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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가요콩쿨대회
한만수 2016년 10월 31일 (월) 02:17:30

예전에는 ‘가요콩쿨대회’라는 것이 많았습니다. 원래는 '가요 콩쿠르(concours)대회'라고 해야 하는데 일본식 발음으로  ‘가요콩쿨대회’ 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가요콩쿠르대회’는 요즘처럼 무슨 기관이나, 자치단체에서 주최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네의 청년들이나, 70년대에 동네마다 결성이 되어 있던 4H클럽 같은 단체에서 주최를 했습니다.
 
해가 넘어갈 즈음이면 장터나 동네 느티나무에 설치한 앰프에서 경쾌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 소리에 어르신들은 가마니를 둘둘 말아 옆구리에 끼고 나오시거나, 돗자리나 멍석 같은 것을 들고 나오셔서 일찌감치 자리를 맡아 놉니다.
 
가요콩쿠르대회에서 대상에 뽑히면 농업용 분무기를 상품으로 주거나, 보온물통, 커다란 양은 솥 따위를 준다고 홍보를 합니다. 대상을 못 타도 냄비나, 삽이나 곡괭이, 심지어 낫까지 경품으로 내겁니다.
 
가요콩쿠르대회에 참여를 하려면 반드시 참가비를 내야 합니다. 주최 측은 그 참가비로 상품을 구입하거나, 악단원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합니다.
 
해가 지고 캄캄해지면 멀리서는 10리 밖에서, 가깝게는 동네사람들이 공터에 모여서 침을 삼키며 무대를 지켜봅니다.
 
무대에는 빨갛고 파랗거나 노란 색전등이 크리스마스 때 교회 문 앞처럼 길게 걸려 있습니다. 바람이 불때 마다 천막이 요동을 치면 주최 측에서는 어둠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천막에 새끼줄을 엮거나, 천막을 팽팽하게 잡아 당겨 무거운 돌로 눌러 놓으며 발 빠르게 정비를 하기도 합니다.
 
동네에서 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청년이 무대에 나와서 지금부터 가요 콩쿠르대회를 시작한다고 알리면 구경꾼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합니다. 출연자들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는데도 미리부터 벙긋벙긋 웃으며 마른침을 삼킵니다.
 
저 같은 고등학생 들은 돈이 없어서 정식으로 출연을 못합니다. 그 대신 ‘찬조출연’을 신청하면 그냥 노래만 부를 수 있습니다. 이른바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서 출연을 시키는 겁니다.
 
친구들에게 우리 한번 올라가서 흔들자고 꾑니다. 부끄러움을 타는 친구도 있지만 대여섯 명이 떼로 올라가서 춤을 추면서 신나는 노래를 부르면 관중은 일체가 되어서 손뼉을 쳐줍니다.
 
이튿날이면 동네 어른들이나, 동생뻘 되는 학생들이 인사를 합니다. 심지어는 학교 선생님도 “너 어제 콩쿠르대회 나왔었지?” 라고 즐거워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십니다.
 
출연자는 다양합니다. 평소에는 수줍음을 많이 타서 금방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던 영섭이 누나가 ‘창부타령’을 멋들어지게 불러댑니다. 환갑 지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올라와서 ‘신라의 달밤’을 부르기도 합니다.
 
관중들은 공짜로 구경을 하는 대신 손뼉에는 인색하지 않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고를 떠나서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을 쳐 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우리 오빠다. 우리 동네에 사는 누구다, 저 애는 누구 동생이라며, 아는 사람들이 나올 때마다 자기 일처럼 자랑을 합니다.
 
라디오가 흔해지고, 텔레비전에서 정기적으로 가요프로가 방영이 되면서 ‘가요콩쿠르대회’는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가요콩쿠르대회에서는 노래를 잘부르든 못부르든 아낌없이 손뼉을 쳐주었지만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가수들에게는 그 법칙이 적용이 안 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가수가 나오면 손뼉은커녕 채널을 돌려버립니다.
 
요즈음 젊은 층들은 채널을 돌려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SNS를 통해 가수에게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상처를 주는 글을 올려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방송에서는 한 수 더 떠서 가수들끼리 경쟁을 시킵니다.
 
직업이 가수면 나름대로는 노래를 잘 부른다고 자부를 합니다. 가수들끼리 경쟁을 하는 것을 본 시청자들은 은연중에 우열을 가리게 됩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1등만 살수 있다고 세뇌교육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보다 더 의심스러운 것은 모든 방송국에서 청소년들이 시청하는 시간 내에 경쟁적으로 노래자랑 프로는 내미는 것은,  1등 앞에서는 무조건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식민사관을 은연중에 심어 주고 있는지 아닌지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듭니다. 
 
세상에는 1등보다 1등이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섯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국노래자랑은 5살 먹은 아이부터 80노인까지 나와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며 박수를 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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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121.XXX.XXX.50)
맞습니다. 요즘은 무엇이든 경쟁입니다. 그래서 사회는 더 살벌해지는 듯합니다. 한 마디로 흥미를 죽이고 살맛을 파먹습니다. 왜 이 모양으로 되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잘하든 좀 모자라든 함께 즐거워하는 문화가 그립습니다. 나만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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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12: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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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팡세 (118.XXX.XXX.250)
그렇습니다. 풀이 있어야 나무가 자라는 법입니다. 개구리가 없으면 황새가 사라진다는 지극히 간단한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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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1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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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채 (220.XXX.XXX.164)
한선생님!

1등 아닌 사람도 인간입니다. 속 시원한 글입니다. 너무 그리운 그 시절입니다. 이젠 같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입니다.학력과 재력이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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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1 15: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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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팡세 (118.XXX.XXX.250)
저하고 생각이 같으시네요. 1등하고 꼴지하고 손잡고 다니던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기억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이런 걸 낭만이라고 하지만 저는 사람인 자라고 생각합니다. 소박한 글에 동감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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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1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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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23.XXX.XXX.92)
오늘도 여기는 한가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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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1 1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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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팡세 (118.XXX.XXX.250)
읽어 주시어 감사합니다. 땅이 있어야 하늘이 있는 것처럼, 현실이 얼마나 급박하게 흘러가는지 일선에서 뛰는 분들이 있고,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제 작은 소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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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13: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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