인사들의 언행은 鄧주석의 실사구시 실용주의 소강 정신을 팽개 치고 毛주석의 약진 정책 시대를 연상케 하는 오만함의 복고로 비춰 집니다.

이러한 부적절한 중국관변의 태도가 약 두달전의 夏殷周대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동북공정 아닌 三代 單代 工程의 완성을 전인대 대회에서 확인 한 패권주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 합니다.
이 하상주단대공정은 우리 한반도 북부 지역이 포함된 지금의 중국 영토 내의 모든 인구를 포괄하는 중국민족 중화주의를 제창하는 거대 담론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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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11:48:25
0 0
ehlsehf (113.XXX.XXX.197)
지적하신 현상은 지독한 부끄러움입니다.
그러나, 상대의 비례를 말하기 전에,
나의 몸가짐을 되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언제 이 나라가 이렇게 우습게 보이게 되었는지 한탄스럽습니다.
중국과 미국과 일본에 고개를 쳐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저들이 이 나라를 존중할 만하게 처신하고 있는가....
먼저 되돌아 보아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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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09:36:44
0 1
꼰남 (220.XXX.XXX.208)
언제나 참신하고 독특한 시각의 글 늘 감사 드립니다.
이번 글 단지 중국(북한) 외교관의 표정만을 두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또 대국망상증을 논하시면서 <자신이 살던 나라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쫓겨난 중국인의 의식구조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백양 교수의 말을 인용하셨는데, 거명한 외교관들은 본토인들, 그것도 현재 집권층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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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09:02:37
1 0
자작나무 (221.XXX.XXX.190)
글 잘 읽었습니다.
자신들의 빙식대로 처신하는 것이
<강한 자들>의 특성이 아닐까요?
특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관계에서
규범적/도덕적 기초는 무력하기 짝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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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08:09:2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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