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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입으로 되나?
김홍묵 2016년 10월 17일 (월) 00:01:48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애비 스미스 럼지 지음)에 살면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 저서)이 많아서 그런지 무양하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무양(無恙)의 양은 사람 뱃속으로 들어가 사람의 마음을 파먹는 벌레를 일컫습니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 초(楚)나라 애국 시인이자 정치외교가 굴원(屈原)이 참언(讖言)으로 파직 당하자 그의 수제자인 송옥(宋玉)이 애절한 심경을 담은 시 ‘구변(九辯)’에 이런 뜻을 내비쳤습니다. ‘굴원은 왕이 무양할 때 뵙기를 바란다’고.

옛 선비들은 흔히 인사말로 “무양한가?” 하고 물었습니다. 별 일·별 탈 없이 안녕·건강한지 건네는 수인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무양의 본뜻을 되새겨 보면 마음을 파먹는 벌레가 뱃속에 들어있지 않으냐는 물음이니 맨정신으로는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은 인사말입니다.

‘교활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狡)는 모습은 개인데 온몸이 표범 무늬로 덮였고 머리에 뿔이 났으며, 여우보다 더 간사하다고 합니다.

활(猾)은 생김새는 사람인데 전신에 돼지털이 나 있으며, 간악하기가 교보다 더한 동물입니다. 상상의 동물들입니다.

교와 활은 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서로 껴안고 공처럼 몸을 뭉쳐 호랑이 입 속으로 들어가 내장을 파먹는다고 합니다. 고통에 시달리던 호랑이가 죽으면 두 놈은 유유히 밖으로 나와 미소를 짓는다고 합니다. ‘교활한 미소’의 어원입니다.

호랑이 뱃속 살을 파먹고도 미소 짓는 교·활의 간사 간악함은 말만 들어도 섬뜩합니다. 그런데 양이란 벌레는 마음을 파먹는다니 그보다 더한 인성 파괴가 없을 듯합니다. 지(智) 정(情) 의(意)의 움직임 또는 사려 분별을 뜻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지요.

요즘 정치인들이 마구 내뱉는 말들에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아서 들춰 본 고사입니다. 그중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으로 되나?”라는 발언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난전에서 물건 값 흥정하듯 여야가 주고받기로 청문회나 입법을 정하자는 취지로 들려서입니다.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 표결을 철회해 달라는 여당 요구에 세월호 특위 연장이나 어버이연합 청문회 둘 중 하나를 양보하라는 야당 요구를 절대 안 된다고 해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 때마침 김영란법 시행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정 의장 발언이 더 크게 들린 것 같습니다.

이권 편의나 대가 없이 맨입으로도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김영란법의 취지가 아닌가 합니다. 대부분 국민들도 이 법의 근본정신에 동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입법부의 수장이 ‘농담 삼아’ 했더라도 그런 말은 너무나 민의와 동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대응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투쟁과 발언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 의장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만, 사퇴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습니다. 최근 “한강에 투신하겠다”는 문재인·추미애 민주당 전·현 대표들의 말들도 결과를 지켜볼 일입니다.

법은 자신이 만든 법일지라도 범법을 하면 그 법에 따라 자신의 생명을 앗길 만큼 엄중하고 공평해야 법 구실을 합니다. 엄격한 법을 만들어 중국 진(秦)나라를 패권국가로 발돋움하게 한 상앙(商鞅)이 제 덫에 걸려 죽음에 이른 것이 한 예입니다.

왕이 바뀌자 배반자로 몰린 상앙은 도망 길에 한 여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여행권이 없는 자를 재우면 처벌 받는다”는 여관 주인의 말에 낙담하여 고향 땅 위(魏)에 망명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진으로 송환된 상앙은 끝내 거열형(車裂刑)을 당했습니다.

말은 보통사람도 항상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 법을 만드는 정치인은 더 신중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 한 사람의 병을 고치고, 스승은 수십 명 학생의 인격을 다듬지만, 정치인이 만드는 법은 만백성을 웃기거나 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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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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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121.XXX.XXX.181)
사내 일언 중천금이라지만 비단 정치인 뿐만 아니라 누구나 살아오면서 허언 과언 식언,교언 망언 참언--을 하지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도 최근 부정적인 의원들이 많다는 국회에서 파란끝에 통과되어 최근부터 시행중인 김영란법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역사상 보기드물게 부패청산에 획기적인 한획을 긋는 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실명제의 완결판이라고 말하듯이 전국민이 적극호응하고 지지한다면 요즘어려운 우리경제의 음습한 곳을 구석구석 청소하므로써 우리나라는 이때까지 볼수 없었던 새로운 경제로 크게 도약하여 밝고 정의롭고도 따뜻한 사회가 이룩되리라 믿는다.
어떻든 그런 귀한 법을 통과시켜 시행시킨 국회의원들에 박수를 보내야 할것 같다.
그동안 그렇게 심하다던 중국의 뿌리깊은 부패도 시진핑주석 집권 3년만에 놀랄 정도로 없어졌다고한다.
집필자의 의도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김영란법을 통해 부패척결이 잘 된다면 일부 국회의원들의 허언등은 애교로 봐줄수 있는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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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16:04:19
0 0
ㅋㅋㅋ (125.XXX.XXX.177)
난 이런 식자들은
권력자한테 이런 소리를 좀 했음 좋겠어
고작 맨입 이런 걸로 마음을 좀먹는 벌레 시전이라니
검찰을 수족으로 부리고
전경련을 금고로 쓰며
대한민국 정부를 사조직으로 만드는 년놈에겐
무양하냐고 안 물어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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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00:43:36
0 0
최석권 (58.XXX.XXX.64)
재미있는 컬럼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참 별별 벌레와 동물들을 가상으로 잘도 만들어내어,
인간을 빗대어 잘도 조롱하는 중국인들입니다.
허나 되놈들의 정부가 자국민 불법어로에 대해 지껄이고
하는 행태들을 보면,
양이 그들의 뱃속에서 많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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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19:56:28
0 0
김종우 (121.XXX.XXX.50)
정치인들, 말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탈 줄만 알지 할 줄은 잘 모릅니다.
달리다 떨어질 때도 있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지요. 옆에서 무슨 말을 해도 들으려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어찌 보면 미친 말들이지요. 그 말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가는 우리 국민이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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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15:25:16
0 0
꼰남 (220.XXX.XXX.208)
나 죽도록
사랑했건만,
죽지 않았네

내 사랑 고만큼
모자랐던 것이다

/ 박철(1960~ ) 님의 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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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09:42:02
0 0
ehlsehf (113.XXX.XXX.197)
무양에 대해 잘 배웠습니다.
그런데 무양의 정체를 알고보니,
문제는 정의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아니라,
여야 그것도 특히 집권당의 뱃속에 있는 벌레가 문제아닌가요?
순실씨, 병우씨, 백남기농민의 죽음이나...
충복 검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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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09:05:15
2 1
자작나무 (221.XXX.XXX.190)
<말한대로> 실현된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인간이 몇명이나 될까요?
아니면 지금보다 훨씬 이상적인
사회가 되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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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07:52:38
0 0
한 팡세 (115.XXX.XXX.103)
'교활'하다는 단어에 이처럼 엄청난 뜻이, '양'은 한 수 위라고 생각하니 문자의 세계는 무림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문림의 고수라 부르고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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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07:36:2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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