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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대통령 됐나
김홍묵 2016년 11월 15일 (화) 00:07:53

나합(羅閤)이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나주 출신 기생으로 조선 후기 안동김문 세가의 우두머리 김좌근(金左根 1797~1869)의 첩이었습니다. 지략과 술수가 많은 데다 인사성도 빨라 그 독(毒)에 빠져든 김좌근은 이 여인과 함께 국정을 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손에서 수령(首領 : 한 당파나 무리의 우두머리)과 방백(方伯 : 관찰사, 요즘의 도지사)들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황현의 <매천야록> 수록)
 
암군으로 꼽히는 순조 헌종 철종 3대에 걸쳐 6조 판서를 섭렵하고 영의정을 세 차례나 지낸 김좌근을 손아귀에 넣을 만큼 절대권력을 휘두른 요망한 여인은 남편 몰래 빈객들과 간통을 했습니다. 파락호 시절 흥선군 이하응(李昰應)조차 김좌근의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옆에 있는 첩에게 큰절을 올렸다고 합니다. 아첨배들은 이 여인을 삼정승에게나 붙이는 존칭인 합하(閤下 : 나주 출신 합하를 줄여 나합으로 부름)라고 불렀고, 뒷전에선 ‘나주 조개’라고 비아냥대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나합은 당대 최고 권력자의 위세를 업고 매관매직 등 국정농단으로 엄청난 돈을 긁어모은 탓에 평판은 나빴지만 나주 사람들에겐 구세주였습니다. 전국이 혹독한 세금과 기근으로 허덕일 때 나합이 김좌근을 구슬려 나주 지방에 구휼미(救恤米)를 풀었기 때문입니다. 나주 사람들은 관아 터에 김좌근을 칭송하는 공덕비(영의정김공좌근 영세불망비)를 세웠습니다. 과거 공덕비 건립을 금하도록 왕에게 건의까지 했던 자신의 공덕비입니다.
 
왕이 어리거나 무능하면 권력과 돈을 거머쥐려고 설치는 자들이 측근에 들끓게 마련입니다.
삼정이 문란했던 그 시절 탐관오리들은 군역을 내지 못해 도망친 사람의 군포를 이웃에게 부과하는 인족침징(隣族侵徵), 젖먹이 어린애까지 군적에 올려 세금을 내게 하는 황구첨정(黃口簽丁), 죽은 사람을 군적에 올려놓고 세금을 받아내는 백골징포(白骨徵布) 등으로 잇속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무지렁이 백성들은 고향을 떠나 유랑하거나 도둑이 되었습니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요. 기녀의 신분에서 합하로 소쿠리비행기를 타던 나합도 1863년 고종의 등극과 이하응의 대원군 집정으로 몰락한 김좌근과 함께 날개를 접어야 했습니다. 고종의 섭정이 된 신정왕후 조대비는 나합에게 닷새 안에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명령했습니다. 그 틈에 대원군은 조대비의 명령을 철회하도록 해 주겠다며 고종의 결혼 비용으로 10만 냥, 경복궁 중건비로 10만 냥씩의 거액을 뜯어 갔다고 합니다.
 
몰락한 왕족으로 ‘상갓집 개’ 취급을 당하며 건달 생활을 하던 이하응이 어느 날 술집에서 한 무관에게 뺨을 얻어맞은 일이 있었습니다. 기생 춘홍(春紅)의 집에서 추태를 부리다 옆자리의 금군별장(禁軍別將) 이장렴(李章濂)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이하응이 “그래도 내가 왕족인데 일개 무관이 무례하다”며 화를 냈습니다. 이장렴은 그의 뺨을 후려치면서 “왕실의 종친이면 체통을 지켜야지 외상술이나 마시며 왕실을 더럽혀야 되겠소?”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뺨을 맞고도 할 말이 없어진 이하응은 하릴없이 술집을 떠났습니다.
 
뒷날 섭정이 된 대원군이 이장렴을 운현궁으로 불렀습니다.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유언장까지 써 놓고 간 그에게 대원군이 “자네는 이 자리에서도 내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장렴은 ”대감께서 그때와 같은 행동을 하신다면 이 장렴의 손을 장렴의 마음이 누르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대원군은 ”오늘 좋은 인재를 한 사람 얻었다“고 무릎을 치면서 장렴에게 극진히 술대접을 했습니다.
 
이장렴이 돌아갈 때 대원군은 하인들에게 “금위대장(禁衛大將)이 나가시니 앞을 물리고 중문으로 모셔라”고 일렀습니다. 한양을 지키는 금위영의 수장 자리를 즉석에서 구두 임명한 것입니다. 금위대장은 무반으로는 가장 높은 지위인 종2품으로 오늘날 수도방위사령관 급입니다. 잘못을 빌고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대신 의기와 지조를 지킨 덕분에 장렴은 목숨도 건지고 무장의 최고 지위에 올랐습니다.
 
한 세기 반 전에 이 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왕은 우매한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고, 국권은 외척 세도가와 기생첩이 주무르고, 관료는 가렴주구(苛斂誅求)에 핏발을 세우고, 법은 힘 있는 자들이 만들고, 사리를 탐하는 자들은 명철보신(明哲保身)을 위해 아부와 상납을 일삼고, 이해관계가 돈독한 자에게만 특혜를 주거나 구휼하고, 힘없는 우맹(愚氓)은 도탄에 빠졌습니다. 그로부터 반 세기도 안 돼 나라는 절멸(絶滅)의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온 국민이 패닉 상태가 된 요즘 상황은 그때와 흡사합니다.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민망하고 참담하여 넋을 잃고 할 말을 잊을 정도입니다. 나라가 난리 굿판이 되었습니다. 도둑이 들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고, ‘최합(崔閤)’의 비리를 고발한 측근이 있었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고, 방탕한 왕족의 뺨을 갈긴 의기 있는 장수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오로지 정권쟁탈을 위한 무한투쟁만이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고사가 도움이 될까요?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곽(郭)나라를 정벌한 뒤 그 나라 원로들에게 “곽은 왜 망했소?”하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임금은 선을 선이라 하고, 악을 악이라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현군인데 어떻게 나라가 망하기에 이르렀소?” 환공이 되묻자 원로들은 “곽 왕은 선을 선이라 했지만 활용하지 못했고, 악을 악이라 했으나 제거하지 못해 나라를 망하게 했습니다”고 답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답과 결단도 여기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박 대통령은 참으로 불행한 사람입니다. 부모는 총 맞고, 자신은 칼 맞고, 동생은 ‘뽕’ 맞고…. 그 참담함에 대통령이 되어서도 일가붙이를 범접조차 못하게 하고, 입안의 혀처럼 노는 수족 외에는 대면조차 외면했습니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결벽증 때문에 오히려 스벵갈리(svengali : 사악한 의도로 남을 지배하려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나라를 파탄지경으로 몰아가고 말았습니다.
 
지금이 하산할 때입니다. 마지막(?) 국회 국정연설에서 23번이나 언급했던 ‘국민’이 등을 돌렸습니다. 광화문 일대에 몰려든 100만에 이른 촛불 행렬은 과거의 ‘민란’으로 보아도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한탄을 두 번 다시 읊을 계제도 아닙니다. 다만 ‘선진화된 국회’의 도움을 이끌어 나라 장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지도자를 간택(簡擇)할 수 있다면 국민 불안과 허탈감도 잦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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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권 (58.XXX.XXX.64)
박근혜 대통령을 위 내용의 나합이라는 여인과 비교하는 자체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박대통령은 진정으로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융성을 위하여
지난 4년 크게 애쓰셨다는 것을 많은 국민이 진정으로 알고있습니다.
역대 정권이 못한 공무원연금 개혁도 이루어냈고
북한의 핵무기에 맞서 당당히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노동계 개혁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대응하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냉정을 찾아야 할때입니다.
함부로 대통령 하야니 2선퇴진이니 외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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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6 23:22:20
0 9
청유 (211.XXX.XXX.80)
아무 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사람......
심지어 아무 것도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
자기 생각이 없는 꼭두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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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2 15:30:23
5 0
이필원 (59.XXX.XXX.167)
공감합니다.

회개운동을 벌려야 할 듯합니다( 혹은 자기성찰)
-현 대통령을 왜 선택했나,-전 투표장가기직전까지 고민하고 ,차선이다는 생각으로 )
- 부친에대한 향수 즉 기득권지키기위해 많이 투표하지 않았을까 돌아봄 스스로에게 속은 것/혹은 자기합리화한것이지요. 아니 보수가 아니라 수구(기득권지키기) 위해

부디 부친얼굴에 먹칠하지 않게 향후 처신해수길 기도하고자 합니다- 내년에 100주년 탄생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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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6 15:04:26
5 1
자작나무 (221.XXX.XXX.190)
최고 권력자로부터 <감투>에 눈 먼 자들에 이르기 까지
모두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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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6 08:14:02
2 0
박인숙 (218.XXX.XXX.119)
맞는 말씀 입니다.
이 글을 읽으니 고전에서 배우는 현대인의 지혜가 생각이 납니다.
이 현 시국은 하도 희귀한 사건이라 아마 한 10년뒤에는 영화나 드라마로 방영이 될것도 같습니다. 후세의 우리 2세들은 어리석은 박공주라는 여인이 아버지의 옛 후광으로 대통령까지되어 사리사욕에 눈먼 간교한 지인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망쳐 먹었다. 이리 적겠지요. 본인이 사태파악을하고 결단을 내려야하는데~ 어리석은 권력욕에 하야하지 않을것 같으니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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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5 10:17:51
9 2
ㅋㅋㅋ (218.XXX.XXX.194)
여전히 박근해를 잘 모르시네
박근해에겐 어리석은 건 맞지만 권력욕은 없어요
박근해는 그냥 순수한 어린이 그 자체예요 백치 바보죠 한마디로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해왔던 겁니다
박근해가 저지른 그 모든 "국정농단"에 대해
박근해는 스스로 아무런 사심도 없고 욕심도 없기 때문에
본인은 대단히 억울해하고 왜 사람들이 이러는지 이해도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눈물이 나는 거지 회한이 들어서 눈물을 흘린 게 아닌 거죠 ㅋㅋㅋ
즉슨
박근해가 국정농단에 의해 사퇴하는 건
누군가 시켜야 사퇴하는 거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정치적 책임 그런 걸 느끼지도 않고
따라서 정치적 결단 그런 것도 결코 없을 겁니다
오직 남는 건
저 똘아이 미친년을 찍은 니들의 수치스러움과
찍지도 않았는데 괴로움을 함께 당해야 하는 우리의 분노 & 무기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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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5 13:32:39
3 2
노객 (210.XXX.XXX.82)
노객 (210.XXX.XXX.82)
ㅋㅋㅋ,
무례하기 짝이 없는 자로군.
부끄러움도 모르고 뭇 독자들이 보는 글에 이따위 언사를 행하다니!
누굴 탓하고 비난할 자격이나 있는가,
그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오!
혹시 그대 피 속에 부정한 기운이 흐르는 건 아닌지?
언씬대지 말고 더러운 입 다물고 썩 꺼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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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6 15:19:10
2 2
김종우 (121.XXX.XXX.50)
안타까운 일이지요. 개인의 운명이라고 한다면 가엾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태는 벌어졌고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마지막 명예회복의 길을 찾기를 바랍니다.
감정에 휘말려서도 안 되고 보다 이성적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국민 모두가 시원하게 동의하면서 마지막 동정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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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5 09:50:43
0 0
꼰남 (220.XXX.XXX.208)
이미 소를 잃지만
그래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지 읺을까요.
다시 소를 기르지 않을 수 없는 바에는...
답변달기
2016-11-15 09:49:46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