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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퇴와 관료의 한계
임종건 2017년 02월 03일 (금) 00:08:07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대권 레이스에서 갑작스레 중도하차를 선언했습니다. 그가 대선행보를 취해오긴 했으나 공식 출마를 선언한 적은 없습니다. 이 정당 저 정당을 기웃거리며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다 그만둔 것이므로 사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이날 사퇴발표 기자회견에서 그는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를 받았으며,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됐다”고 했습니다. 참모들에게는 “정치참여는 가장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사실 반 전총장이 대권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 1월12일 귀국한 후 20여 일에 불과합니다. 그가 대권후보로 국내 언론에서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의 두 번째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이었으므로 2년이 넘었습니다. 그무렵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유엔사무총장의 임무에 충실할 뿐이라며 국내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오다가,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첫 번째 행사로 언론인 단체인 관훈클럽 임원들과 제주도에서 간담회를 가지면서 대권도전 의지를  좀 더 명확히 했습니다.

그 때 그는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대한민국 시민이 되는 내년에 할 일을 고민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2017년 실시되는 한국 대선 출마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면서 국내 언론들에 대서특필됐습니다.

작년 말 뉴욕에서 한국기자들과의 사무총장 이임회견과 인천공항에서의 귀국회견에서 “조국의 발전을 위해 제 한 몸 불사르겠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하겠다”는 발언은 작년 5월의 “할 일을 고민하겠다”는 발언에서 조금 나아간 것처럼 들렸습니다.

관훈클럽은 귀국 후 대선행보를 시작한 반기문 전 총장을 지난달 25일 관훈토론회에 다시 초청했습니다. 자신의 대선행보와 관련해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의지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언론도 토론회에 지대한 관심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고, 모든 정치세력들을 상대로 세확장을 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마방식에 대해선 창당, 기존 정당 입당, 제3지대에서의 ‘빅텐트’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대권도전을 최종 결심한 것은 작년 말이었다며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처지임을 되풀이 강조했습니다. 국내 사정을 파악한 후 출마를 선언하겠다는 신중함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내공을 갖춘 준비된 후보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퇴를 정치권과 언론의 비협조 탓으로 돌렸으나 자신의 준비부족 탓도 커 보입니다. 그가 내세운 ‘정치교체’ 선언은 언뜻 신선하게 들렸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교체한다는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으면 그것은 실체가 모호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합니다.

창당 입당 빅텐트 세 가지 방법 중에서 쉬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방법론을 귀국 후에 찾으려 했다면 정치를 너무 안이하게 여긴 것입니다. 적극적인 도전의지를 밝힌 작년 5월부터 준비를 해서 귀국 즉시 가동시켰다 해도 빠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탄핵정국으로 자신의 원래 구상이 헝클어진 면도 있었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분열로 갈 곳을 잃었다면 창당에 나섰어야 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깃발이 없이 남의 집을 기웃거리다가는 모두에게 외면당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측대로 된 것입니다.

그의 사퇴의 변 가운데 ‘보수의 소모품이 될 수는 없다“ ”보수만을 위해 일할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대통합의 지도자가 되겠다며 ’진보적 보수‘를 자처했습니다.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그것이 가능한 구상인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하고 어떻게 가능한지를 말했어야 합니다. 팽목항 방문이 그것을 위한 행보였는지는 몰라도 그것은 진보 보수 모두로부터 외면을 당했을 뿐입니다.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나는 제도입니다. 진보가 야당 후보에게 선점됐고 보수가 완전 망가진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보수의 개혁과 보수(補修)’여야 했을 것입니다. 대안도 없는 대권도전은 꽃가마나 타야 가능할 뿐입니다.

유엔사무총장 10년의 경험이 국익에 기여가 되는 길은 대통령이 아니라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가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겠다는 결정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원로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을 원로로 남기를 바랍니다.

반기문 전 총장의 중도 사퇴는 관료의 정치가 변신의 한계를 보여준 또 하나의 예입니다. 여권에선 반 총장의 빈자리를 메울 사람으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황 대행 본인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신중히 생각할 문제라고 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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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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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45.XXX.XXX.78)
저는 오래전부터 위인같은 반씨가 이나라 통치자가 되었으면 하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위사람들에게 말했었습니다. 충청도 사람도 한번 집권해야지 하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접은 것은, 반씨가 아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자에게 지나친 아첨행각을 하는 것을 보고서 였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런다고 열거도 하기싫은 그렇게 줏대없고 소신없는 면모를 보여서야 되겠는가 하고 한심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자기가 몸담아서 입신양명하려던 배가 파선했으면 반성하고 그 배와 운명을 같이 해야지 노추의 망상에 집착해서 잔머리를 굴리는 행적은 보기에 안타까웠습니다. 자칫 아첨배에 지나지 않는 인간성을 가졌다는 평가절하가 더욱 굳어지기 전에 반성하고 여생이나마 개인 인간생활이나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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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4 00:42:51
1 0
김종우 (121.XXX.XXX.50)
아무튼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온 세계를 아우르는 유엔 사무총장을 맡았던 분입니다. 그것만으로 존경을 받을 만합니다. 괜스레 정치판에 뛰어들어 흙탕물에 뒤범벅되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이만치서 물러서심에 졸인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맞습니다. 애국이 꼭 대통령만 하는 일입니까? 길은 얼마든지 있겠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옷을 입고 본인에게 맞는 분야에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애국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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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10:33:37
5 0
촉촉한가슴 (223.XXX.XXX.137)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제시에 글
잔잔히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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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10:18:02
1 0
자작나무 (221.XXX.XXX.190)
논란이 있긴 하지만, 반 전총장의 경우
피선거권상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비록 강행규정은 아니라고
하지만, 전직 사무총장 스스로가 유엔의 규정을
어기는 것은 떳떳한 일로 보이지 않습니다.
국내의 '공직선거법'규정의 경우에도 "계속"이란
용어의 존부와 관계없이 <계속 5년>으로 해석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합당하다고 봅니다.
어쨌든 본인이 뜻을 접었으니 덧붙일 말은 없지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다만 정치인과 관료의
근본적인 차이를 너무 값비싼 댓가를 치루고
배웠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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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08:45:51
3 0
정달호 (118.XXX.XXX.35)
그런 규정에 관한 해석에는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정작 안타까운 것은 임기를 마치고 전 유에사무총장으로 그냥 귀국했다면 국가적, 국민적 대환영은 물론 앞으로 국제 활동을 계속해나갈 심적,물적 기반도 더 쉽게 마련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 험난한 길에 순진하게 뛰어듬으로 인해 약간의 위신 손상과 함께 이런 실질적 대우를 받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유엔사무총장 경력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외교적 자산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그분이 빨리 자신이 받은 타격에서 일어나 이런 자산을 잘 활용하여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올리고 외교적 입지를 굳히는 데에 헌신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풍물시장의 유래에 관한 제 나름의 설명을 붙여놓았으니 일견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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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09:41:14
2 0
자작나무 (221.XXX.XXX.190)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건필을 빕니다.
답변달기
2017-02-03 10:07:33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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