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안진의 마음결
     
교사에게 마이크를 주세요
안진의 2016년 09월 26일 (월) 04:19:37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 공개수업을 참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엄마의 방문을 즐거워하는 아이의 기쁜 표정을 읽으며, 선생님께 조용히 목례를 하고, 창가 쪽 맨 뒤 빈 책상에 아이들처럼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선생님의 강의법과 학생들의 태도를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5분도 안 되어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나무와 철제를 조립하여 만든 교실 의자의 나사가 느슨해져, 학생들이 자세를 고쳐 앉을 때마다 삑삑거리는 엄청난 소음이 계속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열어 놓은 창문 밖에서는 체육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교실 안에까지 점령할 기세였고, 선생님은 창밖을 바라보거나 조는 아이들을 깨우면서 수업을 이끌어 나가시느라 무척 애를 쓰셨습니다.
 
선생님은 주변의 그 많은 환경적 방해물을 뚫고 학생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성량을 높이셨습니다. 하지만 뒷자리는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가 있던 곳에서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일률적으로 높인 선생님의 목소리는 수업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어렵고 호감을 주기도 힘들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나아가 선생님의 목 건강까지 심히 염려되었습니다. 주 5일 동안 약 20시간 전후를 수업하는 중등 교사들의 목 건강은 정말 걱정이 되는 일입니다. 말을 많이 하는 일이 얼마나 기를 뺏기는 일인지, 체력소모가 되는 일인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통감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마치고 <수업공개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작성하는데 적잖은 망설임이 생겼습니다. 좋은 수업을 만들어 가기 위한 취지로, 교사의 자질을 묻고 있었지만, 우선적으로 조사되고 개선되어야 할 점은 교육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업의 분위기는 수업의 질 이전에 확보되어야 할 기본사항이며, 그래야 수업의 질도 충분하게 학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제안하고 싶은 것이 교사의 마이크 사용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주로 미술실기 수업을 하지만, 이론수업을 할 때는 넓게 개방된 실기실이 아니라 강의실을 애용합니다. 학생 수에 맞춘 적당한 규모의 방음이 되는 공간에서 마이크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하듯 강의하면 학생들의 시선이 제게 온전히 집중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말하기로 인한 체력 소모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강의를 할 때 교탁을 지키고 있기보다는 강의실 좌우로 걸음을 움직이고 학생들의 자리 근처로 깊숙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수업분위기가 꽤 환기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럴 때에도 마이크를 들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목소리가 잘 전달됩니다.
 
지금의 아이들과 똑같이 공교육을 받아본 학부모들도 학습 분위기를 짐작하기에 내 아이가 앞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의 설명을 잘 듣고 오길 바랍니다. 자리가 중요한 것을 알기에 담임 선생님들은 자주 학생들의 자리를 바꿔주기도 합니다.
 
마이크를 사용하게 되면 교사들은 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수업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은 공평하게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 사용이 가능하려면 교실의 방음을 위해 창과, 출입문, 에어컨과 환기시설 등 제반 시설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시설개선도 없이 교사들에게만 교육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고, 교육의 후진성을 지속시킬 뿐입니다.
 
사교육 부담 해소를 위한 정책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만으로도 충분하도록, 공교육 정상화와 방과 후 교실의 효율적 운영 방안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그 중 교육환경에 대한 보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세대의 교육에 힘을 보태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교사에게 마이크를 주세요.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5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김종우 (121.XXX.XXX.50)
오 정말이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예, 선생님들에게 마이크를 줍시다. 선생님 목건강에도 매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들 집중력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잘 들릴 테니까요.

그리고 교사 자질 문제만 따지지 말고 정말 교육 환경부터 따집시다.
답변달기
2016-09-26 12:22:19
0 0
꼰남 (220.XXX.XXX.208)
필자님도 학교 교실에 직접 보시기 전까지는 그런 줄 전혀 몰랐지요?
교육 현장이 그렇듯이, 행정도, 감사도 현장을 보고서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도 낮과 밤, 여러 날씨와 계절, 이런 경우 저런 상황까지 두루두루...
그리고 나서 결정해야 시행착오가 줄어들겠지요.
<강의실 좌우로 움직이고 학생들 자리 근처로 들어갔다 나왔다>하는 거
아주 괜찮은 해법 같습니다.
답변달기
2016-09-26 09:55:30
0 0
이영희 (117.XXX.XXX.128)
안녕 하십니까?
자유칼럼 독자 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글이 올라 오기에 관심 분야가 다를 경우엔 얼른 읽고 지나가가기도 하고, 더 열심히 읽어지는 글도 있고 그렇습니다.
제가 그림쪽에 관심이 있고, 여성 집필진이 두 분인가 밖에 안계서서 안교수님과 오마리님의 글은 더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저는 중등의 관리자로 있는 사람 입니다.
우리 선생님들 중에는 벌써 몇 년전 부터 마이크를 활용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여러 시간 수업하고, 또 나이들어 가고 그러면 쉰소리도 나고, 목도 아프고 힘들고 그러거든요.
마이크 활용을 못하게 하는 학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한에서는 선생님들이 마이크가 필요 하시다면 활용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교실 저 교실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이 또 다른 소음을 겪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더라구요.
선생님들이 마이크를 쓰신다면 못하게 한다던지 그런 경우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 봤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답변달기
2016-09-26 09:54:16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형태만 갖춘 마이크>가 아니라,
<성능 좋은 마아크>가 필요하겠지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지요.
답변달기
2016-09-26 07:57:07
0 1
한 팡세 (115.XXX.XXX.103)
예전에 어느 대학에서 1년 동안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 수가 160명 정도 됐어요. 마이크가 준비 되어 있었지만 이어폰 형 마이크가 아니라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강의를 했습니다. 대략 10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지금도 더는 평범하게 말을 하는데 상대방은 화가 났냐고 묻습니다. 저절로 목소리가 커 졌는데, 커지는 건 쉽지만 소리 죽여 말하기는 힘들더라구요. 무엇보다 강의가 끝나면 파김치가 되어 버려서 결국 글이나 쓰자는 생각으로 더 이상 안했습니다. 마이크, 정말 필요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답변달기
2016-09-26 07:04:22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