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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분쟁, 남 일 아니다
고영회 2016년 11월 04일 (금) 02:17:14

귀농에 관심 있는 사람을 자주 봅니다. 퇴직한 뒤 복잡한 도시에서 살기보다 시골에 가서 좀 더 자연에 가까이 살려는 바람이겠지요. 경치 좋고 공기 좋다는 제주도로 간 분도 간혹 만납니다. 외지에 가 살려면 집을 지어야 하는데, 이 집짓기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자칫 깜빡하면 예상하지 못한 분쟁에 휘말리고, 분쟁에 휩싸이면 헤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법원 감정인. 민사조정과 형사조정위원, 상사중재원 중재위원으로 움직이다 보면 건설 분쟁에 휘말린 사람을 많이 봅니다. 숫자도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누가 건축 전문가냐는 물음에 ‘강남 아줌마다’라는 우스개도 있었습니다. 복부인이 활약하던 시절의 세태를 비꼰 우스개였죠. 복부인이 아무리 집짓기를 잘 안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집주인이 건설업체와 공사 계약을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분쟁이 생기고 말고 합니다. 집짓기, 알고 대비하면 피할 수 있습니다.
 
<설계와 공사 계약할 때>
자기가 살 집을 설계할 때 참 설렙니다. 공간을 어떻게 나누고 나는 어느 방을 쓸지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건축사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건축사는 집을 설계하는 전문가입니다. 집을 지으려면 설계도는 꼭 있어야 합니다. 건축사를 만나지 않고, 이른바 집장사로 불리는 건축업자를 먼저 만나 ‘평당 얼마’하는 계약을 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설계부터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규모, 공간 계획, 사용 자재 품질, 공사 범위가 결정됩니다. 대개 분쟁이 생기는 씨앗은 ‘평당 몇 만 원’에서 시작됩니다. 품질 수준을 정하지 않고 계약했다면 건축주는 계약가보다 더 좋은 품질을, 건설업체는 더 낮은 품질을 고집할 것이고, 그 차이는 다툼으로 연결됩니다. 설계에서 자재와 공사의 품질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당 공사비가 싸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것이 싸움을 불러오는 불행한 씨앗입니다. 설계도와 사용 자재 품질을 먼저 정하고 계약해야 합니다.
 
<공사할 때>
공사할 때 집주인은 내 집을 어떻게 짓나 싶어 궁금합니다. 혹시 나를 속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겨 틈나는 대로 공사장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이는 공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공사 도중에 간섭으로 공사에 방해를 받으면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현장은 정해진 시기와 정한 공정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계약에서 품질을 정해 둔 자재는 반입하기 전에 승인하면 됩니다. 설계와 계약에서 품질 기준을 잘 정해야 합니다. 공사 중간에 품질 기준에 다툼이 생기면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건물을 인수하기 전에 계약에서 정한 품질로 공사됐는지 확인합니다. 잘못된 곳(하자)이 있을 때에는 고쳐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자보수를 보증하기 위해 공사비 잔금 일부를 잡고 있습니다. 보통은 하자보수이행보증서로 대체합니다. 하자가 생겼는데도 보수하지 않는다면 공사비 잔금으로 보수하거나, 이행증서가 있을 때에는 보증회사에 보수비를 청구하여 처리합니다. 이때 하자인지 아닌지 입증할 수 있게 하자발생 상태를 잘 기록해 둬야 합니다.
 
건축물에는 여러 분야(설계 건축 토목 기계설비 전기설비 소방설비 조경)가 관련돼 있습니다. 건축물은 종합예술이라 부릅니다. 복부인이 건축전문가가 될 수 없습니다. 설계에서 시공 후 건물인수에 이르기까지 건축을 모르는 사람이 집을 지으면 낭패 보기 쉽습니다. 다툼이 생기면 소송으로 발전하는데, 소송이 걸렸을 때 고통은 이루 말하기 어렵습니다. 돈 고생, 마음 고생, 시간 낭비에 좋은 관계도 원수로 변합니다.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집주인을 위하여 움직일 수 있는 기술자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때때로 도움을 받는 것이어서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주변에도 건설기술자가 많이 있을 겁니다. 전문분야의 일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결정하십시오. 분쟁의 고통에 빠지지 않는 길입니다. 건설 분쟁, 결코 남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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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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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119.XXX.XXX.232)
참으로 합리적인 말씀입니다.
? 같이 무당에게 물어서는 안되지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는 합리적인 전문가들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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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6 11:50:24
0 0
꼰남 (220.XXX.XXX.208)
전문가가 왜 전문가이겠습니까!
맞습니다.
수수료 아까워 피할 일이 아니지요.
공사 전후로 나누어 순서대로
알기 쉽게 설명 잘 해주셨습니다.
답변달기
2016-11-04 09:41:43
0 0
고영회 (119.XXX.XXX.232)
ㅎㅎ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6-11-04 14:45:34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전문가의 조언>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족:전원생활이 <보이는 것>만큼,
낭만적이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 할줄 압니다. 모두 나이
들기 마련이기 때문이지요.
답변달기
2016-11-04 07:32:40
0 0
고영회 (119.XXX.XXX.232)
네.
저도 전원생활은 정말 적성에 맞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집지었다가 애물단지되기 똑 좋죠.
의견,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6-11-04 14:45:0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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