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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의 외교관
김영환 2016년 10월 25일 (화) 02:49:01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특전복을 입고 찍은 사진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그는 학생운동 후 강제징집되어 특전사의 특전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했습니다. 이것이 병역 면탈 논란을 일으키며 소송전도 마다않는 다른 대선주자와 그를 차별화하는 강력한 힘입니다. 그러나 그런 복색이 친북적 논란까지 덮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문 씨는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소송의 1심에서 명예훼손 인정과 3,000만원의 위자료 승소판결을 얼마전에 받았습니다.
 
최근 노무현 정권 하에서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과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송민순 씨는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에서 2007년 11월 참여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찬반을 놓고 북한에 물어본 뒤 그들의 희망대로 기권했다고 밝혀 격랑이 일고 있습니다. 여당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씨를 대북 굴종자로 비판하자 그는 해명 대신에 “군대도 제대로 안 갔다온 사람들이 걸핏하면 종북타령을 하고 있다”며 논지 이탈의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송 전 장관은 유엔인권위원회가 2003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이래 2006년 청와대 안보실장으로서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명분을 살리자는 지침 하에 표결에 찬성을 주도했다고 썼습니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음을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그의 회고록은 발췌로 읽어보았지만 6하원칙에 의해 치밀하게 기술했으며 우리나라 외교수장으로서 국가 현안에 대한 고민과 선택 과정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흔히 진솔하지 못하고 자화자찬에 미화하기 일쑤인 정치인들의 글과 달리 그는 전직 외교관으로서 말의 무게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가 던진 팩트에 기초한 의문은 오랜 기간 남아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송 전 장관의 북한인권결의안 지적이 아니더라도 그간 사상 최악의 북한 인권에 대해 눈감아 온 국회에도 비판의 여론은 높았습니다. 북한인권법은 11년간 잠자다가 작년 19대국회 말에 겨우 통과되었습니다. 송 씨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으며 우리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앞장설 것까지는 없지만 회원국들의 집단적 권고인 만큼 남북관계와 분리하여 이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썼습니다. 그는 북한의 인권 상태를 중시한다는 입장을 취해야 국제사회도 우리의 대북정책에 신뢰를 보이고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재정 통일부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안보실장의 입장은 달랐다는 것이죠. 백 실장은 육사 22기입니다. 북한 체제에 대한 내정간섭이 될 수 있고, 또 인권결의안으로 실제 북한 인권이 개선된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으며, 특히 어렵게 물꼬를 튼 남북관계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기권을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권 이후의 남북관계에 발전이 있었나요? 
 
문제의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을 몇 달 앞둔 10월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그 때 송민순 외교부장관은 인권결의안에 찬성을 주장했지만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고 송 장관은 답이 뻔할 텐데 뭘 물어보느냐고 맞섰다고 합니다. 결국 북한의 쪽지를 받고 노대통령의 결심으로 기권했다는 것인데요. 북한에게 물어보는 게 뭐가 나쁘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당은 북한인권 문제에 북한의 결재를 받은 것이냐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인권변호사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문씨의 입지를 흔들려 하고 있습니다. 
 
분단 대치상태인 나라에서 대북 정책의 전반적인 진상을 조사하는 것은 미래에 비슷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2000년 4억5천만 달러의 대북비밀송금을 포함해서 말이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인권과 사회적 약자 보호는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숭고한 가치"라며 “당시(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 정부는 찬성했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영환 사무총장은 진상 규명은 종북몰이나 색깔론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기야 당시 대통령까지 북한 핵은 일리가 있다고까지 명언할 정도였으니 인권결의안을 물어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았겠지요. 지금 우리가 그 핵의 포로가 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직후라서 기권이 필요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럼 바로 전 해의 북한 최초의 핵실험은 남북대화 분위기를 위해서였던가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10·4평양회담에서 북핵문제를 거론하라는 여론의 요구를 받았지만 북핵과 인권에 침묵했다고 여당은 비판합니다. 아예 송 전 장관이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대동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선이 14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회고록이 적시한 북한인권결의안에 북한의 의견을 묻어본 관련 당사자들에게 진상의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권주자의 안보관도 함께 검증되는 것이죠. “북한에 물어볼 것 없이 결의안에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테서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 라고 한탄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을 회고록에서 보면서 만약 우파 인사가 이런 책을 썼다면 훨씬 더 거센 후폭풍과 진위 논란에 휩싸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권력의 심부에 있던 핵심 장관의 회고록에 등장하는 내용을 기억이 안 난다고 회피할 수 없게 되었죠. 이병호 국정원장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며, 근거를 치밀하게 갖고 기술한 것이라고 본다.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국회정보위에서 밝히면서 쪽지의 존재 여부는 지금 말할 시점이 아니라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송 전 장관은 의미 있는 역사의 이면을 파헤쳐 국민 앞에 드러내 보여줬습니다. 패거리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는 사람들과 다른 용기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엘리트 외교관으로서 우국충정이 저술의 동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우국충정을 펼치려던 운동장은 더 위에 있는 왼쪽 골대에 공을 차 넣어야 하는 기울어진 언덕이었습니다. 그는 힘에 부치는 경기를 그것도 혼자서 벌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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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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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175.XXX.XXX.218)
자유칼럼크럽 필진의 글을 잘 읽어 보고 있습니다.저도 송민순 전 장관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그분의 충정에 제동을 거는 정치인들은 조금 색갈이 이상하다고 생각 됩니다.자주 답글을 드리지 못함은 저의 무지한 탓인줄 아시고 이해 바랍니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의 신념이 "오직예수!, 오직국가안보!"임은 변치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애국충정에 찬사를 보냅니다. 힘내시고 "정론 직필" 하실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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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22:33:02
1 5
김영환 (59.XXX.XXX.117)
고견을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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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00:36:57
0 5
큰사람 (1.XXX.XXX.254)
자기 글 반박하는 사람 댓글에는 반박 댓글도 달지 못하는 수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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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14:27:54
6 1
허만 (175.XXX.XXX.108)
김영환 씨,
잔잔하고도 격조 높은 귀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북 인권 문제는 우리가 잘 처리하고 북 동포의 아픔을 어루만저 준다면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동포의식이 자라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평화통일을 위한 큰 물주길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송민순 씨의 회고록은 잔잔하면서고 용기있는 지적을 했습니다. 우리가 북인권 문제에 눈을 감아 준다고 개선될 문제가 않입니다. 문재인과 김만복 씨는 통일이 북에게 굴복하면 찾아 올것으로 착각한 것 같아서 매우 씁쓸합니다. 부산대, 허만 명예교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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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22:26:09
3 7
자작나무 (221.XXX.XXX.190)
저는 회고록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송 전장관이 지작했듯이, 전체적인
문맥을 무시하고 <특정한 부문>만 확대하여
쟁점화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로 보입니다.
<굴복>이니, <내통>이니, <반역> 등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일로 보이는군요.누굴 역성들기
위한 것이 아님을 정중히 밝힙니다. 인권에는
타인의 명예에 대한 존중도 있어야 할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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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08:14:47
4 0
김영횐 (59.XXX.XXX.117)
허만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송민순 전 장관님은 정말로 용기있는 글을 쓰셨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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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00:39:02
1 5
큰사람 (1.XXX.XXX.254)
자유칼럼그룹에서 이런 글이 올라온다는게 정말 한심스럽네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왜 최순실 얘기는 안하지 참나...

주체사상탑에 가서 사인하고,
김정일이 신뢰할만한 지도자라고 리스펙트 한 거는 왜 뭐라고 안 할까???
팩트가 명백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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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13:31:46
9 1
ehlsehf (113.XXX.XXX.197)
첫째, 문재인씨에 대해 종북색칠하기는 부끄러운 행태입니다.
이 나라의 지도층이 종북 친북에 가까워질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정치가 포용하기는 커녕, 그 색깔의 혐의만으로도 타격을 주는 환경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졌던 사람들에게 빨간색칠은 조잡한 정치잡배의 행태입니다.
둘째, 송민순 전장관의 기록은 나름대로 정황을 크게 왜곡하지는 않아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씨가 부끄러워해야할 것은, 당시 유엔결의안에 찬성/기권의 선택이 무엇이었든지, 정책적 결정을 회의를 통해 합의로 이끌지못하고, 북한에 문의 또는 양해의 과정을 거친다음에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결정을 우리가 내리고서, 북한과의 관계를 해치지않기 위해 사전통보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어가 문제겠습니까?
국정 핵심에 있는 자로서의 자질이 심히 의심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문재인씨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해 리더쉽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는 이미 최근 두차례의 임기동안 극심한 폐해를 겪고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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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09:51:09
8 1
곡학비판 (59.XXX.XXX.178)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말미에 이런 문구가 있는것이다행입니다. 이렇게 비과학적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거기에다 살을 붙이는게 인문학하는 사람들의 맹점입니다. 내부의 문제가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고, 송민순의 육하원칙이라는것도 아직 사실여부가 불분명합니다. 누구든지 육하원칙에 의해 글을쓰면 진실입니까? 좀더 시간을 두고 반반 신뢰하면서 살펴보아야 할때가 아닙니까?
국가대사가 흑백논리로 단판에 결정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전후 국제정세를 파악하고 판단하는데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을 듯 합니다. 좀더 냉정하게 판을 바라다 보아야 할 때입니다.느닷없는 북한이야기는 새누리당의 조급함이고, 박근혜대통령의 비위맞추기라는 생각입니다. 그끝이 얼마나 갈지...한심하고 수준낮은 국회의원들 아닙니까?
** 레임덕의 신호가 이렇게 다가오고 있는 때에, 사회를 이끄는 정신적 지주인 학자들은 좀 더 [냉정하고] [공정하고] [거시적인 판단]으로 세상을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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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09:28:03
8 1
자작나무 (221.XXX.XXX.190)
깐깐한 칼럼, 잘 읽었습니다.
세상은 자기가 낀 안경색깔대로
보게 마련이지요. 그것을 누가
탓할 수 있겠습니까?
(지나가는 말이지만, 얼핏 애국심은 악한들의
마지막 도피처라는 말이 생각나는 군요.
덜 배운 사람들도 애국심은 가지고 있지만, 이를
표현할 방법과 기회를 갖고 있지
못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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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08:29:05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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