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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붓'
정숭호 2016년 09월 23일 (금) 01:46:58

‘마르지 않는 붓’은 자유칼럼그룹의 10주년 기념 칼럼선집 제목입니다.
 
‘자칼’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 자유칼럼그룹은 9월 6일 발족 10주년을 맞아 이 책 출간 기념식과 함께 자축행사도 가졌습니다. 자축행사와 관련한 소식은 자유칼럼그룹 홈페이지에 이미 게재됐고 여러 매체에도 보도됐으니 여기서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마르지 않는 붓’에 대해서는 소개를 좀 더 하고, 아울러 ‘못나게 보이지 않을 만큼만’ 자랑도 좀 하고 싶습니다. ‘생각하며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생각을 하게 하고, 자신이 볼 수 없는 다른 사회를 봐야 하거나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지난 10년간 ‘자칼’에 게재됐던 3,000여 편의 칼럼에서 24명의 필자들이 직접 추린 74편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생각의 창고’ ‘세계 속의 대한민국’ ‘기억나는 그 사람’ ‘과거 현재 미래’라는 다섯 장(章)에 나뉘어 실려 있습니다. 언론인은 물론 학계와 관계, 외교관, 변리사, 화가 등 필자들의 이력과 경력이 다양한 만큼 내용도 다양합니다. 언론인이 다수이지만 그들 역시 관심사가 서로 달라 글들이 다채롭습니다. 정치와 외교, 경제, 사회 문제 등 거대담론을 다룬 글들과 함께 일상의 소소함과 자칫 흘려보내기 쉬운 주변의 자연과 환경에서 소재를 찾아낸 글도 있습니다. 문·사·철(文·史·哲), 인문학도 풍성합니다.
  
내용이 다채롭기만 해서야 자랑거리도, 되풀이해 소개할 거리도 못 되겠지요. 거대담론을 다룬 글들은 정곡(正鵠)을 찔러 날카롭고 아프며, 자연과 일상을 소재로 한 글들은 잊고 있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일깨워 줍니다. 딱히 어떤 필자의 글이 그렇다고 할 것이 아니어서 함부로 예를 들지 못하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칼럼을 왜 읽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내 대답은 ‘이용해 쓸 수 있는 정보와 분석 방법 및 논리를 배우고자 읽는다’입니다. 정보가 넘쳐나지만 안 들어도 될 것들이 훨씬 더 많은 지금 세상에서 칼럼은 정제된 정보를 전해줍니다. 그 정보를 어떻게 소화하느냐,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논리도 함께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신문을 칼럼부터 읽습니다. 1면에서 3면, 어떨 때는 훨씬 뒤 사회면까지 차지하는 큰 사건 뉴스도 한 편의 칼럼만 읽으면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칼의 글들은 이런 글들이며, ‘마르지 않는 붓’은 이런 글들의 모음입니다. ‘칼럼은 시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10년이나) 묵은 칼럼들이 무슨 기능을 하겠어’라고 물으신다면 ‘뉴스는 되풀이되고,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움, 따뜻함은 언제나 변함없는 것’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거기에 인생의 산전수전을 웬만큼은 겪은 필자들(대부분 60을 넘겼으며, 최고령자는 92세입니다)의 경륜과 경험은 고급한 글맛을 보여줍니다. 젊은 글쟁이들이 간혹 보여주는 금속성 새된 소리 나는 글과 일부 종편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침 튀는, 흥분한 목소리는 아예 없습니다. 고상하게 말하면 ‘묵향(墨香)’, 유행 따라 말하면 ‘묵은지’ 맛이 나는 글들입니다. '마르지 않는 붓'으로 써 내린 글입니다.  
 
저는 올 7월에 자칼 필진으로 참여했습니다. ‘마르지 않는 붓’에 제 글이 한 편도 안 실렸다는 핑계로 굳이 읽을 생각을 하지 않다가 추석 연휴, 번잡함이 가시고 조용함이 찾아왔을 때 시간이나 보낼까 펼쳤다가 자칼의 필진들이 대단한 일을 십년이나 해왔구나, 감탄하면서 이걸 소재로 꼭 글을 써야겠구나라고 마음먹고 제 순서인 오늘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같은 식구가 된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선배 필자들에게 보내는 헌사이기도 합니다.
 
자칼의 또 다른 장점은 ‘바른 글쓰기의 모범’이라는 겁니다. 자칼의 글들은 어색하고 뒤틀린 문장과 문맥을 매끄럽게 고쳐주는 엄격한 교열과, 오·탈자를 바로잡아주는 철저한 교정을 거친 후(그래도 틀리는 게 아주 없을 수 없는 것이 문장이지만)에야 게재됩니다. 비문(非文)과 오문(誤文)이 거지 밥그릇에 섞인 돌과 뉘처럼 수없이 많은 요즈음 자칼의 문장들은 틀린 것이 없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글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런 연유로 나는 ‘자칼은 성찰을 원하는 어른들은 물론 어린 학생들도 찾아와 읽어야만 하는 칼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온 독서의 계절에 무슨 책을 읽을까 생각하는 분들은 ‘마르지 않는 붓’부터 읽기를 권합니다. 여기서 인용한 책들을 읽거나 같은 소재를 다룬 책을 찾아 읽는 것으로 독서를 이어가시기를 권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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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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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121.XXX.XXX.50)
아 맞습니다. '정제된 정보의 전달' 칼럼의 특징이고 맛입니다. 맞습니다. 사실 저도 그래서 신문을 들면 칼럼부터 보거든요. 그 많은 사건사고들의 기사들을 언제 다 읽겠습니까? 그저 중요한 사안들이 정제되어 있는 칼럼 하나 읽으면 족하지요. 조금은 얌체스럽습니다.^^

암튼 제 마음 잘 정제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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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12:40:34
0 0
11trout (123.XXX.XXX.200)
제일 마지막 줄은, 저에게는, 과분한 말씀입니다. 어찌됐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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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23:02:08
0 0
꼰남 (220.XXX.XXX.208)
자칼의 <붓>이란 <마르지 않는> 것보다 <꺾이지 않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10년 동안 경제적으로나 필진, 필력 면에서 끊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리란 뜻이라면 전자가 어울리겠지만
시의와 세태, 정권과 금력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자유와 진실과 정의를 표방한다면 후자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자칼이 <마르지 않는 먹물에 꺾이지 않는 붓>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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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09:59:38
0 0
11trout (123.XXX.XXX.200)
그렇게 기원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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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10:12:48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축하부터 드립니다.
충분히 자축하고, 널리 알릴만한 일로
생각됩니다.
한편 생각해 보면,글쓴이의 손을 떠난 글은
읽는 이의 판단에 맡겨야 할 줄 압니다. 글쓴이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어도, 그것이 읽는 이의 잘못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 기회에 한가지만 덧붙입니다. <사실>에 관해 잘못
표현된 부분에 관해서는 글쓴이의 책임 있는 해명이
있어야 될 줄 압니다. 가령 한국이 <부패지수 80%>라는
표현방식에 대해서는 적절한 설명이 있어야 될 줄 압니다.
앞으로도 <댓글>의 품위유지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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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08:33:30
0 0
11trout (123.XXX.XXX.20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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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10:14:12
0 0
한 팡세 (118.XXX.XXX.250)
바른 글쓰기의 모범이라는 말에 절대 공감합니다. 명색이 글로 먹고사는 저도 그 동안 얼마나 형편없이 글을 썼는지 반성하는 시간들이 되고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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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07:08:36
0 0
11trout (123.XXX.XXX.200)
죽을 때까지 배우는 거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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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10:14:4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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