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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중고 오리엔트 시계
한만수 2017년 01월 10일 (화) 00:15:46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입니다. 아버지께서 중고 오리엔트시계를 사오셨습니다. 한 살 위인 형하고 나는 상상하지도 못한 선물에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산골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던 그 시절, 손목시계를 찬 학생은 한두 명에 불과했었기에 너무 좋아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릴 정도였습니다.

형하고 나는 손목시계를 자랑하고 싶어서 일부러 밖에 나갔습니다. 3월이면 쌀쌀한 날씨입니다. 손목시계가 잘 보이도록 소매를 걷고 괜히 장터를 걸어다녔습니다. 손목시계를 본 또래들이 몰려와서 한 번만 자기 손목에 차 보겠다며 앞을 다투어 부탁을 했습니다.

손목시계를 한 번 차 봤다고 해서 고장이 나거나 흠집이 날 리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행여 흠집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친구 손으로 옮겨지는 손목시계에서 시선을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 손목시계를 차고 잠을 자야 하느냐, 머리맡에 두고 자야 하느냐로 고민을 했습니다. 손목에 차고 자다가 잠결에 방바닥에라도 내치면 유리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눈을 감으니까 찰칵찰칵 시계 초침이 가는 소리가 너무 정겨워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집안 살림이 자식들에게 손목시계를 사줄 만큼 넉넉하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중고 시계지만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30원 하던 시절에, 가족이 두 달 정도 먹고살 만한 돈을 주고 구입한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당신의 자식 형제가 중학생이 됐다는 점에 굉장한 자긍심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학생들의 삼분의 일 정도가 손목시계를 차고 다녔습니다. 학교가 산골에 있는 탓에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거의 손목시계를 찼습니다. 손목시계의 가치는 그만큼 하락이 됐고, 중고 오리엔트시계는 더 이상 소중한 애장품이 되지 못했습니다.

방수가 되지 않아서 아침에 세수를 할 때 벗어 두었다가 그냥 학교 가는 날도 드물지 않았고, 친구 집에 벗어 놓고 그냥 와서, 그 다음 날 돌려받기도 했습니다.

손목시계는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여전히 유용한 물건이었습니다. 손목시계가 있어서 약속 시간에 늦어 본 적이 없고, 읍내라도 나가서 걸어가면 지금 몇 시나 됐냐고 시간을 물어 보는 노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시간을 알려주면 괜히 어깨가 뿌듯해지곤 했습니다.

요즘에는 1,000원 상점인 다이소에 가면 자장면가격하고 같은 시계도 팝니다. 중국산이기는 하지만 방수기능도 있어서 예전의 오리엔트 손목시계 보다 훨씬 기능이 좋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시절하고 같은 점이 있다면 요즈음도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괜찮은 명품 시계의 가격은 백만 원을 쉽게 넘습니다. 재산 증식용이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손목시계는 파텍 필립 Ref.1518 이란 시계입니다. 이 시계는 지난해 11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필립스 경매에서 약 130억 원에 낙찰이 됐다고 합니다.

손목시계의 순기능도 변했습니다. 시간을 확인하는 기능을 벗어나서 부의 상징으로 변해버리면서, 손목시계를 차는 층과 차지 않는 층의 생활패턴이 확연하게 구분이 되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시간의 어원으로는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가 있습니다. 크로노스의 시간 개념은 1초, 30초, 한 달처럼 우리가 말하는 물리적 시간을 뜻합니다. 카이로스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을 말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의 시간은 여유롭게 흘러갈 것이고, 시간에 쫓기며 사는 사람의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갈 것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은 낭만을 모른다는 말과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모바일 리서치 케이서베이에서 조사한 결과 20대가 10~60대 중 가장 행복감이 낮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행복감이 낮은 것에 대해 몇몇 응답자들에게 이유를 묻자, 진로 선택과 취업난과  스펙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방황하는 20대가 늘어가고 20대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당장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졸업 후 앞날을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최근 출판계 동향이 증명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20대 자기 계발서가 많이 나왔던 반면 현재는 20대를 위한 심리학 서적이 많이 발간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의 20대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꿈이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 대표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예로 들지 않아도, 이 땅의 성공한 분들은 대부분 꿈을 잃지 않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분들입니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국가 9급 공무원 시험은 지난해 54대 1을 기록했습니다. 언론에서는 한 술 더 떠서 2배 연봉을 포기하고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시급 6,030원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선호하지만, 정규직 중소기업체는 바라보지도 않는 20대들이 많습니다.

중고 오리엔트시계를 선물 받고 설렘을 주체할 수 없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절의 20대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직업이 다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일이든 열심히 일을 해야 먹고 살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시절 중고 오리엔트 시계도 밥만 주면 명품시계처럼 시간은 정확하게 알려줬습니다. 명품시계만 시계고, 싸구려 시계는 시계가 아니라는 관념을 털어내지 못하는 이상,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은 요원하기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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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현 (112.XXX.XXX.204)
작가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헝그리 정신없이 어떤것을 이룰수 있을까요? 하지만, 한가지 작가님이 손목시계없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었듯이... 요즘 아이들의 가치 판단기준또한 주변의 영향을 받습니다.
마음을 살찌우는 법, 목마른 듯한 눈빛들 언제부턴가 이런말들이 없어진것은 물론 젊은이들이 스스로 만든 잘못이지만, 사회의 역할이 아쉽습니다.

근본없는 암기식 그리고 선행학습의 교육방식, 일제의 잔재, 부패하고 병든 사회가 이들에게 돈이 전부인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나서서 바꿔줘야합니다. 다른 나라 젊은이들처럼 건강한 마음을 갖도록, 희망은 돈에서 오는게 아닙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일으켜세우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 서로 배려하고, 베풀고, 이끌어주는 사회를 만들어주는데 저부터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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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0 22:29:05
0 0
한 팡세 (118.XXX.XXX.250)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사회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신문에 재벌기업이 600조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하더군ㅇ요. 온갖 특혜는 다 받으면서 사회적 공헌은 외면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줘야 할 곳에만 돈을 주면 된다는 부폐가 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치인들은 더 큰 문제겠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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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07:16:03
0 1
김종우 (121.XXX.XXX.50)
예, 명품시계도 하루 24시간만 가고 싸구려 시계도 하루 24시간을 갑니다.
문제는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는 것이지 시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간이 아니라 시계에 매달려 살고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고 살면 좋겠습니다.

물론 대접하는 사회가 미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노력하면 그 대가가 생기는 사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낙심할 수도 있지요. 중소기업 사원이 되느니 시급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명하겠다는 자세에서 벗어나면 좋겠습니다. 꿈을 가지고 발버둥 치는 사람에게는 그래도 기회가 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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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0 10:41:16
0 0
한 팡세 (118.XXX.XXX.250)
명품시계와 싸구려 시계를 구분해 주는 사회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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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07:17:05
0 1
20대들 (223.XXX.XXX.71)
당시의 20대와 지금의 20대
그들의 현실이 서로 다른 이유가 오직 20대들 때문일까
50, 60, 70년대 그때는
지금처럼 기득권 잡고 놓지 않고 청년들 목을 죄는
노인네들이 숫자가 많지 않았나보지
박정히도 40에 정권을 잡았고 김대중 김영삼도 다 40대였고
이병철도 정주영도 구인회 허창수도 모두 젊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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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0 08: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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